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한 때 불타올랐던 손흥민의 바르셀로나 이적설이 끝났다.
바르셀로나가 손흥민의 많은 나이를 이유로 손흥민 영입을 포기했다는 보도가 등장했다. 보도에 따르면 바르셀로나가 손흥민 영입에서 손을 뗀 이유는 구단의 영입 기조 자체가 즉전감을 노리는 것보다 미래가 밝은 자원들을 영입해 장기적으로 팀의 미래를 맡기는 쪽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앞서 손흥민 영입에 고개를 저었던 한스 디터 플리크 바르셀로나 감독이 여전히 그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도 어린 선수를 데려오겠다는 자세다.
바르셀로나는 앞서 2시즌 전 바이에른 뮌헨 출신 베테랑 스트라이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를 영입해 쏠쏠히 활용하고 있는데, 레반도프스키를 마지막으로 베테랑을 영입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언론인 미구엘 리코는 지난 1일(한국시간) 바르셀로나가 손흥민과 모하메드 살라(리버풀)를 영입 리스트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리코는 "바르셀로나의 스포츠 디렉터 데쿠는 바르셀로나에 장기적인 미래를 제공할 수 있는 선수들을 관리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며 "30대 선수인 손흥민과 살라는 바르셀로나의 공격에 힘을 더할 수 있는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이지만, 데쿠는 팀의 미래를 구성하기 위해 어린 선수들을 목표로 하는 중이다. 이것이 단기적인 영입보다 더 우선시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바르셀로나는 최근 이적시장 정책을 포함해 어린 선수들에게 집중하고 있다"면서 "구단은 신성들과 계약을 맺고 그들을 발전시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의 바르셀로나 이적설을 살펴보려면 지난 10월로 시계를 되돌려야 한다.
스페인 매체 '엘 나시오날'은 10월11일 "바르셀로나는 내년 6월 30일이 되면 계약이 끝나는 여러 스타 선수들의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손흥민"이라며 "손흥민은 선수로 지내는 동안 어떠한 우승도 차지하지 못했다. 이것이 손흥민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싶어하는 이유"라고 했다.
매체는 그러면서 "손흥민은 바르셀로나의 깜짝 영입이 될 수 있으며, 영국에서는 데쿠(바르셀로나의 스포츠 디렉터)가 이미 손흥민과 협상 중이라고 한다"며 바르셀로나가 이미 손흥민과 협상 중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바르셀로나 관련 소식을 다루는 '카르페타스FCB' 역시 지난 10월28일 "바르셀로나는 니코 윌리엄스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세계적인 스타를 무료로 영입할 것"이라며 "데쿠 단장이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는 손흥민과 협상 중"이라고 주장했다.
매체는 "지난 몇 시간 동안 바르셀로나의 스쿼드 퀄리티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또 다른 이름이 추가됐다"며 "손흥민의 계약은 여름에 종료된다. 손흥민의 바르셀로나 이적은 그가 우승 후보 팀으로 이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바르셀로나는 손흥민의 다재다능한 능력과 골 능력이 공격진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손흥민의 바르셀로나 이적은 선수와 구단 모두에 윈-윈 이적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엘 나시오날은 지난달 1일엔 "플리크 감독은 데쿠 단장이 손흥민을 자유계약(FA)으로 데려오는 걸 추진했음에도 원하지 않았다. 손흥민과 계약을 거부했다"고 보도하며 감독이 원하지 않는 이적임을 알렸다.
바르셀로나가 속해 있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소식을 다루는 '카탈루냐 라디오'에도 손흥민의 바르셀로나 이적설이 보도됐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이는 바르셀로나를 응원하는 팬 계정인 'Jordan Alonson(요르단 알론소)'가 개인적인 바람을 더해 작성한 내용으로 알려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손흥민은 내년이면 33세가 되지만, FA라고 생각하면 여전히 좋은 매물이다.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손흥민은 30대의 나이에도 프리미어리그(PL)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로 활약하고 있다. 바르셀로나가 손흥민을 원하다는 내용의 이적설이 터무니없다고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다.
또한 손흥민을 응원하는 많은 팬들이 손흥민이 토트넘을 떠나 더 높은 체급의 클럽으로 가길 바라고 있어 바르셀로나 이적설 역시 탄력을 받았다. 지금까지 팀 커리어에서 우승을 차지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손흥민이 바르셀로나로 이적해 스페인 라리가를 비롯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엘 나시오날'과 '카르페스타스FCB'의 공신력을 생각하면 크게 신뢰할 수 없는 보도였다. 또한 바르셀로나의 상황을 생각하면 바르셀로나가 33세가 되는 손흥민을 영입하기 위해 이적료를 지불하는 것도 꽤나 힘든 일이라고 생각됐다.
라리가는 각 클럽 1군에 유럽 연합(EU) 국적을 보유하지 않은 선수를 최대 3명만 보유하는 '논-EU(Non-EU)' 규정을 갖고 있다. 언뜻 보면 K리그의 외인 쿼터 제도와 비슷하다. 때문에 라리가 소속 클럽들은 1군 명단을 구성할 때 선수들의 국적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유럽 국가가 아니더라도 '논-EU' 규정에 의해 EU 국가로 취급받는 곳들이 있지만, 이는 대부분 아프리카나 서아시아 국가들이다. 손흥민은 동아시아인 한국 국적이기 때문에 바르셀로나에서 뛰려면 다른 국적을 취득하거나 '논-EU' 쿼터의 한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현재 바르셀로나 내 '논-EU' 쿼터에 해당되는 선수로는 임대를 떠난 비토르 호키(브라질)가 있다. 우루과이 출신의 수비수 로날드 아라우호는 스페인 이중국적을 취득했기 때문에 논외의 대상이다. 바르셀로나 '논-EU' 쿼터에 자리가 남아 있다는 뜻이기는 하지만, 바르셀로나가 이를 손흥민에게 사용할 거라고 장담하기는 힘들었다.
이적설의 진위 여부나 바르셀로나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의 이적설은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는 손흥민의 현 소속팀인 토트넘이 명실상부 구단의 레전드인 손흥민에게 그만한 대우를 해주고 있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됐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영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토트넘은 지난 2021년 손흥민과 재계약을 맺을 당시 계약 조건에 포함시켰던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하기로 결정, 이 결정을 손흥민 측에 전달한 상태다. 손흥민의 계약 연장 옵션은 구단의 선택에 의해 발동되는 옵션이기 때문에 손흥민은 이를 거절한 권리가 없다. 손흥민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다음 시즌에도 토트넘에서 뛰어야 하는 것이다.
바르셀로나가 손흥민을 영입 리스트에서 제외한 이유도 이런 상황들이 맞물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을 영입하려면 내년 여름에 토트넘에 이적료를 지불하거나, 2025-26시즌이 끝나는 2026년 여름에 손흥민을 노려야 하는데 이는 바르셀로나의 재정적인 문제 등을 생각하면 힘든 일이다.
살라가 손흥민과 함께 영입 리스트에서 빠진 이유도 비슷하게 볼 수 있다. 살라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FA 신분이 된다. 리버풀은 아직 살라와 재계약을 맺을 의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바르셀로나가 살라를 영입하려면 살라가 현재 리버풀에서 받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연봉을 줘야 하는데, 이미 팀 내에 고연봉자가 많은 상황에서 살라까지 안고 가는 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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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