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를 휘어잡던 레전드 미드필더가 감독 변신 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첼시의 심장으로 활약했던 프랭크 램파드의 얘기다. 빅리그 구단 감독직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이제 눈을 낮춰 2부리그 중위권 구단을 노크하는 신세가 됐다.
램파드는 최근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코번트리 시티 감독직 후보에 오른 상태다.
코번트리는 이번 시즌 4승 4무 7패(승점 16)를 기록하며 24개팀 중 17위에 그치고 있다. 챔피언십에선 상위 두 팀이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이루고, 3~6위 4팀이 플레이오프를 통해 마지막 남은 승격 티켓을 다툰다. 반면 22~24위 3팀은 3부리그로 강등된다.
22위 카디프 시티의 승점이 15점이니 코번트리 역시 일찌감치 강등 위험에 처한 셈이다. 코번트리는 지난 2017년 부임, 4부에 있던 팀을 2부까지 승격시키는 등 7년간 많은 공을 세운 마크 로빈스 감독을 경질하고 A매치 기간 새 감독을 알아보는 중이다.
코번트리가 이력서를 걷고 있는데 그 속에 램파드가 들어 있었다.
코번트리 구단 측도 "유명한 이름들이 있다"며 램파드 지원 사실을 간접 확인할 정도다.
코번트리는 램파드 입장에서 1순위 구단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석이 된 이탈리아 명문 AS로마 새 감독 응모에 램파드가 지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램파드는 AS로마 수뇌부 설득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AS로마는 73살로 이미 은퇴한 이탈리아 출신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을 불러들이기로 했다.
1978년생인 램파드는 웨스트햄을 거쳐 명문 첼시로 2001년 이적했다. 2014년까지 첼시에서 14년을 뛰면서 공식전 648경기 211골을 넣었고, 프리미어리그에선 147골 터트려 '미들라이커'라는 포지션을 만들어 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맨체스터 시티와 뉴욕 레드불스(미국)에서 뛰며 38살인 2016년 현역에서 은퇴했다.
지난 2021년엔 프리미어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그러나 지도자로 변신한 뒤 램파드는 180도 다른 길을 걷고 있다.
2018년 2부 더비 카운티에서 처음 성인팀 지휘봉을 잡은 그는 이듬해 친정팀 첼시 사령탑이 되면서 곧장 빅클럽에 입성하는 기염을 토했으나 1년 6개월 만에 경질 수모를 당했다.
이후 2022년 1월 에버턴 벤치에 앉았으나 1년 만에 다시 경질됐다.
지난해 4월 첼시 임시감독을 맡아 소방수 역할을 맡았지만 11경기 1승 2무 8패라는 참혹한 성적을 남겼다. 첼시 수뇌부는 그를 정식 감독 후보에서 당연히 제외했다.
이후 1년 넘게 쉬고 있는 그에게 돌아오는 기회는 냉정하게 잉글랜드 2부 강등권 수준인 셈이다.
사우디 알 에티파크 지휘봉을 잡고 있는 리버풀 레전드 스티븐 제라드와 함께 램파드의 역경은 선수 DNA와 감독 DNA가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는 최근의 사례들로 꼽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