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대한민국 수비수 김지수(브렌트포드)가 프리미어리그 명문 아스널 상대로 날카로운 패스 실력을 뽐냈다.
브렌트포드는 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지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 홈경기에서 1-3으로 패했다.
이날 브렌트포드는 전반 13분 브라이언 음뵈모의 선제골로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했으나 전반 29분 가브리엘 제수스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전반전을 1-1로 마친 브렌트포드는 후반 5분 미켈 메리노에게 역전골을 허용했고, 3분 뒤 가브리엘 마르티넬리에게 추가골을 내줘 1-3 역전패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아스널전 패배로 브렌트포드는 승점 24(7승3무9패)를 유지해 프리미어리그 12위 자리에 머물렀다. 반면에 아스널은 승점을 39(11승6무2패)로 늘려 한 2위로 도약하면서 한 경기 덜 치른 선두 리버풀(승점 45)과의 승점 차를 좁히는데 성공했다.
한편 이날 국내 축구 팬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 장면이 나왔다. 바로 벤치에 있던 김지수의 후반전 교체 출전이다.
1-3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브렌트포드를 이끄는 토마스 프랭크 감독은 후반 30분 교체 카드를 4장 사용했다. 이때 김지수는 센터백 세프 판덴베르흐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김지수는 후반 추가시간을 포함해 약 19분 정도 경기를 뛰었다. 이때 가브리엘 제수스, 레안드로 트로사르, 가브리엘 마르티넬리 등을 상대로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축구통계매체 '풋몹'에 따르면 이날 김지수는 교체로 나와 패스 성공률 95%(20/21), 롱패스 성공률 67%(2/3) 등을 기록하며 세계 최고의 명문 클럽 중 하나인 아스널 상대로 정확한 패스 실력을 뽐냈다.
아스널전은 김지수의 2025년 새해 첫 경기이자 커리어 두 번째 프리미어리그 경기이다. 김지수는 지난달 28일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과의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원정 경기이자 2024년 마지막 경기에서 교체로 나와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가졌다.
지난 2023년 여름 브렌트포드에 합류한 김지수는 B팀에서 1년간 적응기를 보낸 뒤 2024-25시즌을 앞두고 1군 멤버로 승격됐다.
김지수는 지난해 9월 레이턴 오리엔트(3부리그)와의 2024-25시즌 카라바오컵 3라운드(32강)에서 후반전 교체로 나와 1군 데뷔전을 가지기도 했지만 1군 경쟁은 만만치 않았다.
브렌트포드 1군에서 김지수가 경쟁해야 하는 센터백 자원은 네이선 콜린스, 크리스토페르 아예르, 세프 판덴베르흐, 에단 피녹, 벤 미까지 무려 5명이나 있다. 경쟁자가 너무 많다 보니 김지수는 벤치 명단에 이름을 올려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브라이턴과의 18라운드 전까지 김지수는 브렌트포드가 전반기에 치른 프리미어리그 17경기에서 단 4번만 벤치 명단에 포함됐다. 나머지 13경기에선 명단 제외를 당했다.
결국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후반기에 노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김지수는 2024년 마지막 경기에서 교체로 나오면서 프리미어리그 첫 경기를 치렀다.
짧은 출전시간이었지만 김지수에게 브라이턴 원정은 잊지 못할 경기가 됐다. 경기 후 김지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길고 긴 시간, 멀고 먼 길이였습니다"라며 "이 순간만을 꿈꾸며 지금까지 땀을 흘려왔고 그 순간이 마침내 이루어져 너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이어 "조건 없는 사랑과 믿음을 주신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감사드리고, 도와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지인분들과 팬분들께 감사드립니다!"라며 지금까지 응원을 보내준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로써 김지수는 15번째 프리미어리거이자 센터백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 뛴 최초의 코리안리거가 됐다. 김지수 이전에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었거나 뛰고 있는 선수는 총 14명이었지만, 이 중 센터백으로 데뷔한 선수는 없었다.
또 김지수는 박지성부터 시작된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역사에 최초의 2000년대생 선수이고, 2021년 9월 데뷔한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 이후 4년 3개월 만에 프리미어리그 그라운드를 누비는 코리안리거로 등록됐다.
데뷔전을 가진 김지수는 곧바로 프리미어리그 선발 출전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아스널전을 앞두고 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은 브렌트포드의 아스널전 선발 명단을 예상할 때 김지수가 선발로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김지수가 예상 라인업에 포함된 건 현재 브렌트포드에 부상자가 많기 때문이다. ESPN에 따르면 아스널전을 앞두고 부상자 명단에 오른 브렌트포드 선수만 무려 11명이다. 특히 부상자 11명 중 수비수가 6명이나 돼 정상적인 스쿼드를 가동할 수 없는 상태라 김지수가 아스널전에 선발로 출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결과적으로 김지수는 아스널전 때 선발이 아닌 벤치에서 출발했다.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그는 후반전에 다시 한번 출전 기회를 얻었고, 짧은 출전 시간이었지만 아스널 상대로 실점을 허용하지 않고 정확한 패스 기술을 뽐내며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성공했다.
사진=김지수, 브렌트포드 SNS, 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