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5-01-1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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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조기축구 실력 톡톡' 시즌 7호 AS '쾅'…토트넘, 5부 팀과 '연장 혈투' 끝 FA컵 32강행

기사입력 2025.01.13 08:27 / 기사수정 2025.01.13 09:22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이겼지만 씁쓸한 승리였다.

그나마 손흥민이 건재를 알리며 해결사 역할을 한 것이 다행이었다. 비시즌 국내 인조잔디 구장에서 조기축구를 곧잘 했던 실력이 영국에서도 드러났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가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라운드에서 5부리그 팀을 상대로 '캡틴' 손흥민까지 활용한 끝에 연장전에서 가까스로 승리했다.

호주 출신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12일(현지시간) 영국 탬워스의 '더 램 그라운드'에서 열린 2024-2025 FA컵 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5부리그에 해당하는 내셔널리그 소속 탬워스와 전·후반을 0-0으로 비긴 뒤 이어진 연장전에서 손흥민 등 주전급을 투입한 끝에 3골을 터트리고 3-0으로 이겼다.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은 교체 명단에 포함됐다가 연장전 시작과 함께 그라운드에 들어갔다. 후반에 여러차례 찬스를 놓친 티모 베르너 대신 운동장을 밟았다. 답답했던 토트넘 공격을 풀어나가는 열쇠 역할을 했다. 특히 토트넘이 1-0으로 앞서고 있던 연장 후반 2분 질풍 같은 드리블 뒤 정확한 패스를 통해 데얀 쿨루세브스키의 추가골을 도왔다.

이번 시즌 공식전 7번째 도움을 올렸다. 프리미어리그에서의 5골 6도움을 포함해 이번 시즌 손흥민의 전체 공격 포인트는 14개(7골 7도움)로 늘었다. 손흥민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와 리그컵에서도 각각 한 골씩 기록하고 있다.

탬워스에 끌려다니다가 연장전 3골이 터져 이긴 토트넘은 아스널에 덜미를 잡혀 3라운드 탈락했던 2013-2014시즌 이후엔 11시즌 연속 FA컵 4라운드 진출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이번 라운드에서 1부리그인 프리미어리그 팀 중 유일하게 5부 팀과 만나는 행운의 대진을 받고도 졸전 끝에 연장전까지 끌려간 것은 질책 받을 만하다. 주전급 선수들이 계속 동원된 끝에 이겼다.

이날 토트넘은 4-3-3 전형을 내세웠다.

최근 입단한 체코 출신 골키퍼 안토닌 킨스키가 골문을 지킨 가운데 세르히오 레길론, 라두 드라구신, 아치 그레이, 페드로 포로가 백4를 구성했다. 중원은 파페 사르, 이브 비수마, 제임스 매디슨이 지켰다. 최전방 스리톱에 마이키 무어, 티모 베르너, 브레넌 존슨이 이름을 올렸다.

이날 국내 팬들의 관심사였던 양민혁의 토트넘 1군 데뷔전은 성사되지 않았다. 



양민혁은 직전 경기였던 지난 9일 리버풀과의 리그컵 준결승에선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비록 출전하진 않았으나 5부리그 구단과 싸우는 FA컵에선 선발 혹은 교체 투입이 예상됐으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냉정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달 초 양민혁의 투입 시기에 대해 "수준이 낮은 지구 반대편에서 왔기 때문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힌 적이 있었다. 양민혁에 대한 배려로 간주되는 시선이 있었으나 어쨌든 당분간 그가 실전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양민혁보다 한 살 어린 2007년생 잉글랜드 공격수 무어가 출전 기회를 얻어 베르너, 브레넌 존슨과 선발 공격진을 이뤘다. 양민혁과 동갑인 스웨덴 미드필더 루카스 베리발도 후반 교체투입으로 기회를 얻었다. 둘 모두 이미 토트넘 1군 경기에 출전한 적이 있다.

이날 토트넘이 상대한 탬워스는 잉글랜드에서 전국 단위로 운영되는 리그 중 가장 낮은 단계의 내셔널리그에서도 이번 시즌 24개 팀 중 16위에 머문 팀이다.

샌드위치 업체 사장, 벽돌 기술자, 금융 상담사, 아카데미 코치 등 본업이 따로 있는 '파트 타임' 선수들이 즐비하다.



앤디 피크스 감독조차 한 대학에서 학습 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업무를 보며 감독 일을 병행하다가 이번 토트넘과의 대결이 성사되면서 정규 계약을 체결했을 정도로 축구 환경에선 토트넘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팀이다.

토트넘은 이런 팀을 상대로 주전급 선수를 다수 내보내고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후반 90분간 펼쳐진 모습은 토트넘이 5부리그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물론 악조건은 있었다. 약 4000석 규모의 '더 램 그라운드'는 그라운드와 관중석의 거리가 무척 가깝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바로 뒤에 관중석이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일부 관중석은 입석으로 운영돼 정겨우면서도 어수선한 분위기를 이뤘다. 그라운드는 인조 잔디라 토트넘으로선 경기력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었다.

킥오프도 지연됐다. 탬워스 골키퍼가 서 있던 쪽 골대의 크로스바 쪽 그물에 구멍이 난 하자가 발견된 것이다.

본업이 '건물 측량사'인 자스 싱 골키퍼가 직접 고쳐보려다가 여의치 않자 다른 선수가 동료의 목말을 타고 올라가 테이프로 그물을 크로스바와 연결하는 보기 드문 장면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홈팀은 골대 수리 성공한 것에 고무된 듯 전반 시작하자마자 공격을 감행했다. 골대를 고찬 탬워스 측면 공격수 베크-라이 에노루가 경기 시작 약 30초 만에 드리블로 페널티 지역 왼쪽을 돌파해 슈팅을 날려 경기 초반 안팎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주전 골키퍼 굴리에모 비카리오의 부상, 후보 골키퍼 프레이저 포스터의 부진 등으로 최근 영입된 체코 출신 킨스키가 몸을 날려 쳐냈다.



전반 32분엔 토트넘 미드필더 제임스 매디슨이 오른발 중거리 슛을 날렸으나 싱 골키퍼가 귀신 같이 막아내며 작은 경기장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렸다.

후반에도 싱을 비롯한 탬워스 수비진의 육탄 방어를 좀처럼 뚫지 못한 토트넘은 후반 23분 무어와 미드필더 파페 사르를 빼고 주전 스트라이커 도미니크 솔란케와 베리발을 내보냈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번 시즌 손흥민 백업으로 나서고 있는 전 독일 국가대표 베르너가 탬워스전에선 원톱으로 보직을 바꿔 후반 여러 차례 골찬스를 잡았으나 볼을 연달아 허공에 날리며 홈팀 관중들의 웃음을 샀다.

독일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게 맞나 싶을 정도의 형편 없는 경기력과 결정력이었다. 텅 빈 골문에 헤더슛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임대 신분인 그의 조기 복귀론이 나오는 이유가 이해가 갈 정도였다.



100억원이 넘는 고액 연봉자들의 부진 속에 토트넘은 오히려 후반 막판 상대에 두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내주며 FA컵에서 5부리그 팀에 져 탈락하는 충격적인 결과를 낳을 뻔 했다.

이번 시즌부터 비길 경우 재경기 없이 연장전, 승부차기에 돌입하는 규정에 따라 연장전에 접어들었다. 손흥민과 쿨루세브스키, 제드 스펜스까지 그라운드에 들어가면서 토트넘이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했고 3골이 터졌다.

특히 비시즌 기간 국내 인조잔디 조기축구 팀과 곧잘 경기하던 손흥민이 탬워스전 그라운드 환경에도 동요하지 않고 차근차근 경기를 풀어나갔다.

결국 연장 전반 11분 상대 자책골이 나왔다. 손흥민이 아크 정면 먼거리에서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찔러준 킥을 존슨이 받았다, 존슨이 반대편에서 넘겨줬는데 볼은 후반 중반 교체로 들어온 토트넘 주전 공격수 도미니크 솔란케의 발을 맞고 상대 선수 몸을 맞은 뒤 골라인을 넘어갔다. 선제골이 됐다.

추가골은 연장 후반 2분에 터졌다. 손흥민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상대 수비를 드리블 돌파로 제친 뒤 페널티지역 안으로 파고들던 쿨루세브스키에 패스를 내줬다. 쿨루세브스키의 왼발 대각선 슛이 골망을 흔들었다.



토트넘의 골 폭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 시즌 오른쪽 날개 주전으로 뛰고 있는 웨일스 국가대표 존슨이 연장 후반 13분 3-0 승리를 확정짓는 쐐기골을 넣었다.

스코어는 완승이었지만 개운치 않은 완승이었다. 이겼지만 '프리미어리그 빅클럽'이라는 자존심에 스스로 먹칠을 하고 말았다. 5부리그 하위권 구단과의 단판 승부에서 전후반을 0-0으로 비긴 뒤 연장전에서 승리한 것에 대해 영국 언론에서도 "토트넘이 1.5군으로 5부리그 팀을 이기지 못했다"며 쓴소리를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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