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해리 케인은 이번 시즌에도 무관의 한을 풀지 못하는 걸까.
바이에른 뮌헨이 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비해 그나마 우승 가능성이 높았던 독일축구연맹(DFB) 포칼에서 충격 탈락했다. 지난 시즌 2라운드에서 3. 리가(3부리그) 팀인 자르브뤼켄에 패배해 탈락했던 바이에른 뮌헨이 이번에는 독일 분데스리가 챔피언 바이엘 레버쿠젠에 0-1로 석패했다.
체급이 맞는 상대였지만, 패배가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베테랑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의 퇴장 떄문이다. 프로 통산 800경기 이상을 소화한 베테랑이자 바이에른 뮌헨과 독일 축구대표팀의 수문장 노이어는 레버쿠젠전에서 선발로 출전했으나 상대 공격수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전반 17분 만에 커리어 첫 레드카드를 받아 경기를 망친 주범이 됐다.
바이에른 뮌헨이 DFB 포칼에서 탈락하면서 케인의 무관 탈출 희망도 옅어졌다. 2022-23시즌까지 토트넘 홋스퍼에서 손흥민과 호흡을 맞췄던 케인은 개인 커리어에 우승 경력을 추가하기 위해 지난해 여름 토트넘을 떠나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는 결단을 내렸지만 첫 시즌을 무관으로 마쳤다. 이번 시즌에도 우승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뱅상 콤파니 감독이 지휘하는 바이에른 뮌헨은 4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DFB 포칼 16강전에서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챔피언 레버쿠젠에 0-1로 패배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레버쿠젠전 패배로 2시즌 연속 DFB 포칼에서 탈락했다.
콤파니 감독은 김민재를 비롯해 자말 무시알라, 다요 우파메카노, 마이클 올리세, 요주아 키미히, 알폰소 데이비스 등 주전 선수들을 모두 선발 출격시켰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케인은 명단에서 제외됐다.
바이에른 뮌헨은 초반부터 경기 주도권을 잡고 레버쿠젠을 압박했으나 전반 17분 만에 노이어가 퇴장당하는 변수가 터지면서 계획이 꼬였다.
노이어는 특유의 공격적인 성향을 억누르지 못하고 상대 공격수 침투를 저지하기 위해 골문을 비우고 나왔다가 레버쿠젠의 측면 공격수 엠마누엘 프림퐁과 강하게 충돌, 주심으로부터 레드카드를 받았다. 바이에른 뮌헨은 골키퍼 자리를 메우기 위해 레로이 자네를 불러들이고 다니엘 페레츠를 투입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노이어가 퇴장을 당해 수적 열세에 처한 와중에도 집중력을 발휘해 레버쿠젠의 공격에 맞수를 놓는 등 팽팽한 경기를 펼치며 전반전을 0-0으로 마쳤다.
그러나 견고했던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는 후반 24분 결국 무너졌다. 과거 번리에서 콤파니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네이선 텔라가 교체 투입된 이후 알레한드로 그리말도의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해 바이에른 뮌헨 골망을 흔든 것이다.
다급해진 콤파니 감독은 실점한 직후 사샤 보이, 알렉산다르 파블로비치, 세르주 그나브리를 동시에 투입했고 후반 39분에는 김민재 대신 최전방 공격수 마티스 텔을 투입하는 등 공격의 고삐를 당겼으나 끝내 레버쿠젠 골문을 열지 못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한 명이 빠진 상황에서도 점유율 58%, 슈팅 14회(유효슈팅 2회), 패스 성공 420회, 코너킥 12회 등 여러 지표에서 레버쿠젠을 압도했으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발목 부상을 안고도 또다시 선발 출전한 김민재는 84분여를 소화하는 동안 패스 성공률 93%(43회 중 40회 성공), 긴 패스 성공 5회(6회 시도), 차단 1회, 클리어링 2회, 리커버리 3회, 공중 경합 성공 3회(4회 시도) 등을 기록했다. 전반전 추가시간에는 킹슬리 코망의 크로스를 헤더로 돌려놓으면서 레버쿠젠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날 패배로 바이에른 뮌헨은 7경기 무패행진(6승 1무)을 마감하고 지난 10월24일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패배의 쓴잔을 들이켰다. 무관으로 마친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더블 이상의 성적으로 풀겠다는 꿈과도 멀어졌다.
바이에른 뮌헨의 DFB 포칼 탈락으로 눈길이 가는 선수는 바로 케인이다.
지난해 여름 토트넘에서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케인은 입단 첫 해 맹활약을 펼쳐 분데스리가 득점왕에 오르고 유러피언 골든슈(최다 득점자)를 수상하는 등 개인적으로 환상적인 시즌을 보냈지만 정작 목표였던 우승 커리어 추가에는 실패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12년 만에 무관으로 시즌을 마쳤고,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은 UEFA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에서 분투했으나 준우승에 그쳤다.
쉴 틈도 없이 곧바로 새 시즌에 돌입한 케인은 이번 시즌에는 반드시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일념을 갖고 시즌을 보내고 있으나 자신이 부상으로 빠진 사이 바이에른 뮌헨이 DFB 포칼에서 탈락하면서 가져올 수 있는 트로피가 하나 줄어들었다.
케인은 뮌헨 소속으로 DFL(독일축구리그) 슈퍼컵을 시작으로 DFB 포칼, 분데스리가, UEFA 챔피언스리그를 놓쳤다. 이어 이번 시즌 DFB 포칼을 또 놓쳤다. 우승을 밥 먹듯이 하는 뮌헨이 케인 입단 뒤 트로피 0개 수모를 당하는 중이다.
이제 바이에른 뮌헨이 이번 시즌에 우승을 노릴 수 있는 대회는 분데스리가와 UEFA 챔피언스리그만 남았다.
리그에서는 승점 30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나 이집트의 '뉴 파라오' 오마르 마무시를 앞세워 바이에른 뮌헨을 맹추격하고 있는 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승점 26)의 기세가 상당하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챔피언스리그는 더욱 불안하다. 바이에른 뮌헨은 리그 페이즈 1차전에서 대승을 거둔 이후 애스턴 빌라(잉글랜드)와 바르셀로나(스페인)에 연패를 당해 토너먼트 진출이 불가피해졌다가 최근 SL벤피카(포르투갈)와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에 연승을 거둬 간신히 13위로 올라온 상태다.
토너먼트로 직행하려면 8위 내에 들어야 하는데 남은 경기에서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와 페예노르트(네덜란드) 등 까다로운 상대들이 바이에른 뮌헨을 기다리고 있어 낙승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또한 토너먼트에 진출하더라도 전통의 강호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나 이번 시즌 잘나가고 있는 리버풀(잉글랜드) 등 강적들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우승으로 가는 길도 험난할 예정이다.
이미 뮌헨 SNS 등엔 "케인 또 울었지?", "케인 저주 강력하다" 등의 댓글이 계속 올라오는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