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입스위치 타운 선수들이 시간을 끌었다고 지적했다.
토트넘 홋스퍼가 끌려가는 상황에서 입스위치의 선수들이 시간을 지연시키면서 스포츠맨십을 어겼다고 주장한 것인데, 입스위치가 지난 시즌까지 하부리그를 전전하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프리미어리그(EPL)로 승격한 승격팀이라는 점과 개막 후 리그 10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유일하게 승리가 없었던 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말은 변명처럼 들린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지난 1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입스위치와의 2024-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홈 경기에서 1-2로 패배했다. 이날 토트넘은 전반전에만 두 골을 내준 이후 후반전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추격골로 따라갔지만 거기까지였다.
토트넘은 입스위치의 올 시즌 '첫 승 제물'이 됐다. 입스위치는 토트넘전을 치르기 전까지 리그 10경기에서 5무 5패를 기록 중이다가 토트넘을 상대로 시즌 첫 승리를 거두면서 강등권에서 탈출했다. 반면 토트넘은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밀려 리그 10위까지 떨어졌다.
입스위치는 2001-02시즌 강등된 이후 23년 만에 승격에 성공한 팀이다. 입스위치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마지막으로 승리를 거둔 날도 2002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입스위치는 토트넘 덕에 약 22년하고도 7개월여 만에 프리미어리그에서 승리의 기쁨을 맛본 것이다.
토트넘이 다른 팀의 혈을 뚫어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토트넘은 지난달 크리스털 팰리스 원정 경기에서 팰리스의 최전방 공격수 장-필리프 마테타에게 선제 결승골을 허용해 0-1로 패배했는데, 이 경기로 팰리스에 시즌 첫 승리를 안겨줬다.
토트넘의 패배 원인은 분명했다. 토트넘은 입스위치전에서도 평소처럼 라인을 높게 올려 높은 위치에서부터 상대를 압박하고, 양쪽 풀백들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시키는 전술을 활용했다. 이는 발이 빠른 입스위치 측면 공격수들에게 좋은 먹잇감을 던져준 셈이었다. 입스위치는 토트넘의 뒷공간, 특히 측면 공간을 적극 활용한 속도감 있는 역습으로 토트넘 수비를 붕괴시켰다.
리스크가 높은 토트넘의 전술은 이미 지난 시즌부터 지적됐던 부분이다. 그러나 공격적인 스타일의 전술을 지향하는 지도자로 유명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새 시즌에도 이 전술을 크게 수정하지 않았고, 이것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듯하다.
영국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입스위치가 시간을 지연했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행동이 최근 프리미어리그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전략적인 것처럼 보인다. 재밌다. 내가 프리미어리그를 좋아했던 이유는 프리미어리그가 이런 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는 그런 일을 하지 않고 경기가 계속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우리가 지연 행위들을 막고 싶다면 상대에게 그런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된다"면서 "유럽에서 이런 시간 지연 행위를 하는 걸 보고 좌절했다. 이것도 경기의 일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입스위치가 골킥을 늦게 차는 등 시간 지연으로 볼 법한 행위들을 한 것은 맞다. 하지만 입스위치와 토트넘의 전력 차나 토트넘의 홈 경기였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시간 지연에 대한 불만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토트넘이 입스위치를 압도해야 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말이 변명처럼 들리는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