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주장 손흥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구단 내부자의 주장이 나왔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많은 나이와 과한 연봉,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 때문에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 없다.
토트넘 소식을 다루는 영국 매체 '더보이홋스퍼'는 18일(한국시간) "토트넘 내부자가 손흥민의 미래에 대해 흥미로운 주장을 했다. 손흥민은 이달 초 1년 연장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구단에서의 미래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손흥민은 지난 7일 토트넘과 1년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2025년 6월 30일부로 끝날 예정이었던 계약 기간을 1년 더 연장해 내년 6월까지로 늘린 것이다.
많은 이들이 새로운 계약을 기대했지만 토트넘의 연장 옵션 발동은 사실 예견된 수순이었다. 옵션을 발동할 권리가 토트넘 측에 있었고, 토트넘은 손흥민을 공짜로 내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옵션을 발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축구계를 뜨겁게 달궜던 손흥민의 빅클럽 이적설도 모두 사라지게 됐다. 손흥민은 스페인 명문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비롯해 바이에른 뮌헨, AC밀란, 파리 생제르맹(PSG) 등 유럽의 빅클럽이란 빅클럽과 모조리 연결됐다.
이들이 손흥민을 올 여름 영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는데 그 조건이 바로 손흥민이 계약 만료 후 자유계약(FA) 신분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토트넘이 연장 옵션을 발동하면서 공짜 영입은 할 수 없게 됐고, 이제는 이적료를 주고 데려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1992년생으로 올해 33세가 되는 손흥민을 이적료 주고 데려오는 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일이다. 손흥민의 빅클럽 이적설은 없던 일인 것처럼 쏙 들어갔다.
손흥민의 속내가 정확히 어떨지는 모르지만 일단 손흥민은 겉으로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토트넘 구단 발표 뒤 손흥민은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난 이 팀을 사랑한다. 토트넘은 모든 선수들이 뛰고 싶어하는 꿈의 구단이다. 정말 기쁘다"라며 "토트넘이라는 팀과 토트넘에서 보낸 10년이라는 시간이 정말 좋았다. 1년을 더 보낼 수 있게돼 정말 자랑스럽다. 프리미어리그에 속해 있는 팀은 어릴적 모든 아이들이 꿈꾸는 팀"이라고 연장 계약 체결에 기뻐했다.
연장 옵션 발동이 확정된 후 토트넘이 과연 손흥민에게 새로운 계약을 제시할 것이냐가 자연스레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손흥민이 빅클럽으로 이적할 수 있었던 기회를 막은 만큼, 토트넘이 그에 맞는 레전드 대우를 해주느냐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더보이홋스퍼에 따르면 토트넘은 손흥민에게 새로운 계약을 제시할 마음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대로라면 손흥민은 올 여름 토트넘에 이적료를 안기고 어딘가로 팔려가거나 내년 여름 아예 계약 종료 후 FA로 떠날 수밖에 없다. 손흥민에게 두 가지 선택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이유는 토트넘이 최근 손흥민의 경기력을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토트넘은 기량 하락이 의심되는 노장 선수에게 새로운 다년 계약을 제안하는 게 과연 맞는 것인가를 두고 고민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더보이홋스퍼는 "32세의 손흥민이 현재 보여주는 성적이 평소의 높은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토트넘은 손흥민에게 또 다른 장기 계약을 제안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리그 18경기에서 단 6골만 기록했다. 이는 이전 시즌 엄청난 활약(17골10도움)에 비하면 눈에 띄게 하락한 수치"라고 손흥민의 최근 성적이 예전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토트넘 구단 내부 인사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더 이상 뛸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매체에 따르면 토트넘 구단 내부자 존 웬햄은 "토트넘에서 손흥민의 미래는 오롯이 그의 경기력에 달려있다. 그가 최상의 상태로 돌아올 수 있다면 토트넘은 분명 손흥민에게 새로운 계약을 제안할 것이다"라며 "하지만 이제 손흥민은 나이가 들고 있다. 기존 계약대로 주당 20만 파운드(약 3억5490만원)를 받고 있는데 손흥민 나이대 선수에게 그런 돈을 주는 건 큰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손흥민의 경기력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이번이 토트넘과의 마지막 계약이 될 것이다. 이번 시즌 손흥민은 새로운 계약을 맺을 수 있다고 말할 만큼 충분히 경기력을 바꾸지 못했다"며 현재로서는 토트넘에서 더 뛰는 건 무리라고 강조했다.
더보이홋스퍼 역시 "손흥민은 커리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현재 경기력이 평가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몇 개월은 토트넘에서의 그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손흥민이 최고의 폼을 되찾고, 구단이 현재 계약 이후에도 그를 유지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의 성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연장 옵션 발동이 토트넘에서의 마지막 계약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애초에 토트넘은 손흥민과 새로운 계약을 맺는 걸 주저했던 것으로 밝혀져 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은 "토트넘의 결정은 손흥민의 가까운 미래에 대한 추측을 종식시켰다. 손흥민은 새로운 장기 계약을 맺길 원했으나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토트넘은 그저 단순히 이미 존재하던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손흥민과 계약을 연장했다는 소식을 전한 건 1월이 지나서였다. 이미 다른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는 보스만 룰이 적용되고도 일주일 더 넘게 지난 참이었다. 토트넘의 발표 시기가 다소 늦은 감이 있었다.
여기에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토트넘이 손흥민과의 연장 계약 발표를 미루고 미뤘던 건 손흥민의 경기력이 더 나아질 수 있는지를 보고 판단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영국 현지에서는 2023년 말부터 연장 옵션 발동 유무에 대한 소식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관련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고, 지난해부터는 손흥민도 잦은 부상과 경기력 저하가 찾아오면서 경기력이 크게 급락했다.
이때부터 토트넘이 손흥민에게 새로운 계약을 제안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섰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영국 매체 TBR풋볼은 "손흥민은 구단에게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토트넘은 손흥민 측에 잠재적인 신규 계약에 대한 협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손흥민 측은 이에 크게 실망했다"라고 보도했다.
토트넘 소식을 전하는 스퍼스웹 또한 "토트넘 스타 손흥민은 계약 상황에 만족하지 않는다. 최근 토트넘의 계약 결정에 불만을 갖고 있다"면서 "토트넘이 손흥민에게 새로운 장기 계약을 제안하지 않은 건 손흥민에게 별로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손흥민은 토트넘의 결정에 불만을 품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영국 매체 기브미스포츠는 "토트넘이 손흥민의 미래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 당장 그에게 장기 계약을 제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해 계약을 2026년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면서 "180도 바뀐 토트넘의 태도에 손흥민 측은 큰 충격을 받았다. 초기 계약 논의 단계에서는 모든 당사자가 뜻을 같이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라고 손흥민이 큰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도 주장했다.
사실상 이미 이때도 토트넘이 손흥민과 새로운 계약을 맺을 계획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
손흥민은 지금까지 계속 토트넘에 헌신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토트넘은 손흥민을 더 이상 붙잡지 않을 계획이다.
손흥민이 다시 이전처럼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겠으나 손흥민의 나이와 신체 능력을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낮다. 최근 손흥민 대체자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격수 마커스 래시포드, 알레한드로 가르나초 등 여럿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이 손흥민과 재계약에 미적지근한 태도였던 이유가 다 있었다. 토트넘은 이제 나이 든 손흥민이 없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손흥민의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 놓였다.
사진=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DB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