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아이돌, 그 안에는 자신만의 예술을 창작하거나 표현하는 아티스트들이 존재합니다. 나아가 홀로서기에 성공한 아티스트들은 자신만의 예술을 더욱 확장시켜 나갑니다. 멤버 '개인'을 아티스트로 집중 조명하는 엑스포츠뉴스만의 기획 인터뷰 '아이돌티스트'. 엑스포츠뉴스가 만난 '아이돌티스트' 열아홉번째 주인공은 그룹 BLK(비엘케이) 출신의 가수 겸 보컬트레이너 태빈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예나 기자)
([아이돌티스트] ①에 이어) 누구보다 친절하고 따뜻한 그는 왜 이토록 자신에게 인색했을까.
"저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다. 저에 대한 사랑을 줄 수 없었다."
태빈은 단호했다. 이토록 이해심 깊고 마음이 넓은 그가 왜, 스스로에게는 사랑을 줄 수 없다고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과거로 돌아가야 했다. 그저 꿈 많고 열정으로 가득하던 그 시절 태빈에게로.
"초등학교 1학년 때 가수의 꿈을 처음 꾸게 됐다. 하루는 음악 방송 무대를 보는데 춤추고 노래하는 가수들이 너무 멋있어 보이더라. 이때부터 각종 동요 대회, 장기 자랑 무대에 나갔다. 사람들이 저를 향해 환호하고 제 무대를 좋아하는 자체가 너무 좋았다."
그 시절 태빈은 티 없이 맑았다.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이 좋던 아이. 이를 왜곡 없이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감사하게 여길 줄 아는 시절이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태빈. 첫 오디션에서 선글라스를 낀 채 막춤을 췄는데 그의 끼를 알아본 관계자에 의해 연습생이 됐다. 하지만 여기서 반전은 당시 지금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몸집의 소유자였다는 것.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아이돌 비주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 저를 아이돌 연습생으로 뽑았는지 물었는데 '아이돌 비주얼은 아니지만 내재된 끼가 있다'고 높이 평가해 줬다. 그런데 아이돌 연습생이 되니까 스스로 이렇게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꿈에 대한 열망이 강했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저를 믿어준 만큼 스스로 보여줘야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3개월 동안 20kg 체중 감량에 성공. 돌이켜 보면 이때부터 시작된 스스로에 대한 비난, 질책, 공격의 말들. 설상가상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해 머리카락이 빠지고 처음의 매력이 사라지는 역효과까지 발생, 이를 트집 잡아 폭언하고 괴롭히는 이까지 등장하면서 더 이상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없었다는 태빈이다.
감사하게도 이 같은 정신적인 피해,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엄격한 잣대는 다음 소속사에서 막을 내렸다. 그제서야 처음으로 더 이상 비주얼이나 인간 관계에 대한 고민이 아닌, 노래와 춤 등 아주 기본적인 실력에 대한 걱정을 할 수 있었다는 아이러니.
"다음 소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노래와 춤 실력에 대한 걱정을 하게 됐다. 그게 너무나도 당연한 건데, 이전까지는 외모라든지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늘 힘들어 했던 거다. 어쩌면 너무나도 기본적인 것들을 그제서야 고민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그게 너무나도 감사하더라."
지난 아픔과 상처를 두고 태빈은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원동력이자 밑거름이 되었다고 했다. 밝고 긍정적인 매력이 인상적인 태빈, 감히 입에 담기 힘든 고통을 딛고 지금의 훌륭한 가수이자 보컬트레이너로 성장할 수 있기까지 그가 얼마나 노력했을지 고스란히 전해지는 순간.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태빈이기에 그와 함께하는 이들을 향해 진심 어린 조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이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나'를 지키는 방법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일단 '나'를 지키는 게 처음이다. 스스로를 지키지 못할 정도로 무리할 필요가 없다. 주변에 세상을 먼저 떠나는 분들이 너무 많았다. 그런 일들은 이제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어린, 그렇게 떠난 그들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리고 그는 단 한 사람을 언급했다. 태빈에게는 여전히 반짝이고, 찬란하고, 아름다운 故구하라다. 태빈은 그의 첫 솔로 데뷔 앨범 수록곡 '레이니 데이(Rainy Day)'에 가창자로 이름을 나란히 올리며 '신예 스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바 있다. 그에게는 너무나도 고맙고 잊을 수 없는 존재다.
"어느덧 선배가 떠난 나이보다 지금의 제 나이가 더 많게 될 정도로 세월이 흘렀다. 당시도 선배는 한류 스타 절정의 스타인데도 저를 비롯한 연습생들 한 명 한 명 어울리는 곡을 추천해 주고 가르쳐 줄 정도로 열정적이고 친절한 선배였다. 어느날 연습생들에게 과제를 주셨는데, 제가 제일 준비를 잘 해왔다면서 솔로 데뷔 앨범에 들어가는 기회를 주셨다. 저로서는 꿈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그저 연습생으로서 카라 선배들을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성덕이라 생각했는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구하라 선배의 솔로곡 피처링으로 이름을 올린다니 정말 기쁘고 꿈같았다."
"선배가 워낙 화려하고 비주얼이 출중해서 상대적으로 실력이나 열정이 저평가받은 부분이 지금도 안타깝다.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주변 사람들도 잘 챙기던 분이었다. 조심스러운 마음도 있지만, 이제는 꼭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렇게 꿈을 실현시켜준, 그에게 기쁨과 행복을 안겨준 그는 어느날 갑자기 떠났다. 군대에서 비보를 들었다는 태빈은 당시를 떠올리며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고 토로하기도.
"이제 그 누구도 떠나질 않기를 바란다. 저도 소속 그룹이 갑자기 해체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할 때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 30대 초반의 나이에 돌이켜 생각해 보니 당시 20대 중반인 나이가 너무 어리고, 무엇을 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이라는 생각이 든다."
7년 넘는 아이돌 연습생 생활, 아이돌 그룹 데뷔 후 갑작스러운 해체, 지금의 보컬트레이너로 활동하기까지 태빈은 "키즈 모델 말고는 다 할 수 있다:란 마인드로 살아왔다 했다. 스스로 더 강해지기 위한 노력, 마음을 단단하게 먹고 또 먹고. 이는 더 이상 업계에서, 꿈 많고 열정으로 가득한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세상을 떠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태빈의 간절한 소원이 되었다.
"나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러브 마이셀프' 꼭 기억하세요!"
([아이돌티스트] ③에서 계속)
사진=엑스포츠뉴스 DB, 태빈
김예나 기자 hiyena07@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