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대한민국 양민혁(토트넘 홋스퍼)이 당분간 1군 데뷔를 목표로 삼기 보다 적응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06년생 대한민국 윙어 양민혁은 지난달 17일 영국 런던에 도착해 토트넘에 합류했다.
지난 시즌 양민혁은 어린 나이에 K리그1 경기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면서 12골 6도움을 기록하는 엄청난 활약을 보여줬고, 양민혁의 활약상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토트넘은 지난해 여름 영입을 확정 지었다.
토트넘 입단이 확정된 양민혁은 K리그1 시즌이 모두 끝난 후 1월에 합류할 예정이었는데, 토트넘이 조기 합류를 요청해 일찍 영국으로 떠나 적응기를 가지기 시작했다.
토트넘에 도착한 양민혁은 곧바로 훈련을 받으며 새 팀과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팀에 합류하긴 했지만 전반기 선수단 명단에 등록되지 않은 상태이기에 경기에 나설 수 없어 훈련과 적응에 매진했다.
토트넘이 빠른 합류를 원했기에 팬들은 양민혁이 새해가 되면 곧바로 1군 경기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토트넘을 이끄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양민혁의 출전을 성급하게 결정하지 않기로 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3일 새해 첫 기자회견에서 양민혁에 대한 계획에 관한 질문에 "지금은 계획이 없다. 그냥 양민혁이 적응하도록 내버려 둬라"라고 말했다.
그는 "양민혁은 아직 매우 어리고, 경쟁 수준이 여기서 마주하게 될 수준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세계 반대편에서 왔다"라며 "우리는 양민혁이 적응할 시간을 줄 뿐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양민혁이 일찍 적응하도록 하고 적응할 기회를 주려고 할 뿐"이라며 "계획은 없고, 그냥 양민혁에게 맞춰서 그가 어떻게 적응하는지 지켜보겠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양민혁은 지난 9일 리버풀과의 카라바오컵 준결승 1차전에서 벤치 명단에 포함됐지만 끝내 출전하지 못하면서 1군 데뷔전을 뒤로 미뤘다.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등번호 18번을 받으면서 조만간 1군 데뷔전을 가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마침 토트넘이 12일 탬워스FC와 2024-25시즌 FA컵 3라운드(64강) 원정 경기를 치르자 팬들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양민혁을 출전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탬워스는 영구 5부리그에 속한 세미프로팀이기에 일부 언론은 양민혁의 선발 가능성까지 점쳤다.
그러나 양민혁은 탬워스전에서 벤치에도 들지 못하고 명단 제외를 당했다. 토트넘 데뷔전 기회가 다음으로 미뤄진 그는 아스널전에서도 명단에 포함되지 못해 또 데뷔전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탬워스전에 이어 지난 16일 아스널과의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도 양민혁은 토트넘 출전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물론 아스널은 프리미어리그 강호이기에 이제 막 영국에 도착한 양민혁의 출전 가능성은 매우 낮았지만, 프로 경기를 뛴 적도 없는 유망주 두 명에게 밀려 명단에 들지 못했다.
일각에선 양민혁이 적응 차원에서 1군이 아닌 2군 성격의 21세 이하(U-21) 경기에 뛸 수도 있다고도 주장한다.
한 팬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토트넘 소식에 정통한 폴 오키프 기자에게 "양민혁이 U-21 팀에서 뛸 수도 있을까?"라고 질문했다. 질문을 받은 오키프 기자는 "토트넘이 이를 고려할지도 모른다"라고 답했다.
양민혁은 올해로 19세 어린 선수인 만큼 유소년 경기에서 영국 축구에 대한 경험을 쌓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조기 합류를 요청하는 등 양민혁을 중용할 것처럼 보였던 토트넘이기에 계속된 명단 제외에 실망감을 드러낸 팬들이 적지 않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양민혁 출전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면 양민혁은 현재 할 수 있는 건 훈련에 매진하며 영국 축구에 적응하는 것뿐이다.
양민혁이 1군 출전 기회를 얻기 분투하고 있는 가운데 손흥민은 이미 양민혁에게 프리미어리그와 토트넘 적응이 쉽지 않을 거라고 경고한 바 있다.
손흥민은 지난해 8월 '맨인블레이저'와의 인터뷰에서 양민혁의 토트넘 이적에 대해 "힘들거다. 프리미어리그는 전혀 쉽지 않다고 말해야 한다. 언어, 문화, 신체적인 부분 등 모든 면을 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족과 떨어져야 하고 모든 것이 완벽해야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라며 "양민혁이 두려워하지 않길 바라지만 현실적인 경고를 주고 싶다. 그러면 도움이 될 거다"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K리그에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매일 내 기회를 잡고, 내 자리를 차지하려는 젊은 선수들이 있다"라며 토트넘에 입단할 경우 치열한 경쟁에 직면할 거라고 했다.
또 양민혁이 합류한 이후엔 "양민혁 적응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물론 어떤 상황은 스스로 혼자 처리해야 할 거다. 내가 아빠처럼 그를 도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장 안팎에서 도우려고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손흥민은 "양민혁이 구단에 훌륭한 축구와 재능을 가져다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와 함께 뛰는 모습을 보는 게 기대된다"라며 "아직 18세다. 너무 큰 압박감을 주고 싶지 않다. 요즘은 사람들이 선수에 대해 너무 일찍 흥분하는 것 같다. 지금은 아주 조용히 두고 싶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양민혁이 열심히 노력하고, 열심히 뛰기를 바란다. 그는 팀을 도울 수 있고, 그건 매우 중요한 점"이라며 "양민혁은 빠른 선수고, K리그에서 많은 골을 넣었지만 K리그와 프리미어리그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토트넘 SNS, 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