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양민혁은 토트넘 유소년 아카데미에서 뛸 실력이 아니다. 적응을 위해서는 차라리 임대를 보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양민혁의 가치와 잠재력을 다시 판단해야 할 때다.
최근 토트넘 홋스퍼가 양민혁을 1군이 아닌 유스 아카데미에 뛰게 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토트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폴 오키프는 16일(한국시간) 자신의 SNS에서 가진 팬들과의 문답에서 양민혁에 대해 "양민혁이 계속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그에게 영국과 영국 축구에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라고 언급했다.
이어 양민혁이 아카데미에서 뛸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 팬이 '양민혁이 21세 이하(U-21) 팀에서 뛸 수도 있나'라는 질문에는 "좋은 질문이다. 토트넘은 아마 그걸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며 양민혁이 당분간 1군이 아닌 유소년 팀에서 뛰며 적응기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손흥민을 장기적으로 대체할 선수로 양민혁을 영입한 것이지만 아직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도 양민혁에 대해 "현재 새로운 나라에서 생활하고 영어 레슨을 받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1군 스쿼드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폭넓은 선택지를 추가할 수도 있지만, 아치 그레이나 루카스 베리발 같은 선수보다는 토트넘의 아카데미 유소년 수준에 더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평가했다.
양민혁의 현 수준을 유소년 레벨로 바라봐 1군 적응이 끝나기 전까지 출전 기회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양민혁의 실력을 생각하면 아쉬운 처사다. 2006년생으로 아직 어린 나이지만 지난해 K리그1에 데뷔해 이미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잠재력을 입증했다.
강원FC와 준프로 계약을 맺고 프로 무대에 데뷔한 양민혁은 리그 전 경기에 출전해 12골 6도움을 올리며 강원의 리그 준우승을 이끌었다. 강원은 고등학생에 불과했던 양민혁과 프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토트넘이 빠르게 접근해 양민혁 영입을 확정했다.
양민혁은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는 1월 1일 토트넘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토트넘에 부상자가 늘어나면서 양민혁에게 조기 합류를 요청했다. K리그 베스트 11, 영플레이어 수상 등 인생 최고의 시기를 보내고 있던 양민혁은 제대로 쉬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중순 토트넘으로 향했다.
부상자가 많은 상황에서 양민혁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기대됐으나 정작 토트넘은 한 번도 양민혁을 기용하지 않았다. 지난 9일 리버풀과의 카라바오컵 준결승 1차전을 앞두고 교체 명단에 깜짝 포함됐지만 이후 5부리그 탬워스와의 FA컵 경기에 이어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에서는 모두 명단 제외됐다.
양민혁의 북런던 더비 명단 제외는 현지 매체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영국 매체 풋볼런던은 아스널전을 앞두고 양민혁이 명단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했다.
매체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북런던 더비에서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이라는 기사에서 양민혁을 이브 비수마, 제임스 매디슨, 루카스 베리발, 데얀 쿨루세브스키, 그리고 파페 마타르 사르와 함께 아스널전 명단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선택은 명단 제외였다.
더욱 충격적인 건 아스널전 명단에 양민혁 대신 들어간 선수 중에는 프로 경기를 단 한 번도 뛰지 않은 선수들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경쟁자인 윌 랭크셔, 마이키 무어를 제외하더라도 칼럼 올루세시, 마라치 하디 등 프로에서 뛰어본 적이 한 번도 없는 선수에게까지 밀린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상 양민혁이 이들에게도 밀린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애초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양민혁의 영입을 그리 반기지 않았다. K리그에서 아직 한 시즌밖에 치르지 않은 양민혁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경쟁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이달 초 기자회견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양민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지금은 (출전에 대해) 특별한 계획이 없다. 양민혁은 아직 매우 어리다. 경쟁 수준이 여기서 마주하게 될 수준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는(nowhere near)' 지구 반대편에서 왔다"고 말했다. 부정적 의미가 강한 만큼, 사실상 K리그에서 온 양민혁이 프리미어리그 수준이 아직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양민혁이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며 당장 기용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지금 상황만 놓고보면 토트넘 이적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실전 경험을 통해 잠재력을 발전시키는 게 중요한 유망주 시기에 기회를 못받는다면 엄청난 손해다. 아카데미 경기를 뛰면서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것보다는 임대를 통해 더 많은 기회를 찾도록 도와주는 게 좋을 수 있다.
홈그로운 제도라는 이유 때문에 붙잡아 놓더라도 적응할 때까지 아카데미에 놔두는 건 선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 경기 한 경기 뛰는 게 어린 선수들에게는 더욱 중요하다.
벤치에서 동료들과 호흡하며 경기를 지켜보는 것도 적응하는 과정의 중요한 일부분이다. 감독의 지시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임을 가져가는지, 벤치에 앉았을 때 경기장 분위기는 어떤지 몸으로 체감하다보면 더욱 빨리 적응할 수도 있다. 어차피 경기에 내보내지 않을 거라면 벤치에 앉아서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낫다.
물론 양민혁이 데뷔 시즌을 모두 소화한 후 휴식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건 맞다. 2024시즌 K리그는 12월 초에 모든 일정이 마무리됐고, 양민혁은 휴식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영국으로 떠났다. 보통 선수들이 최대 한 달 반 정도 휴식을 취하고 프리시즌을 통해 몸을 만드는 걸 고려하면 현재 양민혁이 실전에 바로 투입되기에는 무리다.
하지만 양민혁이 주전으로 뛸 선수도 아니고 출전하더라도 몇 경기 건너, 그마저도 후반 교체 투입일 가능성이 높다. 체력적으로 회복 시간을 충분히 가져가면서 팀 분위기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토트넘이 양민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아직 확실하지 않으나 선수의 성장을 고려해 최선의 판단을 내릴 때다.
사진=SNS, 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