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해 불공정·불합리한 절차 등을 이유로 '회장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며 판도 흔들기에 나섰던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기각되더라도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밝혔다.
허정무 후보는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그동안의 선거 운동 진행 과정과 공약 등을 발표했다.
오는 8일 치러질 이번 선거에는 정몽규 현 회장,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스포츠기록분석학과 초빙교수, 허정무 전 감독(이하 기호순)이 출마했다.
지난해 11월 25일 출마를 공식 선언한 허 후보는 후보자 등록 후인 지난달 30일 '회장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허 후보 측은 회장 선거가 진행되는 1월 8일이 프로 1, 2부 구단들의 대부분 해외 전지훈련 중이며 선거가온라인 방식 없이 오프라인 직접 투표로만 이뤄져 이들이 사실상 배제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미제출을 이유'로 규정(최대 194명)보다 21명이 적은 선거인단을 구성하는 등 선거 관리가 불합리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가처분 신청 배경을 설명했다.
만약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다면, 투표 일정이 미뤄지며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유리할 것으로 보였던 선거 판도 역시 바뀔 수 있는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날 기자회견서 허 후보는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걸 알고 시작했지만 축구협회와 선거운영위원회는 예상을 뛰어넘는 불공정의 극치"라고 말했다.
가처분 신청을 한 이유로는 "축구 팬들이나 축구인들이 많은 것을 모르고 있어 이를 알리고, 이번에는 어떻게든 치르더라도 다음부터는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며 "언론 등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 "(가처분 신청이) 내가 투표를 배제하거나 회피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축구하다가 심판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혹은 운동장 상태가 나쁘다고 중단하는 사례는 없다.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강조했다.
신문선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서도 "완주에는 변함이 없다. 후보 단일화는 항상 열어놓고 있다. 한국 축구를 위한 마음이 통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후보자 정책토론회도 제안한 허 후보는 "선거운영위원회에 이런 문제점을 매번 질의해왔는데 묵묵부답으로 무애다가 지금 사전 투표 혹은 전지훈련에 나가 있는 선수들에 대한 것도 어제 불가하다고 통보 받았다"며 "정몽규, 신문선 후보와 공개 토론이라도 했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공개 토론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토론회가 열릴 경우 허 후보는 정 후보에게 문제점으로 언급하고 싶은 사안에 대해 "선거 관리나 협회 운영도 좋다"며 "어떤 문제라도 국민들, 팬들이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토론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제를 제기했던 선거인 명부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불공정하다. 상급 기관인 대한체육회도 틀린 거다. 일정, 선거인 명부, 참관인 등 모든 걸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모두가 깜깜이다. 아는 게 없다. 다시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이래선 안 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스템이 어떻게 돼 있는지를 모른다. 그것도 공개해야 한다. 선거운영위원회 명단을 공개하고 각 후보자 측에서 그 명단을 살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거 자체가 없다. 회의가 몇 번 이뤄졌는지, 회의록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이기에 규정이 잘못됐다, 잘됐다를 떠나 실행 과정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토론회를 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 자리를 빌어 나도 제안하겠다. 메아리가 있어야 한다. 답이 있어야 소리치는 사람도 의미가 있다. 아무리 얘기해도 답이 없다면 맥 빠지는, 김 빠지는 상황이다. 언론을 통해 제안했으나 그에 대한 답이 없는 걸로 안다"면서 "내가 구체적으로 제안한 적은 없다. 제의가 왔고, 그래서 언제든지 하겠다고, 환영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마 선언에서 투명, 공정, 육성, 균형, 동행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던 허 후보는 ▲ 지도자 선발 시스템 개선과 대표팀 경쟁력 강화를 통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상위 10위권 진입 ▲ 심판연맹 신설 및 처우개선 ▲ 해외 거점을 통해 유소년 해외 진출 지원 ▲ 여자축구 활성화를 위해 도시별 순회대회 등 대회 확대, 여자 선수 연봉 제한 ▲ 2031년 아시안컵 남북한 공동 유치 등 축구 외교력 및 국제협력 강화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허 후보는 "평생 스포츠인으로 살아오면서 페어플레이 정신을 지켰다.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신중하게 고민해 무엇이 축구 발전을 위한 길인지 수일 내로 결정할 거다. 대한민국 축구 미래 100년을 위해 뛰겠다. 대한민국이 월드컵 8강 이상, 글로벌 10위권 안에 들도록 노력할 것이다. 선수, 행정가, 경영인을 모두 경험한 내가 모두 해내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