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한 에르베 르나르 사우디 아라비아 축구대표팀 감독이 결과를 깨끗하게 승복했다.
인도네시아는 19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C조 6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2-0으로 이겼다.
인도네시아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를 제물로 3차예선 6경기 만에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1승 3무 2패, 승점 6점으로 단숨에 조 최하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사우디아라비아(1승 3무 2패, 승점 6)와 승점은 같지만 골득실에서 앞서면서 순위를 뒤집었다.
인도네시아는 3차예선 잔여 4경기 결과에 따라 충분히 플레이오프를 통한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반면 사우디 아라비아는 인도네시아전 패배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 언론으로부터 받았던 '경질' 압박을 찬사로 바꾸는 마법을 부렸다. 인도네시아 역사상 처음으로 사우디 아라비아를 꺾은 감독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인도네시아는 이날 경기 전까지 사우디 아라비아를 상대로 역대 전적 4무 11패를 기록 중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9월 6일 3차예선 첫 경기에서 1-1 무승부에 이어 이번에는 사우디 아라비아를 꺾는 용병술을 보여줬다.
인도네시아 매체 'KOMPAS'에 따르면 르나르 감독은 인도네시아전 종료 후 진행된 공식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 대표팀의 승리를 축하한다. 그들은 이길 자격이 있었고 좋은 경기를 했다"며 "우리(사우디 아라비아)는 벌을 받았다. 이것은 나의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3차예선을 2위로 마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며 "앞서 말했지만 인도네시아는 오늘 이길 자격이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단 한 경기일 뿐이며 (아직 게임이 남아 있기 때문에) 결국 우리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FIFA 월드컵 본선은 2026년 북중미 대회부터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크게 늘어난다. 아시아 지역은 3차예선 A~C조 1, 2위가 본선에 직행하고 3~4위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행 티켓에 도전한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인도네시아전 패배로 C조 4위로 밀리기는 했지만 한 경기를 덜 치른 2위 호주(1승 3무 1패, 승점 6)와 승점이 같다. 20일 호주와 바레인의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거나 바레인이 호주를 잡는 게 사우디 아라비아, 인도네시아에게는 유리한 시나리오다.
바레인이 승리할 경우 2승 2무 2패, 승점 8점으로 인도네시아와 사우디 아라비아, 호주를 모두 제치고 2위로 올라선다. 다만 바레인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강팀'으로 보기는 어려운 만큼 호주가 승점을 더 쌓지 않는 게 다른 경쟁 팀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한다.
프랑스 출신인 르나르 감독은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친숙하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사우디를 이끌고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아르헨티나를 2-1로 잡는 대이변을 연출, 큰 주목을 받았다.
르나르 감독은 카타르 월드컵 종료 후 사우디 아라비아 축구협회와 불화로 인해 이듬해 3월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후 프랑스 여자 대표팀을 거쳐 지난 10월 사우디 아라비아 감독으로 재선임 됐다.
야인으로 지내는 기간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대한축구협회는 대면 약속을 잡는 과정에서 르나르가 여러 차례 장소를 바꾸는 등 신뢰할 수 없는 행동으로 제대로 된 협상이 진행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