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양민혁이 앞으로 토트넘 홋스퍼 1군에서 뛸지, 유소년 리그에서 뛸지는 이번 주말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2006년생 양민혁은 지난해 고등학생 신분으로 K리그1을 수놓았다. 강원FC와 준프로 계약을 맺고 프로 무대에 데뷔한 양민혁은 리그 전 경기에 출전해 12골 6도움을 올리며 강원의 리그 준우승을 이끌었다.
강원은 고등학생에 불과했던 양민혁과 프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토트넘이 빠르게 접근해 양민혁 영입을 확정했다. 계약 직후 강원에 임대 신분으로 뛰고 2024시즌을 마친 뒤 토트넘에 합류하는 방식이었다.
양민혁은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는 1월 1일 토트넘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토트넘에 부상자가 늘어나면서 양민혁에게 조기 합류를 요청했다. K리그 베스트 11, 영플레이어 수상 등 인생 최고의 시기를 보내고 있던 양민혁은 제대로 쉬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중순 토트넘으로 향했다.
양민혁은 2025년 새해가 되면서 토트넘 1군 명단에 등록할 수 있게 됐는데 아직까지 1군 데뷔전을 갖지 못했다.
양민혁은 지난 4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를 벤치가 아닌 관중석에 지켜봤고, 이후 9일 리버풀과의 2024-2025시즌 카라바오컵 준결승 1차전을 앞두고 등번호 18번을 배정 받았을 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토트넘은 아직까지 양민혁에게 어떠한 기회도 주지 않고 있고, 지난 12일 5부리그 클럽인 탬워스FC와 FA컵 3라운드(64강) 원정 경기에서 양민혁을 명단 제외하면서 데뷔전이 멀었음을 알렸다.
탬워스는 내셔널리그에 속한 세미프로팀이다. 그래서 많은 팬들이 이날 양민혁을 포함해 토트넘 2군 및 유소년 선수들이 선발로 나설 것으로 예상했는데, 양민혁은 이날 벤치에도 들지 못했다. 양민혁이 명단 제외를 당한 가운데 토트넘은 5부팀 상대로 고전하면서 120분 혈투 끝에 3-0으로 승리했다.
아스널전 명단에 양민혁 대신 들어간 선수 중에는 프로 경기를 단 한 번도 뛰지 않은 선수들이 포함됐다. 경쟁자인 윌 랭크셔, 마이키 무어를 제외하더라도 칼럼 올루세시, 마라치 하디 등 프로에서 뛰어본 적이 한 번도 없는 선수에게까지 밀린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상 양민혁이 이들에게도 밀린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양민혁은 탬워스전에 이어 아스널전에서도 명단 제외를 당했다. 상대가 프리미어리그 강호인만큼 출전 기회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긴 했지만, 프로 경기를 뛴 적도 없는 유망주 두 명에게 밀려 명단에 들지 못했다.
예상과 달리 출전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자 몇몇 팬들은 양민혁이 언제 토트넘 데뷔전을 가질지 궁금해 하고 있다.
첫 시즌 만에 K리그를 정복했던 양민혁이 토트넘에서는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1군 데뷔는커녕 유소년 아카데미부터다시 시작해야 할 판이다.
토트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폴 오키프에 따르면 토트넘은 양민혁을 21세 이하(U-21) 팀에서 뛰게 하는 걸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키프는 지난 16일(한국시간) 자신의 SNS에서 가진 팬들과의 문답에서 한 팬이 '양민혁이 이제 막 영국에 온 걸 알지만, 지금까지 어떠한 신호도 없는 이유가 있나? 순전히 전략적인 이유인가 아니면 부상이 있는 건가?'라고 질문하자 "그에게 영국과 영국 축구에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라고 언급했다.
이어 양민혁이 아카데미에서 뛸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른 팬이 '양민혁이 21세 이하(U-21) 팀에서 뛸 수도 있나'라는 질문에는 "좋은 질문이다. 토트넘은 아마 그걸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며 양민혁이 당분간 1군이 아닌 유소년 팀에서 뛰며 적응기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토트넘은 양민혁이 아직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기에 적합한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양민혁이 유소년 레벨이라는 평가는 이미 지난해에도 나왔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은 지난해 12월 양민혁에 대한 기사에서 "현재 새로운 나라에서 생활하고 영어 레슨을 받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1군 스쿼드에서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폭넓은 선택지를 추가할 수도 있다"며 상황에 따라 1군 자원으로 분류될 수 있다면서도 "아치 그레이나 루카스 베리발 같은 선수보다는 토트넘의 아카데미 유소년 수준에 더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현실적으로는 유소년 레벨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아치 그레이와 루카스 베리발은 양민혁과 동갑이지만 어린 나이에 유럽 무대에서 재능을 보여줘 토트넘 1군에서 후보 선수로 기용되고 있다. 양민혁이 그에 미치진 못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손흥민이 했던 경고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양민혁이 토트넘 입단을 확정짓자 손흥민은 맨인블레이저와의 인터뷰에서 "힘들거다. 프리미어리그는 전혀 쉽지 않다고 말해야 한다. 언어, 문화, 신체적인 부분 등 모든 면을 준비해야 한다"며 "가족과 떨어져야 하고 모든 것이 완벽해야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 양민혁이 두려워하지 않길 바라지만 현실적인 경고를 주고 싶다. 그러면 도움이 될 거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K리그에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에는 매일 내 기회를 잡고, 내 자리를 차지하려는 젊은 선수들이 있다"라며 토트넘에 입단할 경우 K리그에서보다 더욱 치열한 경쟁에 직면할 거라고 했다.
또 양민혁이 '제2의 손흥민'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난 여전히 여기에 있다. 난 열심히 했기에 내 자리를 100%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며 "어린 선수들이 더 신체적으로 좋을 지라도 축구는 때때로 경험과 자질이 필요하다"라며 양민혁과 경쟁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최고의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언어, 문화, 피지컬, 인성,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것 등 모든 게 완벽히 준비돼야 한다고 직설적인 조언을 남긴 것이다.
안지 포스테코글루도 양민혁 투입이 시기상조라고 생각하고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달 초 기자회견 도중 양민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지금은 (출전에 대해) 특별한 계획이 없다. 양민혁은 아직 매우 어리다. 경쟁 수준이 여기서 마주하게 될 수준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는(nowhere near)' 지구 반대편에서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리버풀전 교체 명단에 양민혁을 포함시킨 후 탬워스, 아스널과의 경기에서는 모두 명단 제외하는 결정을 내리며 자신이 내뱉은 말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민혁의 팀 내 입지는 이번 주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은 18일에 노리치 시티와 클럽하우스에서 2군 경기인 프리미어리그2 맞대결을 펼친다. 이 경기에 21세 이하(U-21) 팀이 나선다.
이어 19일엔 에버턴과 프리미어리그 원정 경기를 치른다. 원정 경기는 1군 선수들이 전날 이동하기 때문에 양민혁이 원정 명단에 포함됐다면 노리치와의 프리미어리그2 경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노리치전을 빠진다고 에버턴전 벤치에 앉는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팀 내 입지가 어느정도인지는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