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이게 정녕 이적료 900억원 공격수의 슛이란 말인가.
맨체스터 시티라는 거함을 넘었지만 토트넘 입장에선 씁쓸함을 감출 수 없는 순간도 있었다. 최근 발롱도르 수상 낙마한 브라질 대표팀 동료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를 옹호하고 "축구가 무너졌다"는 등 극렬 비판을 쏟아낸 토트넘 공격수 히샬리송 때문이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3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 카라바오컵 16강전 홈 경기에서 맨시티를 2-1로 잡았다.
임대생인 티모 베르너가 손흥민 빠진 레프트윙으로 나서 선제골을 넣고 중앙 미드필더 파페 말랑 사르가 결승골을 집어넣은 것에 힘입어 맨시티를 잡았다.
맨시티가 어린 선수들을 상당수 투입했다고는 하지만 필 포든, 마테우스 누네스, 일카이 귄도안, 존 스톤스, 후벵 디아스 등은 프리미어리그 매 경기 나서는 핵심 주전들이고 이들 역시 토트넘전에 출전했다.
그런 측면에서 토트넘은 값진 승리를 챙겼다. 2008년 리그컵 우승 뒤 16년 만에 공식 대회 우승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하필이면 가장 강한 맨시티를 만나 힘든 승부가 예상됐으나 홈구장 토트넘 홋스퍼 경기장에서 맨시티에 강했던 과거 기억을 되살려 한 골 차 승리를 거뒀다.
다만 아쉬운 순간도 있었다. 토트넘이 2-1로 앞서던 후반 38분 히샬리송의 슛이 대표적이었다.
맨시티는 수비지역에서 스로인을 잘못 했다. 공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 있던 히샬리송에 정확하게 배달됐다. 거의 어시스트를 헌납한 셈이다. 상대 골키퍼 슈테판 오르테가와 일대일 찬스였다.
그러나 히샬리송의 골결정력에 토트넘 관중이 땅을 쳤다. 히샬리송의 왼발 슛은 너무 약했고 오르테가 정면이었다. 오르테가가 몸으로 막아냈고 이후 맨시티 선수들이 걷어냈다.
다행히 이후 맨시티 계속된 공격에도 토트넘이 한 골 차 리드를 잘 지켜 이겼기에 다행이지 동점 허용했으면 히샬리송의 슛은 두고두고 욕을 먹을 순간이었다. 토트넘의 흔치 않은 우승 기회를 날렸기 때문이다.
브라질 국가대표로 2022 카타르 월드컵에도 출전했던 히샬리송은 토트넘에서 가장 골치 아픈 선수가 됐다.
2022년 여름 에버턴에서 토트넘으로 올 때 900억원 이적료가 발생할 만큼 큰 기대를 받고 손흥민 동료가 됐으나 몸값에 걸맞지 못한 활약을 펼치고 있어서다. 게다가 부상도 잦아 이번 시즌에도 두달 넘게 재활만 했고 이제 막 그라운드로 돌아와 이번 맨시티전에 후반 교체로 투입됐는데 헛발질을 하고 말았다.
그런 와중에 히샬리송은 자신의 SNS에 비니시우스 발롱도르 낙마를 놓고 "축구가 패했다"는 둥 격한 감정을 쏟아내 화제가 됐다.
히샬리송은 지난 29일 "오늘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브라질 국민들은 오랜만에 우리나라에 또 한 명의 선수가 세계 최고의 선수상을 수상하는 것을 기대하며 일어났다"라고 밝혔다.
이어 "안타깝게도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상이 수여되지 않았다"라고 발롱도르 결과에 불만을 드러냈다.
또 "오해하지 말아라. 로드리는 최고의 선수이며, 최고 중 한 명이 될 자격이 있다"라며 "하지만 비니시우스가 발롱도르를 수상하지 못한 건 창피한 일이며, 오늘 유일하게 잃은 건 축구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난 비니시우스가 그의 꿈이 모든 브라질 사람들이 자신을 응원하는 것을 보는 것이었다고 말했던 걸 기억한다"라며 "그리고 그날은 오늘이었다. 넌 거인이고, 세계 최고이다. 어떤 트로피도 이를 바꿀 수 없다. 조용히 있지 마! 우린 모두 함께이다"라며 비니시우스를 응원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브라질 매체 글로보 스포츠에 따르면 히샬리송은 "앞으로 프랑스풋볼은 발롱도르 후보에 날 절대 넣지 말라"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니시우스와의 연대를 위한 움직임을 취한 것이다.
다만 이날 맨시티전 '빅찬스미스'를 놓고 보면 히샬리송이 발롱도르 후보에서 빼달라는 말을 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