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정민경 기자) '나의 완벽한 비서', 서동재를 싹 지운 '로코 킹' 이준혁의 재발견이다.
'나의 완벽한 비서'가 반환점을 돌고도 순항 중이다. 지난 1월 3일 닐슨코리아 기준 5.2% 시청률로 출발한 SBS 금토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이하 '나완비')는 3화 만에 2배에 가까운 10.5%로 시청률이 껑충 뛰더니, 한지민과 이준혁의 로맨스가 본격화되며 두 자릿수 시청률을 계속해서 유지 중이다.
'나완비'는 전에 없던 독특함이나 복잡한 설정보다는 '아는 맛'의 클래식한 로맨틱 코미디의 색깔을 띠고 있다. 대략적인 뒷 이야기가 예측이 되면서도, 다음 화를 오매불망 기다리게 되는 힘은 작품을 이끄는 두 주역 한지민과 이준혁의 저력을 빼놓을 수 없다.
여러 로맨스 작품을 섭렵하며 '로코 퀸'이라는 수식어를 일찌감치 차지했던 한지민과 달리, 이준혁의 그간 작품들은 로맨스와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앞서 이준혁은 2018년 tvN 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로 로맨스에 도전하기도 했으나 아쉬운 성적을 거둔 바. 이후로는 로맨스보다는 주로 장르물을 통해 시청자에게 각인됐다. 필모그래피에 로맨스가 부족한 대표적인 배우 중 하나였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tvN 법정 스릴러 '비밀의 숲' 시리즈에서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비리 검사 서동재로 변신한 이준혁은 '느그 동재'라는 애칭 아닌 애칭을 얻었다. 이후 그는 2024년 '비밀의 숲' 스핀오프 드라마 티빙 '좋거나 나쁜 동재'를 통해 주인공으로 우뚝 서기도 했다.
마침내 이준혁은 그간의 선 굵은 연기를 뒤로한 채 따뜻한 로맨스물 '나완비'를 선택, 완벽한 비주얼과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드디어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의 포텐을 터뜨렸다.
이준혁의 반듯한 비주얼과 섬세한 연기는 유은호를 만나 더욱 빛을 발했다. 전작들에서의 날카로운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그야말로 '완벽한 비서'로 다시 태어났다. 외모부터 능력, 매너, 센스 심지어 어린 딸을 홀로 물심양면 키우는 부성애까지 갖춘 유은호로 변신했다.
182cm의 큰 키와 수려한 비주얼, 오피스물에 최적화된 완벽한 수트 핏까지. 외적인 측면뿐만 담백한 대사 톤, 세심한 표정 연기도 케미스트리를 배가시켰다.
회식날 밤의 일이 떠올라버린 강지윤에게 "어디까지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라고 묻는 유은호의 표정은 안방극장에 설렘을 폭발시켰던 바.
40대에 접어들면서 로맨스로 활짝 꽃을 피운 이준혁은 대개 남자 배우들이 20대, 30대에 로맨스물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마초적인 매력을 강조하던 20대 시절보다 청순해진 분위기도 한몫했다.
드라마 팬들의 연애 세포를 너무나 늦게 깨운 죄(?)로 이준혁은 "그동안 장르물에서 얼굴 낭비를 했다", "왜 이제야 로코를 찍었나", "멜로 더 해주세요" 등 원성 아닌 원성을 사기도. 다만 현재까지 예정된 그의 차기작들은 로맨스 장르와는 거리가 있어, 멜로 혹은 로코를 연기하는 이준혁을 다시 보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나완비'는 유능한 CEO 여자 주인공과 그의 비서인 남자 주인공이라는, 전통적 클리셰를 비튼 설정이 인기 비결 중 하나로 꼽혀왔다.
한국 드라마에서 각광받는 남자 주인공의 흐름이 '나쁜 남자'에서 '다정한 남자'로 옮겨간 것은 꽤나 오래된 일이다. 이준혁이 연기하는 유은호는 이러한 트렌드의 표본에 서 있는 남자 주인공 중 한 명이라고 볼 수 있다.
잘 나가는 CEO와 비서라는 직급 차이, 싱글인 여자 주인공과 이혼 후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남자 주인공이라는 설정상, 그간의 K-드라마 남자 주인공들처럼 저돌적인 플러팅이나 능수능란한 '밀당'은 보기 어렵다. 대신 손을 베인 강지윤에게 밴드를 붙여준 뒤 지윤의 검지 손가락을 살짝 터치하는 것처럼, 비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 설렘을 선사한다.
이준혁의 담백하면서도 세심한 연기는 자칫하면 잔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유은호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이제는 이준혁이 아닌 유은호를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 가운데 어느덧 중반부를 지나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는 '나완비'는 메인 커플이 이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연인 사이로 발전한 상황.
본격적인 사내연애가 시작된 '나완비'에서 더 농도 짙은 로맨스를 선보일 이준혁에도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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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경 기자 sbeu300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