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이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승리해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뒤 마운드에 모여 기뻐하고 있다. 원태인은 포수 강민호와 뜨겁게 포옹 중이다. 잠실, 김한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최원영 기자) 기쁨을 만끽한 뒤, '푸른 피의 에이스'로서 책임감을 높였다.
삼성 라이온즈는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4차전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극적인 1-0 승리를 완성했다.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1, 2차전서 승리한 뒤 3차전서 패했으나 4차전서 마침표를 찍었다. 2015년 이후 9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랐다. 정규시즌 1위 KIA 타이거즈와 맞붙을 예정이다.
삼성이 4차전 승리 및 한국시리즈행을 결정지은 순간, 가장 먼저 마운드로 달려 나온 이는 투수 원태인이었다. 경기 후 만난 원태인은 "너무 기쁘네요 진짜"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원태인은 "(황)동재, (김)지찬이와 같이 있었다. '끝나면 바로 (강)민호 형한테 달려가자'고 했다. 형에게 너무 중요한 경기였기 때문에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 반, 기쁜 마음 반으로 달려 나간 것 같다"고 돌아봤다. 2004년 롯데 자이언츠서 데뷔한 강민호는 무려 21년 만에, 드디어 처음으로 한국시리즈를 경험하게 됐다.
이날 결승타의 주인공도 강민호였다. 0-0으로 팽팽히 맞선 8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LG 두 번째 투수 손주영의 5구째, 147km/h 패스트볼을 강타했다. 비거리 129m의 선제 좌중월 솔로 홈런으로 팀에 1-0을 안겼다. 그대로 결승점이 됐다.
원태인은 "홈런이 나오자마자 '끝났다'고 생각했다. 3회까지 분위기를 보니 선취점을 내는 팀이 무조건 이길 듯했다"며 "특히 그게 홈런이면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올 것이라 봤다. 8회에 민호 형이 홈런을 치자마자 '와, 끝났다' 싶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른쪽부터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원태인과 포수 강민호.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8회초 강민호가 선제 솔로 홈런을 때려내자 더그아웃에서 함께 기뻐하고 있다. 잠실, 김한준 기자
플레이오프 내내 강민호는 원태인에게 "형 한국시리즈 한 번만 보내줘라. 도와줘라"라고 했다. 원태인은 "제가 보내드리겠습니다"라고 답하곤 했다. 4차전을 앞두고는 조금 달랐다.
원태인은 "형이 전날까지만 해도 '좀 보내줘라'라고 했는데, 4차전 아침에 사우나에서 만났을 때는 아니었다. '뭐, 안 되면 내가 할게. 내가 해야지'라고 했다"며 "경기가 잘 안 풀리고 있었는데 진짜 형이 해결해줬다. 심지어 1-0 승리가 됐다. 그래서 형에게 더 뜻깊은 경기였을 듯하다"고 전했다.
경기 종료 후 눈물을 흘린 선수들이 많았다. 원태인은 "다 울더라. 한국시리즈 우승한 것도 아닌데 마운드로 뛰어나가는 것도 조금 그렇긴 했다"며 "선수단 모두 민호 형과 같이 한국시리즈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정말 컸다. 그래서 다 달려 나간 것 같다. 형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게 너무 좋았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박)병호 형이 우승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다 뛰어나가냐고 하더라. 그래도 그 장면이 우리 팀의 분위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다들 한마음이고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 앞으로도 아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난 울지 않았다. 아직 경기가 남아있고, 4승을 더 올려야 하기 때문에 평정심을 유지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만약 플레이오프 5차전이 개최되면 원태인이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4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기 위해 상황이 갖춰지면 원태인을 구원 등판시키는 방법도 고려했다.
오랜만에 불펜으로 대기해야 했던 원태인은 "많이 긴장했다. '언제 나갈지 모른다. 끝까지 준비해달라'고 하셔서 스파이크 끈도 풀지 못했다"며 "내심 내가 등판 안 하고 끝나길 바랐는데 선발 데니 레예스와 (임)창민이 형, (김)재윤이 형이 너무 잘 던져줬다"고 미소 지었다.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원태인이 지난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2019년 삼성의 1차 지명을 받고 프로에 데뷔한 원태인은 올해 첫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른다. 그는 "삼성의 한국시리즈는 늘 토종 선발투수가 이끌었다. 나도 열심히 던져야 한다. 지금 컨디션이 정말 좋다. 멋진 경기 했으면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대망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원태인은 "긴장감도 분명 있을 테고 부담감도 무척 클 것 같다. 그래도 즐기면서 하면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KIA는 만만치 않은 상대다. 정규시즌에도 상대 전적서 삼성이 4승12패로 크게 밀렸다. 원태인은 "KIA는 정말 좋은 팀이다. 전력 분석이나 대비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며 "우리도 분위기를 탔다. 타격 사이클이 잠시 떨어졌지만 다시 올라올 것이라 본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KIA엔 (김)도영이와 최형우 선배님, 나성범 선배님 등 경험 많고 잘하는 타자들이 여럿 있다. 워낙 타선이 좋은 팀이라 선발투수들이 최소 실점으로 이닝을 끌어줘야 한다"며 "LG도 힘든 상대였지만 KIA도 힘들 것 같다. 포수 민호 형을 믿고 투구하겠다"고 밝혔다.
원태인은 "플레이오프에서 투수들이 정말 잘 던졌다. 혹사당한 선수도 없다. 오히려 다들 경기 감각을 잘 끌어올렸다"며 "비 때문에 플레이오프 경기가 두 번 미뤄져(2·4차전) 우리에게 불리하다는 말이 많았는데, 반대로 체력을 아꼈다고 생각한다. 한국시리즈에선 다들 더 잘할 것이라 믿는다"고 눈을 반짝였다.
사진=잠실, 김한준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