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파브리치오 로마노까지 나서 손흥민의 계약 문제를 언급했다.
그의 의견 역시 현 계약 1년 연장이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가 손흥민과 장기 재계약 대신 '1년 추가 동행'을 결정, 구체적인 계약 연장 절차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유럽축구시장 전문가로 전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탈리아 국적의 로마노는 13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토트넘이 손흥민과 계약을 2026년 6월까지 늘리는 옵션 조항 활성화에 나섰다"고 알렸다.
로마노는 최근 리오넬 메시와 단독 인터뷰를 하는 등 지구촌 축구판을 움직이는 인사로 격상됐다. 이탈리아는 물론 잉글랜드와 독일까지 유럽 축구 이적시장을 꿰뚫고 있어 그의 SNS 글이 많은 영향력을 갖는다. 지난해 초엔 황의조가 그리스 올림피아코스 임대 생활을 마치고 K리그1 FC 서울 입단을 모색한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물론 김민재가 지난해 훈련소에 입소해 땀을 흘리는 기간임에도 "오늘 뮌헨 신체검사를 받는다"고 하는 등 여러 해프닝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래도 높은 신뢰도 형성하는 그가 "손흥민은 최소한 (기존 계약보다) 한 시즌 더 토트넘과 동행한다"고 알린 것이다.
손흥민 계약 논쟁은 지난 4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보도로 다시 점화됐다.
텔레그래프는 "토트넘이 손흥민에 대한 1년 계약 연장 옵션을 조만간 발동할 예정"이라며 "토트넘은 손흥민과 2021년 7월 마지막 계약을 체결했는데, 구단은 1년 더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 옵션이 토트넘 구단의 일방적인 통보로 활성화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텔레그래프는 "토트넘은 손흥민에게 계약 연장 옵션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알리기만 하면 된다. 토트넘과 손흥민 모두 옵션 발동에 동의하고 있다"면서 "옵션이 행사되면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10년 이상을 함께하게 된다. 손흥민 영입은 토트넘 이적시장 역사에서 최고의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했다.
손흥민은 지난 2015년 8월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2200만 파운드(약 393억원)의 이적료로 토트넘과 5년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두 차례 더 계약서를 다시 썼는데 2018년 7월 재계약을 통해 5년 계약서를 새로 체결했다. 이어 지난 2021년 7월엔 연봉 180억원(추정)에 4년 짜리 새 계약서에 사인했다.
그런데 현 계약서에 나타난 손흥민 만료일이 토트넘 의지에 따라 2025년 6월30일이 아닌, 2026년 6월30일인 것으로 지난해 드러났다.
텔레그래프 보도 전에도 영국 여러 매체들은 지난 6월부터 토트넘이 손흥민 계약을 놓고 재계약보다 1년 연장 옵션 활성화를 할 것으로 입을 모았다.
1992년생 손흥민이 32살이다보니 토트넘이 다년 계약을 새로 체결하기보다는 그를 1년 더 지켜보지 않겠냐는 것이다.
앞서 영국 '더선'과 '가디언'도 지난 8월 토트넘의 옵션 행사를 전한 적이 있다.
당시 '더선' 소속 토트넘 전담 기자인 톰 바클레이는 SNS로 "토트넘은 손흥민과의 계약을 2026년 여름으로 넘기기 위해 자신들이 보유한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도 "토트넘은 손흥민의 계약 기간을 1년 더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활성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밝혔다.
더선과 가디언 이전엔 토트넘 내부 사정에 능통한 폴 오키프가 '풋볼 인사이더'에 지난 2월 "토트넘이 1년 연장 옵션을 행사할 것 같다"고 전해 화제가 됐다.
결국 손흥민과 토트넘의 계약서상 1년 동행은 확정된 것이고 문제는 1년 옵션 행사를 통해 계약기간을 연장한 뒤 토트넘이 손흥민과 다년 재계약 협상에 들어가느냐인데 이미 지난 6일 'TBR 풋볼'이 손흥민과 토트넘의 인연은 2026년 6월로 끝난다고 보도해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
매체는 "토트넘은 현재 손흥민 측에 한국 윙어와의 잠재적인 신규 계약에 대한 협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며 "토트넘 주장을 맡고 있는 선수의 캠프는 재계약 협상을 잘 하고 있다가 이같은 구단 결정에 충격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손흥민은 내년 6월 토트넘과 계약이 끝난다. 토트넘이 일방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1년 연장 옵션 행사, 손흥민과 아예 다년 계약을 새로 체결하는 것 등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왔지만 토트넘은 일단 지금 연봉으로 손흥민을 1년 더 쓸 태세다. 아울러 재계약 불가로 가닥 잡은 모양새라는 게 TBR 풋볼의 주장이다.
이어 일주일 가량 지난 뒤 영국 매체 '토크스포츠'가 지난 12일 "이변이 없다면 손흥민은 다음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 신분이 될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TBR 풋볼 보도에 힘을 실었다.
토크스포츠가 말하는 다음 시즌은 2025-2026시즌을 가리킨다. 손흥민은 토트넘과 지난 2021년 4년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내년 6월30일이 되면 양 측의 계약기간이 끝나는데 토트넘이 일방적으로 1년 더 행사할 수 있는 옵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트넘은 이를 행사할 태세다. 그러면서 손흥민은 토트넘에 2026년 6월30일까지 머무를 수 있다.
손흥민 입장에선 좋은 시나리오는 아니다.
차라리 내년 6월에 계약기간이 끝나 자유계약 신분으로 새 구단을 물색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내년 6월 33살이 되는 선수에게 누가 제안을 하겠냐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최근엔 선수 생명이 길어지다보니 나이 든 선수들이 좋은 제안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토트넘이 1년 연장 옵션을 행사하면 손흥민은 내년에 이적료를 지불하는 구단이 나타나기를 기다려야 한다. 지불하려는 구단이 없다면 토트넘에서 1년 더 뛰고 2026년 6월 자유계약 신분으로 나온다.
물론 내년 여름 이적료를 지불하는 구단이 나타나, 해당 구단이 토트넘에 돈을 주고 손흥민을 확보하는 시나리오도 제외할 수 없게 됐다.
이미 알 이티하드 등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이 지난해 여름 토트넘에 이적료 최대 900억원, 손흥민에 4년 연봉 최대 2400억원을 제시하며 유혹한 적이 있다. 손흥민은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은 사우디에 가지 않는다"는 말을 하며 거절의 뜻을 분명히 나타냈으나 토트넘은 이 액수에 손흥민 팔고 싶은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반대로 손흥민이 사우디에 가지 않아도 100~200억원 정도의 이적료를 토트넘에 내고 그를 영입하는 유럽 빅리그 구단이 있을 거란 전망도 있다.
몇몇 매체들은 잉글랜드나 독일의 굵직한 구단들이 손흥민을 2년 정도 더 활용할 의사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손흥민과 비슷한 케이스가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난 2021년 첼시에서 뛰던 전 프랑스 국가대표 공격수 올리비어 지루가 그랬다. 첼시는 당시 지루와 맺은 계약서에 1년 연장 옵션을 갖고 있었다.
2021년 6월30일 기존 계약이 끝나는 상황이었지만 AC밀란이 그에게 관심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계약기간 종료 25일 전인 2021년 6월5일 구단이 갖고 있는 지루 계약기간 연장 옵션을 행사했다. 지루 역시 공식 발표 몇 달 전부터 보도가 쏟아졌지만 첼시는 끝까지 기다렸다가 6월에 공식화했다.
첼시가 지루를 1년 더 쓰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첼시는 AC밀란에 옵션 포함 이적료 200만 유로(약 30억원)를 받고 지루를 넘겼다. 첼시팬들은 지루의 1년 계약 연장을 환영하다가 AC밀란에 팔아넘기자 "큰 돈도 아닌데 꼭 이렇게 해야하느냐"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토트넘도 그럴 수 있다.
현재 부상으로 고생하는 손흥민이 훌훌 털고 정상 컨디션을 되찾으면 토트넘은 그를 1년 더 안고 가도 되고, 적당한 이적료를 주겠다는 팀이 나타나면 팔아도 된다. 손흥민의 기량 하락이 인지되면 내년 6월에 결별해도 된다. 첼시도 지루의 '에이징 커브' 여부를 끝까지 지켜보다가 6월에 1년 연장 옵션을 활성화했다.
어쨌든 이번 로마노의 보도에 따라 손흥민은 토트넘의 계약 옵션 활성화를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이 1월1일이 되면 보스만 룰을 적용받아 다른 구단과 내년 7월 입단을 조건으로 자유롭게 무료 이적을 논할 수 있기 때문에 12월 중엔 1년 연장 옵션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포브스 / 엑스포츠뉴스DB /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