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돌발 행동으로 퇴장당한 마누엘 노이어는 김민재를 비롯한 바이에른 뮌헨 동료들에게 사과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 우승에 도전하던 바이에른 뮌헨의 무패행진에 제동을 건 것은 다름아닌 2011년부터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고 있는 베테랑 수문장 노이어였다. 노이어는 경기 도중 공격적인 성향을 참지 못해 상대와 충돌, 전반 17분 퇴장이라는 대참사를 내며 패배의 원흉이 됐다.
최근 경기에서 철통 수비를 자랑하던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가 분투했지만 바이에른 뮌헨은 결국 후반 24분 상대 공격수의 일격에 선제 결승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바이에른 뮌헨의 독일축구연맹(DFB) 포칼컵 우승 도전도 그렇게 끝났다. 이제 바이에른 뮌헨은 독일 분데스리가 혹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가 아니면 우승에 도전할 길이 없다.
뱅상 콤파니 감독이 이끄는 바이에른 뮌헨은 4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에 위치한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4-25시즌 DFB 포칼 16강전에서 레버쿠젠에 0-1로 패배했다. 후반 24분 콤파니 감독의 옛 제자인 네이선 텔라가 선제 결승포를 터트리며 전 스승에게 비수를 꽂았다.
레버쿠젠전 패배로 바이에른 뮌헨의 무패행진도 8경기에서 끝났다. 바이에른 뮌헨은 최근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등 공식경기에서 7승 1무를 기록 중이었는데, 레버쿠젠전에서 뜻하지 않게 무릎을 꿇으면서 무패 기록을 늘리지 못했다. 지난 10월 바르셀로나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 이후 오랜만에 당하는 패배다.
바이에른 뮌헨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진 해리 케인을 명단에서 제외한 대신 김민재, 우파메카노, 요주아 키미히, 마이클 올리세, 리로이 사네 등 주전 선수들을 대다수 선발로 투입했다. 주전급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 중에 레버쿠젠전에 선발로 출전하지 않은 선수는 부상당한 케인이 유일했다.
레버쿠젠도 피에로 인카피에, 요나탄 타, 로베르트 안드리히, 알레한드로 그리말도, 그라니트 자카, 엠마누엘 프림퐁, 플로리안 비르츠 등을 선발로 내보내면서 총력전을 벌였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무패우승을 달성했으나 이번 시즌에는 도통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레버쿠젠은 DFB 포칼에서라도 우승컵을 가져오겠다는 의지였다.
바이에른 뮌헨이 포문을 열었다. 전반 7분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한 킹슬리 코망이 키미히의 패스를 받아 과감한 슈팅을 날렸지만 빗나갔다. 레버쿠젠도 전반 11분 비르츠의 슈팅으로 맞섰으나 비르츠의 슈팅 역시 득점이 되지는 않았다.
경기 초반부터 레버쿠젠을 거세게 몰아붙인 바이에른 뮌헨이 이 분위기를 이어가려고 했으나 변수가 터지면서 흐름이 꺾였다. 노이어가 상대 공격수의 침투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범한 파울로 퇴장을 당했다.
전반 17분 레버쿠젠의 측면 공격수로 나선 프림퐁이 바이에른 뮌헨 뒷공간을 파고들면서 동료의 패스를 받기 위해 질주했는데, 수비수들의 복귀가 늦어졌다고 판단한 노이어가 골문을 비우고 페널티지역 바깥쪽까지 나왔다.
노이어는 공에 태클을 시도하는 대신 프림퐁에게 몸통을 부딪혔다. 노이어가 등을 돌린 상태였기 때문에 다행히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프림퐁이 속도가 붙은 상태였기 때문에 충분히 큰 부상이 생길 수도 있었던 위험한 상황이었다. 주심은 노이어에게 곧장 레드카드를 꺼냈고, 노이어는 자신의 커리어 처음으로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당황한 바이에른 뮌헨 벤치는 사네를 불러들이고 이스라엘 출신 골키퍼 다니엘 페레츠를 내보냈다. 페레츠는 몸을 풀 새도 없이 노이어를 대신해 골키퍼 장갑을 껴야 했다.
바이에른 뮌헨의 필드 플레이어가 한 명 빠진 틈을 타 레버쿠젠이 공격을 몰아쳤다. 전반 21분과 전반 29분 자카와 노르디 무키엘레의 연이은 슈팅이 나왔지만 바이에른 뮌헨 골문을 열지는 못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한 명이 빠진 상황에도 레버쿠젠에 밀리지 않고 더욱 공격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전반 32분 무시알라의 패스를 받은 라이머의 슈팅이 대표적이었다.
노이어 대신 들어간 페레츠는 나름대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전반 33분 레버쿠젠의 역습에서 비르츠가 찌른 패스를 프림퐁이 받아 일대일 상황에서 슈팅을 시도했지만 페레츠가 침착하게 막아내면서 팀을 구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전반 39분 라이머의 슈팅과 전반 43분 고레츠카의 슈팅으로 레버쿠젠 골문을 위협하는 등 수적 열세에 처한 팀답지 않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김민재도 전반전 추가시간 코망이 올린 공을 헤더로 돌려놓으며 선제골을 노리는 등 힘을 보탰다. 그 덕에 바이에른 뮌헨은 한 명이 없는 채로도 전반전을 0-0으로 마쳤다.
여유가 있는 쪽은 레버쿠젠이었다. 레버쿠젠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안드리히를 스트라이커 패트릭 쉬크와 바꿨다. 더욱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선제골 임무를 받고 교체 투입된 쉬크는 후반 16분 부상을 입었다. 라이트백 무키엘레도 마찬가지로 부상을 당해 레버쿠젠은 눈물을 머금고 쉬크와 무키엘레를 아르투르, 텔라와 급하게 교체해야 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했던 이 교체가 팀에 선제골을 안겼다. 후반 24분 텔라가 그리말도의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해 바이에른 뮌헨의 골문을 열었다. 그리말도의 날카로운 크로스와 텔라의 정교한 헤더가 돋보인 선제골 장면이었다.
다급해진 콤파니 감독은 실점한 직후 사샤 보이, 알렉산다르 파블로비치, 세르주 그나브리를 동시에 투입했고 후반 39분에는 김민재 대신 최전방 공격수 마티스 텔을 투입하는 등 공격의 고삐를 당겼으나 끝내 레버쿠젠 골문을 열지 못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한 명이 빠진 상황에서도 점유율 58%, 슈팅 14회(유효슈팅 2회), 패스 성공 420회, 코너킥 12회 등 여러 지표에서 레버쿠젠을 압도했으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발목 부상을 안고도 또다시 선발 출전한 김민재는 84분여를 소화하는 동안 패스 성공률 93%(43회 중 40회 성공), 긴 패스 성공 5회(6회 시도), 차단 1회, 클리어링 2회, 리커버리 3회, 공중 경합 성공 3회(4회 시도) 등을 기록했다. 전반전 추가시간에는 킹슬리 코망의 크로스를 헤더로 돌려놓으면서 레버쿠젠을 위협하기도 했다.
축구통계매체 '폿몹'은 김민재에게 평점 6.4점을 줬다. 김민재의 파트너인 우파메카노는 6.8점. 결승골을 내주며 패배하기는 했으나 이 패배의 원인이 센터백 듀오가 아닌 노이어에게 있다는 것을 감안한 듯한 점수였다.
노이어에게는 4.9점이 주어졌다. 노이어는 17분 동안 출전하면서 패스 성공 6회(9회 시도), 긴 패스 성공 3회(6회 시도)를 제외하면 별다른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