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울버햄튼 원더러스의 추락이 끝을 모르고 있다.
2023-2024시즌 중하위권에 머물렀지만, 황희찬의 공격력이 폭발하며 조기에, 잔류에 성공했던 울버햄튼은 이번 시즌 황희찬을 벤치 자원으로 내리더니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강등 위기에 내몰렸다. 황희찬도 지난 시즌 핵심에서 벤치 멤버로 전락하면서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
울버햄튼은 지난 20일(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프턴에 있는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 홈 경기에서 1-2 역전패를 당했다.
전반 7분 만에 외르겐 스트란드 라르센의 선제골이 터졌지만, 전반 33분 요슈코 그바르디올에게 동점 골을 허용했다.
팽팽하던 흐름이 깨진 건 경기 종료 직전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49분 맨시티가 코너킥 상황에서 존 스톤스의 헤더 역전 골이 터져 극적인 승점 3점을 얻었다.
맨시티 선수들은 환호했지만, 골이 인정되지 않았다. 그런데 VAR 판독이 진행되면서 개리 오닐 울버햄프턴 감독은 대기심에게 격하게 항의했다. 베르나르두 실바의 오프사이드 여부에 대한 논쟁이었다.
코너킥이 올라오기 직전, 실바가 혼자 골키퍼를 방해하고 있었다. 킥이 박스로 넘어오면서 실바는 골키퍼 옆으로 빠졌고 스톤스의 헤더가 시작된 순간, 몸을 웅크렸다. 골키퍼 앞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져 실바가 해당 플레이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주심은 원심을 뒤집고 그대로 득점을 인정했다. 맨시티는 극적으로 승점 3점을 가져갔지만, 울버햄튼은 홈에서 또다시 승점 확보에 실패했다.
프리미어리그 메치 센터 계정은 해당 판정에 대해 "스톤스의 골이 실바가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골키퍼의 시야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취소됐다. VAR 시스템은 실바가 골키퍼의 시야에 있지 않았고 골키퍼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봤고 온필드 리뷰를 추천했다. 주심이 원심을 뒤집고 득점을 선언했다"라고 설명했다.
오닐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경기력 자체에 만족한다고 했지만, VAR 판정에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오닐 감독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노팅엄 포레스트 원정 3라운드에서 1-1 무승부를 거둔 것을 제외하면 단 한 경기도 승점을 따지 못했다. 올 시즌 공식전 승리는 지난 8월 29일 번리(챔피언십)과의 카라바오컵 2라운드 2-0 승리가 유일하다.
2018년 여름 프리미어리그 승격 후 현재까지 1부리그에 잔류하고 있는 울버햄튼은 2016년 구단을 인수한 중국인 구단주 궈장창이 소유한 푸싱 그룹 체제에서 성공적인 시기를 거쳐왔다.
하지만 지난 두 시즌 간 울버햄튼이 수익 및 지속가능성 규정 때문에 손실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선수 판매로 계속 수익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당장 올 시즌을 앞두고 페드루 네투(첼시), 막시밀리안 킬먼(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다니엘 포덴세(알 샤밥) 등 핵심 선수들을 판매하면서 1억 1250만 유로(약 1679억원)의 매출액을 얻었다. 영입은 7440만 유로(약 1110억원)를 쓰면서 수익이 3810만 유로(약 568억원)에 달한다.
지난 시즌엔 이적시장 활동으로 얻은 수익이 7520만 유로(약 1122억원)에 달했다. 마네우스 누녜스(맨시티), 후벵 네베스(알 힐랄), 네이선 콜린스(브렌트포드), 코너 코디(레스터 시티), 라울 히메네스(풀럼) 등 핵심 자원들을 모두 판매해 버렸다. 아다마 트라오레(풀럼)는 재계약 없이 아예 FA로 작별했다.
이러다 보니 선수단 구성이 매년 변화하고 선수단 퀄리티도 이전 시즌보다 떨어지면서 울버햄튼의 경쟁력은 점차 떨어졌다. 이는 리그 순위로도 드러났다.
승격 직후 7위를 차지하며 한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 나가기도 했던 울버햄튼은 2021-2022시즌 10위 이후 2022-2023시즌 13위, 2023-2024시즌 14위, 그리고 올 시즌 리그 최하위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팀을 잘 이끌던 훌렌 로페테기 감독마저 지난 시즌 시작을 앞두고 제대로 선수 보강이 이뤄지지 않자 손을 놓고 급작스럽게 팀이 떠날 만큼 경기력과 별개로 구단 내부 상황이 좋지 않았다.
개리 오닐이 소방수로 부임해 지난 시즌 잔류를 이끌면서 팀의 신뢰를 얻었는데 그 중심엔 황희찬이 있었다. 지난 시즌 리그 12골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면서 팀의 잔류를 이끌었다. 2020-2021시즌 팀 득점 51골 이후 다음으로 많은 50골을 기록하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올 시즌 황희찬의 자리는 사라졌다. 192cm의 장신 라르센이 오면서 황희찬이 최전방에서 뛰는 일은 없어졌다. 지난 시즌 투스트라이커 체제에서 1명의 스트라이커만 두는 전형으로 변화했고 황희찬은 왼쪽 공격수 경쟁에서도 곤살루 게데스, 카를로스 포브스 등에게 밀렸다.
더군다나 황희찬은 지난 10일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요르단과 대한민국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캐나다-미국-멕시코 공동 개최)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3차전에 선발 출장했다가 부상을 당했다.
황희찬은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 대신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했는데, 공을 가진 상황에서 몇 차례 좋은 드리블을 보여주다가 상대에게 집중 견제를 당해 그라운드 위에 쓰러졌다. 요르단 수비수들은 전반전부터 황희찬에게 강한 압박과 태클을 시도했고, 파울에 관대한 성향을 가진 주심이 요르단 수비진의 거친 플레이를 방관하면서 결국 황희찬의 부상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황희찬은 곧바로 엄지성과 교체됐으나 의료 스태프들의 부축을 받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스태프의 등에 업혀 공항으로 이동했고,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할 때는 휠체어를 탄 모습이 포착돼 큰 부상을 당한 것으로 의심됐다.
결국 홍명보 감독은 황희찬을 엄지성과 함께 소집 명단에서 빼고 이승우와 문선민을 대체 발탁했다. 황희찬은 곧바로 영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4차전을 관람하며 대표팀을 응원한 뒤 소속팀에 복귀했다.
울버햄튼을 이끄는 오닐 감독도 황희찬의 부상에 한숨을 내쉬었다. 매체에 따르면 오닐 감독은 경기 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황희찬의 발목 인대 안쪽에 문제가 생겼다. 황희찬은 아마도 2~3주 동안 결장할 것"이라며 "부상이 심각하지 않길 바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상은 황희찬에게 시간을 준다. 작년 이맘때 황희찬의 경기력이 어땠는지, 그의 컨디션이 어땠고 몸 상태가 얼마나 날카로웠는지를 생각한다면 그는 지난 아시안컵에 다녀온 뒤 몇 차례 부상을 입고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못했다"라며 황희찬이 지난 시즌 하반기부터 경기력이 하락한 이후 좀처럼 경기력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아쉬워했다.
또 "황희찬은 분명히 휴식을 취하면서 발목 상태를 회복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날카로워지기 위해 몸을 관리하고 자신을 좋은 위치에 두어야 한다"라며 "그는 지난 시즌에 그랬던 것처럼 복귀해서 프리미어리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라며 황희찬이 부상에서 돌아와 다시 지난 시즌처럼 팀의 에이스로 활약해 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울버햄튼의 상황을 고려하면 오닐의 거취가 먼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대로라면 리그 첫 승이 언제 나올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울버햄튼은 앞으로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 크리스털 팰리스, 사우샘프턴, 풀럼, 본머스, 에버턴,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입스위치 타운, 레스터 시티 등 박싱데이(크리스마스 연휴 이후 일정) 전까지 그나마 승리를 노려볼 수 있는 팀들과의 대결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서도 승리를 얻지 못하고 박싱데이 전까지 강등권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울버햄튼과 황희찬의 강등은 현실이 될 것이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프랑스 리그1 명문 마르세유의 러브콜을 받았던 황희찬은 프리미어리그 출전을 위해 잔류를 택했지만, 정작 팀이 강등돼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지 못할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