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쿠웨이트 시티, 나승우 기자) 센추리클럽에 조용하지만 빠르게 다가서고 있는 선수가 있다. 한국 축구 '언성 히어로' 이재성(마인츠)이 어느덧 A매치 100경기 출전을 바라보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오후 11시 쿠웨이트 시티에 위치한 자베르 알 아흐메드 국제경기장에서 쿠웨이트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예선 B조 5차전을 치른다.
현재 3승1무 무패, 승점 10을 기록 중인 대표팀은 B조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요르단보다 3점 앞섰다. 반면, 쿠웨이트는 3무1패(승점 3)로 5위에 그치고 있다.
대표팀이 쿠웨이트전서 승점 3을 확보하고, 이어질 팔레스타인전까지 승리한다면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팔레스타인전은 '중립지역' 요르단에서 19일 오후 11시에 펼쳐친다.
지난 11일 쿠웨이트 땅을 밟은 대표팀은 경기 전까지 회복 훈련에 중점을 뒀다. 선수단 대부분이 주말 경기까지 치르고 곧바로 합류했기 때문에 신체적인 피로가 쌓인 탓이다. 전술적으로 제대로 합을 맞춰본 건 경기 직전인 13일 오후 훈련이 전부였다.
홍명보 감독은 "예전보다 훈련 시간이 훨씬 더 짧아졌다. 내 기억에 엣날에는 그래도 며칠은 주어졌는데 지금은 거의 이틀밖에 없다. 이틀도 선수들 들어오고 하다보면 하루 훈련하고 경기에 뛰는 것과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전술적으로 합을 맞출 시간이 부족한 대표팀에서는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주축이 됐던 선수들의 활약이 중요하다. 손흥민이나 김민재, 이강인 같은 스타플레이어들의 개인 기량도 중요하지만 이 선수들이 마음껏 실력을 펼칠 수 있게 도와주는 선수들도 뒷받침 돼야 한다.
이재성이 적절한 예다. 2015년 A매치에 데뷔한 이재성은 지금까지 92경기에 출전했다. 쿠웨이트전과 팔레스타인전에 모두 출전하면 94경기까지 늘어난다. A매치 통산 100경기 출전을 기념하는 센추리클럽 가입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누군가는 '이재성이 벌써 93경기?'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만큼 오랜 기간, 조용히 대표팀에서 활약했다. 돋보이지는 않지만 주변 선수들을 도와줬다. 중요한 순간에는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려줬다.
이재성은 A매치 92경기에서 13골 15도움을 기록했다. 월드컵 예선에서만 7골 8도움을 올렸다. 한국 축구가 지금까지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재성의 보이지 않는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 예선에서도 이재성의 진가가 드러났다. 지난 2차예선에서는 태국전 1골 1도움, 싱가포르전 1도움을 기록했고, 손흥민이 부상으로 빠졌던 지난달 요르단, 이라크전에서는 2경기 연속골을 성공시키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재성의 축구 인생을 떠올릴 때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바로 손흥민이다. 1992년생 동갑내기인 둘은 어릴 때부터 U-17 대표팀에 함께 속해 땀을 흘렸고, 15년이 지난 지금도 태극마크를 함께 다는 사이다. 손흥민이 좀 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면, 이재성은 손흥민의 뒤에서 헌신적인 움직임으로 대표팀을 도왔다.
손흥민은 과거 이재성에 대해 "축구 선수들만 아는 그런 게 있다. 볼도 예쁘게 차지만 볼이 없을 때 하는 것도 중요한데 정말 쉼 없이 뛰고 이런 선수들 덕분에 공격수들이 주목 받을 수 있다. 항상 과소평가 받는 선수"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번 소집 직전에는 소속팀 마인츠에서 강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득점을 올리며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렸다. 이재성이 이번 쿠웨이트전에서 개인 통산 93번째 A매치 출전과 함께 대표팀의 승리를 이끌 수 있을지 기대된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