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이겼고 선두를 바짝 추격하는 상황이다.
박수를 쳐도 부족한 승리였지만 사령탑은 화가 났다. 이탈리아 언론은 "그가 라커룸을 폭파시켰다"고 표현했다.
지난해 3월까지 손흥민 소속팀인 잉글랜드 토트넘을 지휘했던 이탈리아 명장 안토니오 콘테 감독 얘기다. 콘테 감독은 지난여름부터 김민재 전 소속팀인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 지휘봉을 잡아 이끌고 있다.
나폴리는 김민재이 철벽 수비를 펼치고 빅터 오시멘과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가 공격에서 맹위를 떨치던 2022-2023시즌에 이탈리아 1부리그인 세리에A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디에고 마라도나가 뛰던 1990년 이후 33년 만에 일궈낸 기적 같은 우승이었다.
그러나 김민재가 떠나고 우승 감독 루치아노 스팔레티와 우승 단장 크리스인 지운톨리가 떠난 지난시즌은 참혹했다. 감독이 두 번이나 바뀐 끝에 10위에 그쳤다. 우승으로 쌓은 탑이 1년 만에 무너져내렸다.
나폴리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 유벤투스와 인터 밀란에서 세리에A 우승을 맛 본 콘테 감독을 데려왔다.
콘테 감독 역시 토트넘에서 사실상 경질됐기 때문에 명예회복이 필요했다. 이탈리아 남부로 내려와 나폴리 지휘봉을 잡았다.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개막전에서 엘라스 베로나에 0-3으로 충격패하는 시련을 겪었지만 12승 2무 3패(승점 38)를 기록, 반환점을 두 경기 남겨둔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다. 1위가 돌풍의 팀 아탈란타로 승점 40이다. 나폴리는 한 때 1위를 달리기도 했다.
아탈란타와 라치오에 한 차례씩 패하면서 순위가 한 칸 내려왔다.
그래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고 22일엔 제노아 원정에서 2-1 승리를 거뒀는데 콘테 감독은 라커룸 분위기를 먼저 박살 낸 것이다.
이유가 있었다. 제노아는 승점 16으로 13위에 그친 중하위권 팀인데 나폴리는 전반 안드레-잠보 앙기사, 아미르 라흐마니의 연속골로 훌쩍 달아나고도 후반전에 고전한 것이다. 후반 6분 만에 만회골을 내주면서 홈팀에 혼이 난 끝에 한 골 차로 이겼다.
23일 이탈리아 유력지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콘테 감독은 경기 종료 직후 라커룸을 폭파시켰다"며 "승리를 축하하지도 않았고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덕담을 건네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어 "나폴리는 후반전에 끝장낼 수 있는 경기를 망칠 뻔했다. 콘테 감독은 크리스마스 휴가를 없애 버릴 생각도 했다"고 보도했다.
나폴리가 나름대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경기력에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다보니 콘테 감독이 충격요법을 단행한 것이다.
나폴리는 이번 시즌 세리에A 우승후보론 꼽히지 않고 있다. 승점 34로 3위인 디펜딩 챔피언 인터 밀란이 여전히 1순위 우승후보다. 나폴리는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는 4위 유력 후보로 꼽힌다.
챔피언스리그만 진출하면 콘테 감독도 성공하는 셈이다. 나사 풀린 구단 나폴리에 와서 팀 분위기를 다잡은 콘테 감독이 챔피언스리그 진출 혹은 우승으로 토트넘에서 망가진 명예를 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 엑스포츠뉴스DB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