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양민혁 왜 명단에서 뺐나.
18세 한국인 공격수 양민혁이 예상과 달리 새 팀 데뷔를 이루지 못한 가운데 그가 몸 담고 있는 토트넘은 5부리그 팀과의 원정 경기에서 졸전을 펼치며 전반전을 0-0으로 마쳤다.
토트넘의 이번 시즌 부진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선수들의 실력 부족, 감독의 전술 부족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다.
토트넘은 12일(한국시간) 오후 9시30분 영국 탬워스의 더 램 그라운에서 탬워스FC(5부)와 2024-2025시즌 FA컵 3라운드(64강) 원정 경기를 치르고 있다. 토트넘은 1부 빅클럽인데 반해 탬워스는 선수들 대다수가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세미프로 구단이다. 홈구장도 4000명 정도 수용가능할 정도로 작다.
초반부터 토트넘이 맹공을 펼치며 골퍼레이드를 할 줄 알았으나 실제론 달랐다. 전반 중반부터 슈팅을 날리며 홈팀을 압박했으나 강한 저항에 막혀 전반전 득점에 실패했다.
이날 토트넘은 4-3-3 전형을 내세웠다.
안토닌 킨스키가 골문을 지키고, 세르히오 레길론, 라두 드라구신, 아치 그레이, 페드로 포로가 백4를 구성했다. 중원은 파페 사르, 이브 비수마, 제임스 매디슨이 지켰다. 최전방 스리톱에 마이키 무어, 티모 베르너, 브레넌 존슨이 이름을 올렸다.
토트넘 주장 손흥민은 벤치 명단에 포함됐다.
이날 국내 팬들의 관심사였던 양민혁의 토트넘 1군 데뷔전은 성사되지 않았다. 양민혁은 직전 경기였던 지난 9일 리버풀과의 리그컵 준결승에선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비록 출전하진 않았으나 5부리그 구단과 싸우는 FA컵에선 선발 혹은 교체 투입이 예상됐다.
그러나 토트넘을 이끄는 호주 출신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냉정했다.
전날 탬워스전 기자회견에서 "5부 팀이라고 해서 유스 선수들을 잔뜩 집어넣지 않겠다. 상대를 존중하겠다"고 했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실제 명단에서도 1군 데뷔전을 치르는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을 만큼 1.5군 정도의 라인업을 꾸렸다.
그럼에도 교체 명단엔 양민혁이 지난 리버풀전처럼 포함될 것으로 보였으나 아니었다. 양민혁은 토트넘이 탬워스과 격돌할 때부터 기대됐던 이른 데뷔전에 실패했다.
2024시즌 강원FC에서 프로에 데뷔한 뒤 온전히 한 시즌을 소화하며 강원의 역대 최고 성적에 해당하는 준우승에 기여한 양민혁은 당초 휴식을 취하고 내년 1월 토트넘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토트넘 측의 조기 요청으로 인해 예상보다 빨리 런던으로 향하게 됐다.
양민혁은 지난 6월 구단과 프로 계약을 맺으며 단 6개월 만에 준프로에서 정식 프로 선수로 발돋움했다. 이후 토트넘이 시즌 초중반부터 양민혁에게 관심을 보였고, 지난여름 양민혁의 토트넘 이적이 확정됐다.
2024시즌을 마친 뒤 토트넘에 합류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토트넘을 이끄는 포스테코글루는 이달 초 양민혁을 두고 "프리미어리그와 차원이 다르게 수준이 낮은 지구 반대편에서 왔다"며 당장 실전 투입보다는 적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논란이 됐다.
결국 탬워스전 명단 제외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발언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님이 드러났다.
영국 매체 풋볼런던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는 지난 3일 양민혁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표정을 찡그린 뒤, "지금은 (양민혁의 출전에 대해) 특별한 계획이 없다. 그는 아직 매우 어린 선수다. 경쟁 수준이 여기서 마주하게 될 수준과는 전혀 미치지 못하는 지구 반대편에서 온 선수"라며 "양민혁이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저 이르게 그가 적응하고 그럴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면서 "진짜 계획은 없다. 그저 그에게 맡기고 그가 어떻게 적응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양민혁은 지난 4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를 벤치가 아닌 관중석에 지켜봤다. 이후 9일 리버풀과의 2024-2025시즌 카라바오컵 준결승 1차전을 앞두고 등번호 18번을 배정 받아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경기에 나서지는 못했다.
영국 현지 언론도 양민혁이 FA컵에서 토트넘 데뷔전을 가질 것으로 내다봤기에 명단 제외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영국 '풋볼 런던'은 "양민혁은 이번 주말에 토트넘에서 데뷔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라며 "양민혁은 1월 1일에 공식적으로 토트넘에 합류했고, 그는 몇 주 동안 새로운 팀원들과 포스테코글루의 방식을 알아가는 데 시간을 보냈다"라고 밝혔다.
이어 "양민혁은 리버풀과의 카라바오컵 경기에서 벤치에 있었지만 1분도 뛰지 못했다"라며 "따라서 탬워스전에서 양민혁이 등장할 가능성은 상당히 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선발이든 교체 선수이든 말이다"라며 선발 출전이 아니더라고 토트넘 1군 데뷔전을 가질 것으로 봤다.
이날 데뷔전이 불발되면서 양민혁은 언제 1군 데뷔를 할지 불투명하게 됐다. 프리미어리그에선 토트넘이 12위에 그친 상황이라 양민혁처럼 프리미어리그 경험이 없는 어린 선수를 쓸 여유가 없다.
리그컵은 이미 4강 2차전과 결승(준결승을 이길 경우)만 남겨놨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역시 리그 페이즈 7~8차전은 등록이 불가해 뛸 수 없다. 토너먼트는 양민혁이 뛰기 쉽지 않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 FA컵 32강에서 약팀을 만나면 출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탬워스전 기용 패러다임을 보면 2~3부팀과 붙더라도 출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토트넘은 졸전 끝에 전반전을 비겼다.
전반 초반 홈팀에 수 차례 슈팅 찬스를 내주며 웃음거리가 됐던 토트넘은 전반 32분 매디슨의 중거리포를 시작으로 추격전에 나섰으나 상대 골키퍼의 선방 등으로 득점에 실패했다. 토트넘 선수들은 인조잔디 구장에 익숙하지 않은 듯 가벼운 몸놀림은 아니었다.
경기 흐름이 이 추세로 갈 경우 후반엔 손흥민이 출격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사진=연합뉴스 / 토트넘 홋스퍼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