(엑스포츠뉴스 방콕, 김정현 기자) 중국에서 구금 생활을 하다 무사 귀환한 손준호는 지난 2024시즌 수원FC에 입단했다.
하지만 중국축구협회의 영구 제명 징계 발표와 전세계 확대 적용 신청으로 불명예스럽게 다시 수원FC를 떠나야 했다.
또다시 상황은 반전됐다. 축구선수로의 복귀 길이 열리면서 손준호는 선수 생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잠시나마 함께 몸담았던 김은중 수원FC 감독도 반가움을 드러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제축구연맹(FIFA)이 손준호 징계와 관련해 중국축구협회의 요청을 기각했다"고 발표했다.
KFA는 "24일 오전 FIFA로부터 손준호의 징계를 전 세계로 확대해달라는 중국축구협회의 요청은 기각되었음을 알리는 공문을 받고, 손준호 선수 측에게도 해당 공문과 사실을 알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축구협회는 지난해 9월 10일 손준호에 대해 영구 제명의 징계를 내린 뒤 FIFA 징계위원회(FIFA Disciplinary Committee)에 이 징계를 전 세계로 확대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라고 덧붙였다.
KFA 관계자는 “징계의 국제적 확대 요청이 기각됨에 따라 해당 징계는 일단 중국 내에서만 유효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손준호 선수는 국내 K리그 팀은 물론 중국 리그를 제외한 해외리그에서도 등록의 길이 열렸다”라고 밝혔다.
앞서 중국축구협회는 지난해 9월 10일 "사법기관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옛 산둥 타이산 선수 손준호는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도모하려고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 축구 경기를 조작하고 불법 이익을 얻었다"며 "손준호의 축구와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평생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손준호 승부조작 유죄 설을 중국축구협회가 사실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손준호는 중국 사법당국에 10개월 가까이 구금됐다가 지난 3월 풀려났다. 손준호는 지난 2023년 5월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을 통해 귀국하려다 공안에 연행됐고, 이후 형사 구류돼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다. 그의 혐의는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로,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기타 단위에 소속된 사람이 자신의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등에 적용된다.
이후 손준호는 중국축구협회로부터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발급받고, 대한축구협회의 검토를 거쳐 K5리그 건륭FC에 등록하며 국내 무대로 복귀했다. 이후 친정팀인 전북 현대와 훈련하며 입단을 눈앞에 둔 것으로 보였으나 석연찮은 이유로 결국 지난 6월 K리그1 수원FC 유니폼을 입으며 K리그에 돌아왔다.
시간이 흘러 지난해 9월 중국축구협회는 공문을 통해 중국 축구계를 휩쓴 승부 조작 연루자들에 대한 처벌안을 공개했다. 이들은 산둥 루넝에서 뛰었던 손준호에게 영구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다.
특히 중국축구협회는 "현시점에서 중국 축구 내에서만의 금지다. 하지만 FIFA에 공식으로 이의를 제기해서 전 세계적인 처벌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FIFA에 해당 징계를 국제적으로 발효해달라고 요청했고 만약 이것이 받아들여진다면, 손준호의 축구인 생활을 사실상 끝나는 셈이었다.
이에 손준호는 기자 간담회를 통해 "승부조작에 가담한 적이 없다고 조사 과정에서 줄곧 얘기했다. (20만 위안은) 절대 그런 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산둥 시절 절친한 사이가 된 조선족 선수 진징다오(한국명 김경도)와 서로 필요할 때 돈을 내주고 선물도 사주는 등 여러 번 돈이 오갔었다. 20만 위안(약 3765만원)이 진징다오로부터 온 건 딱 한 차례다. 하지만 이렇게 큰 돈이 왜 왔는지 손준호는 기억하지 못했다. 특히 이 돈은 중국 공안이 승부조작 경기로 지목한 지난해 1월 산둥-상하이 하이강 경기 며칠 뒤 받았다.
손준호는 공안이 제대로 된 증거 없이 진징다오의 자백만으로 자신을 압박 수사했다며 "내가 그 친구(진징다오)와 위챗으로 경기 전에, 또는 문서 내용, 연락 내용 등이 공안의 증거로 단 하나도 없었다. 오직 내 (거짓) 자백만이 증거였다. 그건 사실대로 이야기하는 바다. 문제가 된 진징다오와 주고받은 20만 위안이 어떤 목적이었는지 모르겠다. 중국 돈으로 오가고 하니 큰돈이 오갔지만, 인지가 잘 안된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수원FC는 손준호의 상황과 관련한 여론이 좋지 않자, 결국 영입한 지 어라 지나지 않아 계약을 해지해야 했다. 최순호 단장 역시 손준호 계약을 두고 많은 비판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상황은 반전됐다. 결국 FIFA는 손준호의 손을 들어줬다. 중국 매체 QQ 뉴스가 "손준호가 다시 뛸 수 있다. FIFA가 중국의 출전 금지 조치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증거가 부족해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을 들은 김은중 감독도 반가워했다. 그는 27일 태국 방콕 근교 구단 숙소에서 만난 자리에서 "기사가 나기 전에 (연락이 왔다). 나온 게 오후에 나왔는데 오전에 연락이 왔더라. '감독님, 저 잘 풀릴 것 같아요. 잘 풀렸어요.' 그래서 “진짜 반가운 소식이고 잘 됐다”라고 했는데 그 오후에 이제 (기사가) 나왔다"라고 했다.
이어 "그게(중국축구협회의 영구 제명 징계) 왜 하필이면 지난 시즌 중에 그렇게 나왔는지..."라며 "물론 본인이 가장 힘들었겠지만 그래도 우리도 우리 동료였고, 또 내 후배니까 그런 부분이 되게 마음 아프고 안타까웠는데 그래도 지금 어쨌든 결과가 그렇게 나와서 다행"이라고 밝혔다.
지동원 역시 이 소식을 반겼다. 그는 "FIFA의 결정이 나오기를 선수 본인도 그렇고 주변 지인들도 기다리고 있었다. 좋은 소식이 나온 거면 결국 축구 선수를 다시 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며 "선수 본인한테 너무 잘된 일이고 운동을 항상 열심히 하는 친구였기 때문에 내 생각에, 컨디션에서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좋은 팀, 좋은 리그에서 다시 한번 멋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라고 기대했다.
"(손준호가) 작년에 팀에 합류했을 때도 오랫동안 운동을 못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몸 상태가 좋았고 팀 훈련 외에도 본인이 개인적으로 노력을 많이 하더라. 줄넘기한다던가 본인이 스스로 잘하더라"고 말한 지동원은 "확실히 경험이 있는 선수니까 내 생각에 부상이 없으면 몸 상태에는 크게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손준호의 앞날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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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