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선발투수 임찬규가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WBSC 프리미어12 대표팀 훈련에 처음으로 합류해 운동을 마친 뒤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임찬규는 오른쪽 어깨 부상으로 낙마한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원태인의 대체 선수로 발탁됐다. 고척,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고척, 최원영 기자) 태극마크에 진심이다.
LG 트윈스 선발투수 임찬규는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4 WBSC 프리미어12 대표팀 훈련을 마친 뒤 합류 소감을 밝혔다.
임찬규는 지난 29일 선발투수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의 대체 선수로 대표팀에 추가 발탁됐다. 원태인은 올해 한국시리즈서 투구하다 몸에 이상을 느꼈다. 오른쪽 어깨 관절 와순 손상 및 어깨 회전근개 힘줄염 등이 발견돼 대표팀 승선이 불발됐다. 임찬규가 빈자리를 채운다.
30일 만난 임찬규는 "태극마크를 처음 다는 느낌이다. 그만큼 오래됐다. 예전엔 난 어렸고 형들이 더 많았다"며 "지금은 동생들이 더 많다. 물론 실력은 후배들이 더 뛰어나다. 그래도 (고)영표(KT 위즈) 형과 투수진을 잘 이끌어 밝은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운을 띄웠다. 임찬규는 앞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에 뽑힌 적 있다.
이번 대표팀 승선은 예상했을까. 임찬규는 "예비 명단(60명)에도 없었기 때문에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손주영(LG) 등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지고 다른 대체 선수들이 들어가는 걸 보며 '난 갈 일 없겠구나'라고 여겼다"고 밝혔다.
예비 명단에서 제외된 게 섭섭하진 않았을까. 임찬규는 "좋은 선수들이 워낙 많다. 특히 젊은 선수들이 엄청 성장하고 있다"며 "원래 대표팀에 뽑히다가 빠졌으면 실망했겠지만 난 늘 없었기 때문에 괜찮았다. 새삼스레 빠진 게 아니었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이후 류중일 대표팀 감독의 전화를 받았다. 임찬규는 "사실 그때 김태균 선배님과 충북에서 어린이 야구 교실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시리즈) 경기를 못 봤다"며 "감독님께서 전화를 주셨는데 처음엔 그것도 못 받았다. 부재중이 찍혔길래 다시 전화를 드렸다. 이후 원태인 선수가 어떻게 된 건지 찾아봤다"고 설명했다.
LG 트윈스 선발투수 임찬규가 지난 11일 KT 위즈와의 준플레이오프 경기에 선발 등판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막아낸 뒤 팬들의 호응을 유도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류 감독은 임찬규에게 "(임)찬규야, (원)태인이가 지금 좀 아픈 것 같다. 혹시 되겠나"라고 물었다. 임찬규는 "바로 된다고 말씀드렸다. 당시 통화할 때 기준으로 일주일 정도 쉬었기 때문에 공백이 크진 않다고 생각했다"며 "감독님께서 직접 전화 주셨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그래서 앞뒤 가리지 않고 된다고 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충북에서 곧바로 서울로 출발했다. 임찬규는 "서울에 도착하니 저녁 10시 정도 되더라. (LG 홈구장) 잠실야구장으로 가 운동을 해봤다. 공을 던져봤다"며 "몸 상태를 체크해 봐야 하지 않나. 만약 안 되면 솔직하게 말씀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표팀과 우리 LG, 그리고 팬분들을 위해 확인해 봤는데 괜찮았다. 메디컬 테스트를 잘 끝내고 이상이 없어 대표팀에 합류했다"고 힘줘 말했다.
임찬규는 "대표팀에 왔는데 모든 게 자연스럽다. 선수들과도 일상 대화를 나눴다"며 "LG 선수들에게도 연락이 많이 왔다. 다들 나를 원래 있었던 선수처럼 편하게 대해준다. 정말 고맙다"고 미소 지었다.
6년 전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와 지금의 임찬규는 많이 다르다. 훨씬 성장했다. 임찬규는 "그땐 많이 들떴다. 국가대표라는 게 마냥 좋았다"며 "지금은 침착하게 투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와 현재, 대표팀에서 내게 원하는 모습이 다르다고 본다. 거기에 부응하려면 더 신중하고 진중하게 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찬규는 "이제는 내가 한 경기를 어느 정도 책임져야 한다. 한 경기에서 많으면 두 경기 정도 등판할 텐데 내가 나가는 게임은 꼭 책임져야겠다고 다짐했다"며 "이 자리가 원래 원태인 선수의 자리 아닌가. 그래서 거기에 대한 무게감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류중일호는 B조 예선서 대만, 쿠바, 일본, 도미니카공화국, 호주와 맞붙는다. 임찬규는 "시즌 후반이나 가을야구 때처럼 컨디션만 잘 올라오면 충분할 것 같다. 올해 서울시리즈에서도 (메이저리그 팀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상대해 좋은 결과가 있었다. KBO리그에서도 외인들에게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며 "물론 더 좋은 선수들도 많겠지만 좋은 기억을 가지고 가려 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올해 KT와의 준플레이오프 2경기서 11⅓이닝 2승 평균자책점 1.59로 시리즈 MVP를 거머쥐었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서도 1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챙겼다. 1-0 승리를 이끌며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LG 트윈스 선발투수 임찬규가 지난 11일 KT 위즈와의 준플레이오프 경기에 선발 등판해 호투한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임찬규는 "큰 경기에서 괜찮았기 때문에 의심보다는 자신감을 갖고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일주일을 쉬어 그때의 흐름을 찾아야 한다"며 "개인 훈련을 3일 동안 하고 와 이번이 4일짼데 밸런스나 흐름이 아직인 듯하다. 몸을 빨리 끌어올리는 게 첫 번째다"고 말했다.
염경엽 LG 감독의 한마디도 잊지 않았다. 임찬규는 "감독님께서 대표팀 발탁 후 '네 공, 처음 보면 쉽지 않을 거다'라고 하셨다. 하던 대로 완급 조절, 템포 조절하면서 잘 던져 보라고 해주셨다"며 "다행히 상대 팀들을 여러 번 만나는 게 아니니 한 번에 생소함으로 승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하다"고 웃었다.
소속팀 LG서 배터리 호흡을 맞춘 포수 박동원과 대표팀서도 함께하게 됐다. 임찬규는 "나를 잘 아는 포수와 손발을 맞추니 편할 것 같다. 형이 나에 대해 워낙 잘 아니 준비 잘하면 될 듯하다. 내 몸만 잘 만들면 된다"고 전했다.
11월 1, 2일 고척에서 열리는 쿠바 대표팀과의 평가전엔 결장한다. 대신 11월 6일 상무 야구단과의 연습경기 및 대만 현지에서 치러질 연습게임에 등판할 예정이다. 임찬규는 "상무전에서도 많은 이닝을 소화할 것 같진 않다. 경기력을 체크해야 한다"며 "상무전에서 몸 상태가 괜찮다면 대만 연습경기에서 100%로 던져보려 한다. 그리고 실전 경기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임찬규에게 '태극마크'가 갖는 의미를 물었다. 그는 "선수의 자부심이자 명예다. 대한민국 야구 팬분들이 보는 경기이기 때문에 최대한 좋은 투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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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