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월드시리즈 제패 꿈 이뤘다!…다저스, 양키스 원정 0:5→7:6 뒤집기 드라마 '4승1패' 정상 등극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LA 다저스가 드라마 같은 역전승과 함께 2024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는 라이벌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가 보는 앞에서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다저스는 3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뉴욕 브롱스의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7전 4승제·다저스 3승 1패) 5차전에서 7-6으로 이겼다.

다저스는 지난 26~27일 1, 2차전과 29일 3차전, 이날 5차전을 승리로 장식하고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2024 월드시리즈 챔피언이 됐다. 2020년 이후 4년 만에 메이저리그 정상을 정복했다.



다저스가 풀타임 시즌과 정상적인 포스트시즌을 모두 거쳐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건 1988년 이후 36년 만이다. 2020 시즌의 경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페넌트레이스는 60경기만 치러졌다. 가을야구 운영 방식도 달랐다.

다저스는 이날 0-5의 열세를 뒤집는 저력을 보여줬다. 베츠 1안타 2타점 1득점 1볼넷, 프리먼 1안타 2타점 1득점 1볼넷,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2안타 2타점 1볼넷, 키케 에르난데스 2안타 2득점 1볼넷, 에드먼 1안타 2득점 등으로 제 몫을 해냈다.

오타니는 2018년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치른 포스트시즌에서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손에 넣었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첫해부터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반면 양키스는 안방에서 다저스에게 우승 트로피를 헌납했다. 저지가 월드시리즈 시작 이후 첫 홈런을 쏘아 올렸지만 승부처에서 치명적인 실책으로 고개를 숙였다. 



▲'청정 홈런왕' 깨어난 양키스, 홈런포로 기선 제압

양키스는 5차전에서 글레이버 토레스(2루수)-후안 소토(우익수)-애런 저지(중견수)-재즈 치솜 주니어(3루수)-지안카를로 스탠튼(지명타자)-앤소니 리조(1루수)-앤소니 볼피(유격수)-오스틴 웰스(포수)-알렉스 버두고(좌익수)로 이어지는 타선을 꾸렸다. 에이스 게릿 콜이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다저스는 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무키 베츠(우익수)-프레디 프리먼(1루수)-테오스카 에르난데스(좌익수)-맥스 먼시(3루수)-키케 에르난데스(중견수)-토미 에드먼(유격수)-윌 스미스(포수)-개빈 럭스(2루수)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잭 플래허티가 게릿 콜과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양키스는 5차전 시작과 동시에 기선을 제압했다. 1회말 1사 후 소토가 볼넷으로 출루한 뒤 저지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저지가 다저스 선발투수 잭 플래허티를 상대로 선제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저지는 플래허티의 초구 150km짜리 직구를 공략했다. 스트라이크 존 한 가운데 몰린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3m짜리 타구를 날려 보내고 포효했다.  

저지는 지난 30일 4차전까지 15타수 2안타, 타율 0.133에 그쳤다. 특유의 장타력이 전혀 발휘되지 않으면서 양키스가 1~3차전을 내리 패한 원흉으로 큰 비판을 받았다.

저지는 다만 4차전 8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1타점 적시타를 쳐내며 슬럼프 탈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튿날 곧바로 홈런포를 가동하면서 '청정 홈런왕'의 면모를 되찾았다.



양키스는 저지의 선제 투런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치좀도 짜릿한 손맛을 봤다. 한 점을 더 보태는 솔로 홈런을 작렬시키고 스코어를 3-0으로 만들었다. 

치좀은 투 볼 원 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플래허티가 던진 4구째 150km짜리 직구를 받아쳤다.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 낮은 코스에 형성된 실투를 용서하지 않았다.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0m짜리 타구로 다저스를 좌절시켰다. 

▲'튼튼신'까지 터진 양키스, 다저스 마운드 폭격...5-0 리드 잡고 순항 

양키스 타선은 2회말에도 식지 않았다. 선두타자 볼피가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후속타자 웰스의 1루 땅볼 때 3루까지 진루했다. 1사 3루에서는 버두고가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로 볼피를 홈으로 불러들이면서 4-0으로 도망갔다.



3회말에는 또 하나의 홈런이 터졌다. 선두타자 스탠튼이 다저스 세 번째 투수 라이언 브레이저를 울리는 솔로 아치를 그려냈다. 스탠튼은 초구 153km짜리 직구를 가볍게 밀어쳐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17m의 타구를 쐈다.

양키스는 스탠튼의 홈런으로 점수 차를 5-0으로 벌렸다. 전날 11점을 뽑아낸 타선의 기세가 5차전에서도 이어지면서 쉽게 게임을 풀어갔다.

▲게릿 콜의 쾌투 행진, 다저스 타선 봉쇄한 무시무시한 퍼포먼스

타선의 화끈한 득점 지원에 양키스 선발투수 게릿 콜도 화답했다. 1회초 오타니를 중견수 뜬공, 베츠를 1루 땅볼, 프리먼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삼자범퇴와 함께 5차전을 출발했다.

2회초에는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 먼시를 연속 삼진, 키케 에르난데스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2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기세를 올렸다.



콜은 3회초에도 선두타자 에드먼을 삼진으로 처리, 쾌조의 컨디션을 뽐냈다. 스미스를 1루수 팝플라이로 잡아내면서 쉽게 아웃 카운트 두 개를 손에 넣었다. 2사 후 럭스를 볼넷으로 1루에 내보내기는 했지만 곧바로 오타니를 좌익수 뜬공으로 솎아내고 이닝을 끝냈다. 

콜은 4회초 선두타자 베츠에 볼넷을 내줬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프리먼을 중견수 뜬공,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를 유격수 땅볼, 먼시를 중견수 라인드라이브 아웃으로 처리하고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수비로 자멸한 양키스, 빈틈 파고든 다저스...스코어는 순식간에 5-5 동점

콜의 구위에 눌려있던 다저스는 5회초 침묵을 깼다. 선두타자 키케 에르난데스가 안타를 치고 나가면서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이어 에드먼의 평범한 외야 뜬공을 양키스 중견수 저지가 포구 실책을 범하면서 무사 1·2루 찬스를 이어갔다.

다저스는 스미스의 내야 땅볼 때 행운까지 따라줬다. 양키스 유격수 볼피가 3루 송구를 시도했지만 송구 실책 속에 다저스가 무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다저스는 럭스와 오타니가 연이어 헛스윙 삼진을 당하면서 빈손으로 5회초 공격을 끝낼 위기에 몰렸다. 베츠까지 평범한 1루 땅볼을 치면서 콜과 양키스 쪽으로 야구의 신(神)이 미소를 짓는 듯했다.

그러나 콜이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가지 않은 가운데 양키스 1루수 리조까지 타구를 느긋하게 처리한 게 문제였다. 베츠가 1루까지 전력질주 후 내야 안타를 만들어내면서 다저스가 첫 득점을 얻었다.

콜은 무실점으로 5회초를 끝내지 못한 후유증을 겪었다. 프리먼에게 2타점 적시타,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에게 2타점 2루타를 얻어맞았다.

벼랑 끝에 몰려있던 다저스는 양키스의 연이은 실책 속에 순식간에 5-5 동점을 만들었다.  



▲다시 앞서가는 양키스, 콜의 투혼의 역투

콜은 악몽의 5회초를 딛고 6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에드먼을 좌익수 라인드라이브 아웃, 스미스를 삼진, 럭스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일단 다저스의 좋았던 기세를 주춤하게 했다.

양키스는 6회말 리드를 되찾았다. 선두타자 소토와 저지가 연속 볼넷으로 출루, 주자를 모은 게 시작이었다. 치좀의 내야 땅볼 때 1루 주자 저지가 2루에서 포스 아웃됐지만 병살타가 되지 않으면서 1사 1·3루 찬스가 계속됐다.



양키스는 여기서 스탠튼이 집중력을 발휘했다. 외야로 멀리 뻗어나간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3루 주자 소토가 홈으로 들어올 수 있게 했다. 양키스가 6-5로 다시 앞서면서 6차전을 향한 열망을 드러냈다.

▲'약속의 8회' 만든 다저스, 짜릿한 뒤집기 성공...트로피에 한 걸음 더

하지만 다저스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8회초 선두타자 키케 에르난데스가 좌전 안타로 출루, 양키스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에드먼까지 내야 안타를 쳐내면서 무사 1·2루 역전 기회를 잡았다.



양키스 투수 케인리는 이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스미스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키면서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양키스 벤치는 결국 투수를 위버로 급히 교체했다.

다저스는 일단 럭스가 1타점 외야 희생 플라이를 치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양키스의 살얼음판 리드가 사라지고 다시 피 말리는 동점 접전이 됐다.

다저스는 계속된 1사 1·3루에서 오타니가 포수 타격 방해로 출루, 또 한 번 만루 기회를 얻었다. 여기서 베츠가 침착하게 1타점 외야 희생 플라이를 치면서 7-6으로 역전, 5차전 시작 후 처음으로 앞서갔다. 월드시리즈를 이날 밤 끝낼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다가왔다.



▲양키스 저항 잠재운 다저스, 월드시리즈 왕좌를 차지하다

다저스는 이 한 점의 리드를 지켜냈다. 8회말 1사 후 저지에게 2루타를 맞고 치좀에게 볼넷을 내줘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버텨냈다. 브레이저가 스탠튼을 우익수 뜬공, 리조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양키스의 추격 흐름을 끊어냈다.

다저스는 9회초 1사 1·2루 추가 득점 기회를 놓쳤지만 우승에는 문제가 없었다. 9회말 마운드에 오른 워커 뷸러가 볼피를 3루 땅볼, 웰스와 버두고를 연속 삼진으로 처리했다. 혈투에 마침표를 찍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사진=EPA/AP/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