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생각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튀르키예 최고 명문 갈라타사라이가 손흥민 영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튀르키예 언론이 이를 속속 보도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최근 토트넘이 갈라타사라이와 거래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력 외 평가 받은 선수를 갈라타사라이로 이적시키거나 임대를 보낸 경우가 있다. 어쩌면 토트넘 입장에선 갈라타사라이의 손흥민 이적을 인지하고 있거나 내심 반기고 있을 지도 모른다.
튀르키예는 스타플레이어들이 30살 넘어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곳으로 유명하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지냈던 로빈 판 페르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효용을 다 한 뒤 2015년 튀르키예 페네르바체로 이적했다. 일본이 자랑하는 풀백 나가토모 유토도 인터 밀란에서 퇴단한 뒤 2018년 1월 갈라타사라이로 간 적이 있다. 월드클래스 스타들에겐 연봉도 두둑하게 주는 곳이 바로 튀르키예 명문 구단이다.
튀르키예 복수 매체가 손흥민 영입 뉴스를 전하고 나섰다.
갈라타사라이는 현재 튀르키예 1부리그 챔피언이자 최다 우승팀이다. 붉은색과 노란색 줄무늬 유니폼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배색이어서 갈라타사라이의 상징처럼 돼 버렸다. 손흥민은 붉은색과 노란색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튀르키예 매체 '콘트라 스포츠'는 지난 19일(한국시간) "갈라타사라이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이적 작업에 팔을 걷어붙였다"며 "토트넘 스타 손흥민을 노리고 있다. 내년 여름 토트넘과 계약이 끝나는 손흥민 영입을 위해 1월에 적절한 이적료를 제시할 계획이다. 실패하면 내년 여름 다시 그의 영입을 추진할 것이며 이적료는 없다"고 했다.
이어 20일엔 또 다른 튀르키예 매체 '파나틱'도 손흥민의 갈라타사라이 이적 가능성을 전망했다.
파나틱은 "갈라타사라이가 내년 여름 토트넘과 계약이 끝나는 손흥민 영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적료 없이 데려오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영국의 토트넘 매체인 '토트넘 홋스퍼 뉴스'도 반응했다. 매체는 19일 "토트넘의 스타 손흥민이 지구를 뒤흔드는 이적을 앞두고 있다"라고 끼어들었다.
갈라타사라이는 튀르키예 1부리그를 24번, 튀르키예 FA컵을 18번 우승한 튀르키예 최고 명문이다. 단순히 튀르키예에서만 명성이 높은 것이 아니고 지난 2000년엔 아스널을 승부차기로 꺾고 유럽축구연맹(UEFA) 컵, 지금의 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성과를 일궈내기도 했다.
거의 매년 UEFA 챔피언스리그를 출전하고, 예선에서 떨어지면 유로파리그라도 나간다. 2024-2025시즌엔 유로파리그에 참가했으며 이달 초 토트넘을 홈에서 3-2로 누르며 이변을 써내려갔다.
튀르키예 매체 보도를 참고하면 갈라타사라이는 손흥민을 올 겨울 소액의 이적료 지불하고 데려오거나, 내년 여름 이적료 없이 손흥민과 토트넘의 계약이 끝나자마자 영입할 태세다.
갈라타사라이는 보스만 룰에 따라 손흥민과 내년 1월1일부터 협상 테이블을 차릴 수 있다. 손흥민의 경우 새해부턴 현 소속팀과의 계약이 6개월 남았을 경우, 다음 시즌 입단을 조건으로 다른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는 보스만 룰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손흥민 입장에선 갈라타사라이 등 다른 구단과 협상을 병행하면서 재계약에 미동도 하지 않고 있는 토트넘을 압박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있다. 지난 2021년 손흥민과 토트넘이 체결한 4년 짜리 계약을 토트넘이 일방적으로 1년 연장할 수 있어서다.
지난 4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토트넘이 손흥민에 대한 1년 계약 연장 옵션을 조만간 발동할 예정"이라며 "토트넘은 손흥민과 2021년 7월 마지막 계약을 체결했는데, 구단은 1년 더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 옵션이 토트넘 구단의 일방적인 통보로 활성화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텔레그래프는 "토트넘은 손흥민에게 계약 연장 옵션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알리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토트넘이 연내 손흥민의 현 계약을 1년 연장하면 갈라타사라이는 손흥민 이적료를 주고 데려가야 한다.
손흥민을 이적료 없이 영입하려면 1년 더 기다려 2026년 6월에나 가능하다. 그 땐 손흥민의 나이가 34살이 된다.
일단 영국 언론은 지난 6월부터 토트넘이 재계약보다는 1년 연장 옵션 활성화를 할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1992년생 손흥민이 32살이다보니 토트넘이 다년 계약을 새로 체결하기보다는 그를 1년 더 지켜보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번 시즌 부상에 다소 시달리고 있으나 지난 14일과 19일 열린 A매치 2연전을 풀타임으로 다 뛰는 등 최근엔 컨디션을 회복했다.
손흥민은 A매치 2연전에서 모두 골맛을 봤다.
토트넘도 현재 팀 주장이고 기량도 아직 녹슬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연장 옵션을 체결할 태세다.
아울러 내년 여름 손흥민을 이적료 한 푼 받지 못하고 다른 팀으로 보내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손흥민의 현 계약 1년 연장은 어떻게 보면 토트넘 입장에선 당연하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 프랑스 최고 명문 파리 생제르맹(PSG) 이적설이 터지더니 이번엔 갈라타사라이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 여름엔 토트넘 때 한솥밥을 먹었던 세계적인 지도자 조세 무리뉴 감독이 튀르키예 페네르바체 지휘봉을 잡게 되면서 페네르바체 이적설에 휩싸인 적도 있었다.
이번 갈라타사라이 이적설이 눈에 띄는 이유는 지난 여름 토트넘 선수 2명이 갈라타사라이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콜롬비아 센터백 다빈손 산체스는 완전 이적으로 갔고, 미드필더 탕기 은돔벨레는 임대로 튀르키예 명문 구단과 손을 잡았다.
토트넘은 산체스를 보내면서 120억원의 이적료를 토트넘에 건네기도 했다. 산체스는 토트넘에서 엄청난 여유를 받으며 고생했으나 갈라타사라이에서 확고한 주전으로 반등했다. 은돔벨레는 임대 기간 1년이 끝나고 쫓겨난 뒤 토트넘에서도 방출됐다.
토트넘과 갈라타사라이 사이에 최근 그런 거래 내역이 있다보니 이번에 불거진 손흥민의 이적을 토트넘이 긍정적으로 볼 여지도 있을 수 있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사우디아라비아 거액 러브콜 거부한 것을 알고 있다.
갈라타사라이는 다르다. 빅리그는 아니지만 구단의 인기가 유럽 어느 구단 못지 않아 스폰서가 물밀 듯이 밀려온다. 사우디아라비아처럼 변방 리그가 아니다. 여기에 특급 선수들에 대해선 연봉도 후하게 준다.
손흥민은 현재 연봉 180억원을 받아 프리미어리그에서 40위권인데, 갈라타사라이에선 2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우승도 거의 매시즌 도전하기 때문에 클럽 무대에서 이루지 못한 트로피의 꿈을 수 차례 현실로 만들 수 있다.
묘한 시점에 묘한 팀이 손흥민의 손을 잡으려고 하고 있다.
사진=토트넘 홋스퍼 / 연합뉴스 / 엑스포츠뉴스DB/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