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김연경이 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의 원정경기에서 승리한 뒤 미소 짓고 있다. KOVO
(엑스포츠뉴스 대전, 최원영 기자) 배구 여제가 유쾌한 입담을 뽐냈다.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은 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2라운드 정관장과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6 25-21 25-22)으로 완승을 거뒀다.
개막 후 8전 전승이자 8연승으로 기세를 높였다. 남녀부를 통틀어 유일한 '무패' 팀이다. 시즌 승점 23점으로 여자부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날 수훈선수는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이었다. 블로킹 2개, 서브 1개 포함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0득점(공격성공률 56.67%)을 터트렸다. 범실은 단 1개뿐이었다.
1세트엔 3득점(공격성공률 42.86%)으로 숨을 골랐다. 2세트엔 블로킹 1개, 서브 1개를 묶어 7득점(공격성공률 55.56%)을 선보였다. 마지막 3세트엔 원맨쇼를 펼쳤다. 홀로 블로킹 1개를 더해 10득점(공격성공률 64.29%)을 퍼부으며 팀에 승리를 선물했다.
특히 3세트 후반 줄다리기가 치열해지자 더 뜨겁게 득점포를 가동했다. 21-21서 오픈, 퀵오픈, 오픈으로 3연속 득점을 올리며 24-21 매치포인트를 만들었다. 이후 24-22서 김연경은 퀵오픈으로 승리를 가져왔다.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김연경이 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의 원정경기에서 득점을 올린 뒤 포효하고 있다. KOVO
경기 후 만난 김연경에게 전승 소감부터 물었다. 김연경은 "솔직히 선수들끼리 그런 이야기는 많이 안 한다. 계속 이기고 있지만 그 가운데 부족한 부분들도 있다"며 "이번 경기에서도 상대 메가(메가왓티 퍼티위)가 안 뛰어 조금 당황스러웠다. 처음엔 우리가 우왕좌왕했지만 그래도 잘 대비한 덕에 승리로 마무리한 것 같다"고 답했다.
정관장의 주포인 아포짓 스파이커 메가는 허벅지 근육 부상으로 이날 결장했다. 아웃사이드 히터 박혜민도 발목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김연경은 "메가와 박혜민이 빠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님께서 미팅을 소집하셨다. 계속 '긴장을 늦추지 마라'라고 이야기해 주셨다"며 "우리 팀은 항상 상대에게 변수가 생기면 거기에 대비를 못 해 안 좋은 경기력을 보이곤 했다. 지난 시즌에도 그랬다. 그런 점을 조심하려 했고, 긴장한 덕에 이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개막 8연승은 예상하지 못했다. 김연경은 "비시즌 자유계약(FA)과 트레이드 등을 통해 몇몇 선수들을 새로 영입했다(최은지·신연경·이고은 등). 새로운 선수들과 함께 연습하는 과정에서 '이 팀이 어떻게 될까'라는 궁금증이 들기도 했다"며 "훈련하면서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보며 괜찮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KOVO컵 대회 때 예상한 것과는 너무 다른 경기력이 나와 나를 포함한 선수들 모두 분위기가 조금은 안 좋고 침울했던 것 같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흥국생명은 지난 9월 말 열린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에서 1승2패로 조별리그서 탈락했다. 김연경은 "우리에겐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고 본다. 지금도 경기를 치르고 있지만 선수 4명 정도가 새 얼굴이다"며 "서로 간 이해가 필요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고 더 발전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김연경이 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의 원정경기에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KOVO
전승 행진 중인 흥국생명의 다음 상대는 난적 현대건설이다. 오는 24일 일요일 안방인 인천에서 일전을 치른다. 현대건설은 현재 승점 20점(7승1패)으로 2위에 올라 있으며 흥국생명을 바짝 추격 중이다.
김연경은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현대건설도 계속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고, 잘하고 있다"며 "내가 기대하는 것은 우리 홈경기고 주말이라는 점이다. 올 시즌 첫 주말 홈경기라 많이 기대 중이다. 선수들 다 현대건설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으니 잘 준비해 승리로 마무리하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현대건설에는 김연경의 절친한 동생인 미들블로커 양효진이 속해있다. 김연경은 "최근 양효진과 연락을 잘 안 하고 있다. 나도, 걔도 각자의 작전이 있는 듯하다. 밀당(밀고 당기기) 중인 것 같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V리그에 첫발을 내디딘 아포짓 스파이커 투트쿠 부르주(등록명 투트쿠)의 적응 도우미로도 팔을 걷어붙였다. 투트쿠는 "김연경과 같이 뛰며 즐기고 있다. 배우는 점도 많다. 특히 튀르키예어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며 "가끔 같이 저녁 먹으러 가거나 집에 선수들을 초대해 놀기도 한다. 앞으로의 휴식일도 기다리고 있다. 다음엔 같이 케밥을 먹으러 갈 것이다"고 미소 지었다.
그러자 김연경은 "아 그래? 몰랐는데 넌 계획이 있었구나? 이태원으로 가야겠네"라며 특유의 입담을 자랑했다.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김연경이 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의 원정경기에서 동료를 격려하고 있다. KOVO
사진=KOVO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