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쿠웨이트 시티, 나승우 기자) 한국 축구가 다시 한 번 신구 조화가 빛을 발하며 중동 원정에서 쾌승했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A매치 통산 50호골을 기록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11월 A매치 원정 2연전 중 첫 경기에서 이겼다.
손흥민은 이날 득점을 통해 레전드 스트라이커 황선홍 현 대전 하나시티즌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5일(한국시간) 쿠웨이트의 수도 쿠웨이트 시티에 있는 자베르 알 아흐메드 국제경기장에서 끝난 쿠웨이트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5차전에서 전반 이른 시간에 터진 오세훈(마치다 젤비아)과 손흥민의 연속골, 그리고 후반 중반 조커 배준호(스토크 시티)의 쐐기골을 묶어 후반 만회골을 넣은 홈팀을 3-1로 이겼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4승 1무(승점 13)를 기록했다. 첫 경기 팔레스타인과의 홈 경기에서 0-0으로 비긴 뒤 4연승을 달렸다. 2차전 오만 원정에서 3-1로 이긴 한국은 3차전 요르단 원정에서 2-0으로 이겼다. 지난달 이라크와 홈 경기에선 3-2 승리를 거뒀다.
이어 쿠웨이트도 적지에서 두 골 차로 눌렀다.
쿠웨이트는 3무 2패(승점 3)가 되면서 B조 5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은 17일까지 쿠웨이트에서 훈련한 뒤 요르단으로 넘어간다. 19일 오후 11시 요르단 암만 국제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과 6차전 원정 경기를 벌인다.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과 전쟁을 하고 있어 중립지역 요르단에서 경기하게 됐다.
홍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오세훈을 원톱 스트라이커로, 좌우에 손흥민과 이강인을 배치하는 4-2-3-1 전술을 내세웠다.
중원에는 이재성(마인츠)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최근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서 황인범(페예노르트)과 박용우(알아인)가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됐다.
백4는 이명재(울산), 김민재(뮌헨), 조유민(샤르자), 설영우(즈베즈다)로 구성됐다. 이번 3차예선 내내 주전으로 나서고 있는 조현우(울산)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한국은 킥오프 휘슬이 울리자마자 상대 문전을 휘저으며 전반 20분이 되기 전 두 골을 퍼부었다. 홈팀을 혼돈으로 몰아넣었다.
전반 6분 상대에 기습적인 중거리 슛을 허용한 한국은 전반 10분 황인범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스트라이커 오세훈이 헤더골을 터트려 1-0을 만들고 홈팀 관중을 조용하게 만들었다.
과거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 등 다른 중동 대표팀을 맡아 한국을 상대했던 피치 감독은 태극전사들이 한 수 위라는 점을 간파한 듯 두줄 수비를 세워 한국의 공세를 차단하려고 했다. 수비라인도 백3가 아니라 백4를 채택한 뒤 미드필더 4명까지 8명이 웅크리는 전술을 선택했다.
그러나 대표팀 선수들은 이를 간파한 듯 황인범의 기가 막힌 크로스 한 방으로 쿠웨이트 수비진영을 와르르 무너트렸다. 오세훈의 헤더골도 훌륭했다. 오세훈은 지난달 15일 이라크와의 홈경기에서 A매치 데뷔골을 쏘더니 이날까지 2연속 득점에 성공했다.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9분 뒤엔 1992년생 듀오인 베테랑 손흥민과 이재성의 콤비플레이가 빛났다.
유럽에서 정상급 공격 자원으로 인정받는 둘이 상대 수비 진영 정면에서 화려한 드리블과 패스 등으로 쿠웨이트를 헤집은 것이다. 결국 손흥민이 페널티킥 지점에서 상대 반칙을 이끌어냈다.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손흥민이 이를 오른발로 직접 차 넣었다. 쿠웨이트 왼쪽 골문 하단 깊숙한 곳에 꽂혔다.
이날 득점으로 손흥민은 A매치에서 기념비적인 50호골을 달성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손흥민은 A매치 통산 49골을 기록 중이었다. 일단 쿠웨이츠전 대표팀 두 번째 골을 넣으면서 황 감독이 보유한 50골과 타이를 이뤘다.
이제 손흥민은 한국 선수 중 A매치 역대 최다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대선배 차범근(58골·대한축구협회 아카이브 기준) 전 대표팀 감독 기록에 도전한다.
아울러 손흥민은 쿠웨이트전 출전으로 A매치 통산 130번째 경기에 출전하게 됐다. 역대 3위 이운재(133경기)와 간격을 3경기 차로 좁혔다.
쿠웨이트전 이른 시간 득점포로 손흥민은 자신의 건재를 잘 알렸다.
앞서 홍 감독은 쿠웨이트전 손흥민 기용을 놓고 부탁 아닌 부탁을 받았다.
손흥민 소속팀인 토트넘 홋스퍼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이 대표팀에 가서도 컨디션 관리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다. 발언을 한 적이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호주 대표팀을 했기 때문에 A매치 브레이크 때 대표팀 감독이 갖는 권한을 존중하면서도 12월 강행군을 위해선 손흥민이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홍 감독은 이에 대해 지난 11일 "손흥민 선수 상태는 우리 팀에게도 중요하다. 토트넘에게도 중요하겠지만 우리 역시도 건강한 손흥민을 계속 보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나도 울산HD에 있을 때 많은 선수를 대표팀에 보냈는데, 선수가 부상 당해서 돌아오면 안타깝다. 선수를 건강하게 소속팀에 돌려보내는 것도 중요하다. 효율적으로 손흥민 선수를 쓸 수 있는지를 판단하겠다"며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걱정에 화답했다.
홍 감독은 손흥민을 선발로 썼고 초반 중요한 시간대 그가 득점하면서 일찌감치 2-0으로 앞서가는 효과를 봤다.
이후에도 쿠웨이트 문전에 맹공을 퍼부은 한국은 전반을 2-0으로 마무리했다. 볼점유율에서 한국이 76%가 될 정도로 월등했다.
한국은 전반 40분 손흥민이 일대일 공격을 시도하다가 침투하는 황인범에게 공을 건넸다. 황인범의 크로스를 이재성이 헤더로 연결했으나 공이 크로스바 상단을 강타해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한국은 후반 들어 만회골을 내주며 긴장된 순간을 맞기도 했다.
우선 후반 5분엔 쿠웨이트 모아즈 알 에네지가 질주하는 설영우의 발목을 밟는 반칙을 범했다. 최초 판정은 옐로카드였는데, 비디오판독(VAR)까지 이어진 결과 주심이 원심을 유지하며 상황을 정리했다.
이어 교체투입된 유세프 마제드가 후반 15분 크로스를 올리자 페널티지역 오른쪽에 있던 모하메드 다함이 간결한 터치에 이은 오른발 발리슛으로 한국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 공격이 잠시 주춤한 틈을 타 쿠웨이트가 한 방을 꽂았다.
쿠웨이트 입장에선 남은 시간 반격을 통해 동점을 바라볼 수 있는 귀중한 골이었다.
홍 감독은 후반 19분 손흥민과 이명재를 바꾸고 최근 대표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배준호, 그리고 이번에 성인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이태석 등 둘을 집어넣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는 정확히 10분 뒤 적중했다.
후반 29분 황인범의 왼발 침투패스가 페널티지역 왼쪽에 기가 막히게 배달됐고 배준호가 이를 받은 뒤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오른발 대각선 슛을 쏴 골망을 출렁인 것이다.
3-1이 되면서 승부가 사실상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한국은 이후 상대에 골대 맞히는 슛을 한 차례 허용했으나 두 골 차 리드는 바뀌지 않았다. 후반 40분 상대 간접 프리킥 상황에서 레다 하니가 자유롭게 머리받기를 시도했다. 다행히 공이 왼쪽 골대를 강타하면서 추격골로 이어지진 않았다.
가슴을 쓸어내린 한국은 이후 추가시간까지 잘 버텨 승리했다.
사진=연합뉴스 / 대한축구협회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