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2025년 한국에서 재탄생한 '말할 수 없는 비밀', 뭐가 다를까.
27일 개봉한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감독 서유민)은 간의 비밀이 숨겨진 캠퍼스 연습실에서 유준(도경수 분)과 정아(원진아)가 우연히 마주치면서 시작되는, 기적 같은 마법의 순간을 담은 판타지 로맨스 영화다.
2007년 세상에 공개된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원작으로 한다. 피아노 연주라는 큰 틀부터 시간여행이라는 설정까지 유명한 해당 영화의 주요 요소들이 한국 로맨스에 녹아들었다.
한국의 '말할 수 없는 비밀'에는 새로운 인물이나 예상치 못한 반전은 없다. 그러나 확실한 건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이다.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게 변화한 점들은 무엇일까. 엑스포츠뉴스는 감독에게 직접 물었다.
■ 79년과 99년, 그리고 현재의 한국.
대만의 '말할 수 없는 비밀'은 1979년에 살던 샤오위(계륜미)가 1999년에 살고 있는 샹룬(주걸륜)을 만난다.
현대의 한국에 살고 있는 유준이는 1999년에 살던 정아를 만난다.
"20년 전의 정아가 유준에게 온다. 무조건 남자 주인공이 사는 시대는 현대로 정하고 시작했다"는 서유민 감독은 "2000년대 이후에 뭔가 세계가 더 변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과거를) 1999년으로 설정하는 게 숫자 하나 차이로 복고적인 느낌이 강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작에서는 현재가 99년이라서 과거를 99년도로 꼭 설정하고 싶기도 했다. 원작에서의 99년을 가져오니 약간 세계관이 연결된 것처럼 느껴졌다. ('비밀' 악보 앞) 문구도 완전히 똑같이 했다. 마치 몇백년 전 마법사가 이 악보를 만들어 각 나라에 뿌린 것 같다"는 원작을 향한 애정을 전했다.
■ 이게 MZ다
유준과 정아는 참지 않는다. 인내하며 마음을 숨기는 희생적인 샹룬, 샤오위와는 다른 느낌이다.
서 감독은 "가장 바꾸고 싶지 않았던 부분은 남자 주인공이 모든 걸 버리고 사랑을 위해 희생하는 마음"이었다며 "원작을 본 저도 사실에 너무 큰 감동을 받아 꼭 가져가고 싶은 설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다. 현대 설정이 된 만큼 유준은 휴대폰도 없는 정아의 상황을 받아들여야했으며, 자꾸 사라지고 약속도 지키지 않는 그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직접 물어보기까지 해야한다.
서유민 감독은 "요즘 대학생이 그런 걸 안 물어보고 순순히 기다리는 게 맞지 않는 거 같았다. 감정의 폭을 넓혀 재미를 더하고 싶었다"며 결국 배신감을 느끼고 이별까지 먼저 선언하는 솔직한 감정을 넣게 된 이유를 전했다.
연약한 여주도 없다.
서 감독은 원작 여주인공의 천식 설정을 없앴다며 "원작은 청순 가련한 느낌이다. 하지만 요즘에 맞게 다시 고치고 싶더라. (정아를) 사랑을 찾으러 뛰어가는 캐릭터, 밝고 건강한데 능동적인 모습으로 바꾸고 싶었다"고 밝혔다.
■ 까불거리는 사회자, 한국 음대에는 불가능해
배경 자체를 예술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바꾼 이유 또한 한국 관객의 공감을 위해서다. 서유민 감독은 "사실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너무 입시 위주로, 되게 치열한 경쟁 속에 살고 있다"며 "한국에서 낭만적인 첫사랑을 이렇게 나누고 캠퍼스를 거니는 데이트를 하기에는 왠지 대학생이 더 어울릴 거 같았다"고 덧붙였다.
두 배틀 라이벌 사이 곡을 설명하며 깐죽거리는 끼 넘치는 배틀 사회자는 '말할 수 없는 비밀' 콘셉트의 장기자랑 영상에도 등장할 정도로 필수적이고 상징적인 요소였으나 이번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는 얌전해졌다.
이에 대해 서유민 감독 또한 "사회자가 가장 중요하지 않나. 끝까지 고민했다. 원작에서는 예고고, 음악전공생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전공생도 있어서 일일이 설명해주고 누가 무슨 노래를 치는지 말해주는 게 말이 되는데, 음대생이 음대생들에게 그러는 건 가짜처럼 보일 거 같았다"며 현실적으로 생각했음을 밝혔다.
서유민 감독은 음악에 집중하는 것 만으로도 관객이 빠져들 것이라는 확신에 배틀 곡뿐 아니라 사회자, 피아노 구도까지 바꿨다.
서 감독은 "원작은 피아노끼리 마주보고 있다. 이것도 고민했다"며 "카메라 움직임과 앵글이 너무 원작과 큰 차이가 없을 거 같았다. 너무 많이 보신 장면들 아니냐"며 도전을 해서라도 새로움을 선사하고 싶었음을 밝혀 기대를 모은다.
한편 '말할 수 없는 비밀'은 27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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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