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재정 문제로 인해 에릭 텐 하흐 감독의 경질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매체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12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에릭 텐 하흐의 경질을 복잡하게 만드는 1500만 파운드(약 265억원)의 큰 문제에 직면해 있다"라고 보도했다.
텐 하흐 감독은 현재 프리미어리그 사령탑 중 경질 가능성이 높은 지도자 중 한 명이다. 텐 하흐 감독 체제에서 맨유는 최근 공식전 4무1패를 거두며 5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 중이다. 승리가 없다보니 프리미어리그 순위도 현재 14위에 위치해 있다.
텐 하흐 감독은 지난 6일 영국 버밍엄에서 있는 빌라 파크에서 열린 애스턴 빌라와의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경기에 맨유 보드진이 대거 참관했지만, 텐 하흐는 무기력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또다시 승리에 실패하면서 맨유는 리그 개막 7경기에서 승점 8점밖에 얻지 못했다. 이는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악의 시즌 출발이며, 지난 시즌 7경기에서 승점 9점에 그쳐 역대 최악의 시즌 출발을 보였던 텐 하흐 감독은 단 한 시즌 만에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다시 썼다.
리그 7경기에서 승점 8점은 지난 1989-1990시즌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이 시즌 FA컵 우승 전에 강력한 퇴진 압박을 받았던 시즌의 성적 이후 역대 최악이다.
텐 하흐 감독은 2023-24시즌 FA컵에서 우승을 차지해 지난 7월 맨유와 계약 연장에 성공했다. 그러나 새 시즌 개막 후 부진이 이어지자 재계약을 맺은 지 불과 3개월 만에 경질 가능성이 급부상했다.
그러나 맨유가 텐 하흐 감독을 경질할 생각이 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9일 영국 런던에서 맨유 수뇌부가 모여 6시간 넘게 회의를 진행했지만, 텐 하흐의 거취에 대해 논의했다는 정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맨유는 런던에서 월례 이사회를 열었는데, 우리는 이 회의가 에릭 텐 하흐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고 보도했다"라며 "회의는 약 6시간 동안 진행됐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를 알 수 없다"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텐 하흐는 직장에 남아 있으며, A매치 휴식기 동안 관례적으로 클럽에서 며칠을 보내고 있다"라며 "따라서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그는 10월 19일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리는 브렌트퍼드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복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 상태라면 텐 하흐 감독은 오는 19일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리는 브렌트퍼드와의 2024-25시즌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 홈경기를 지휘한다. 이때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맨유가 텐 하흐 감독 경질을 망설이는 이유가 재정적인 문제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매체는 "이번 주 맨유의 주요 인사들은 에릭 텐 하흐의 미래에 관해 토론을 벌였지만, 감독을 교체하기로 한 결정은 클럽의 재정적인 상황에도 영향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7월에 맺은 계약 연장으로 인해 텐 하흐가 경질될 경우 받게 될 위약금은 1400만 파운드(약 247억원)에서 1500만 파운드(약 265억원)로 늘었다"라며 "이는 유럽축구연맹(UEFA)와 프리미어리그가 부과한 재정 준수가 아슬아슬한 적자 클럽 맨유에겐 상당한 금액이다"라고 덧붙였다.
매체에 따르면 맨유는 최근 5년 연속으로 적자를 봤고, 누적 손실은 무려 3억 7000만 파운드(약 6524억원)가 넘는다. 최근에 입은 손실은 1억 1320만 파운드(약 1996억원)이다.
2024 여름 이적시장 지출도 텐 하흐 감독 경질을 어렵게 만든 요인 중 하나이다. 맨유는 여름 이적시장 동안 레니 요로, 마테이스 더 리흐트, 마누엘 우가르테, 조슈아 지르크지 등을 영입하느라 약 2억 파운드(약 3527억원)를 지출했다.
구단 재정이 좋지 않은 가운데 텐 하흐 감독을 경질함으로써 위약금으로 1500만 파운드(약 265억원) 거액을 지출하는 상황은 맨유도 꺼리고 있다는 게 매채의 분석이다.
그러나 성적 부진이 이어져 다음 시즌 유럽대항전에 나가지 못하게 된다면 더 큰 손실로 이어지기에 텐 하흐 감독의 잔여 경기 성적에 따라 맨유도 칼을 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매체도 "맨유는 위약금 1500만 파운드(약 265억원) 지출 결정을 가볍게 내리지 않을 것이지면, 부진한 결과가 이어진다면 루즈-루즈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라며 위약금 문제로 텐 하흐 감독의 경질을 말성이면 더 큰 손해로 이어질 거라고 경고했다.
맨유가 수익을 얻기 위해선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나가야 한다. 매체에 따르면 맨유는 2022-23시즌 UEFA 유로파리그에서 8강에 진출했을 때 상금으로 3750만 파운드(약 661억원)를 받았지만, 2018-1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올랐을 때 9310만 파운드(약 1641억원)를 수령했다.
이를 근거로 매체는 맨유가 올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4위 이상의 성적을 차지하거나 UEFA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해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선 텐 하흐 감독의 경질을 망설여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매체는 "맨유는 UEFA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할 수 있고, 프리미어리그 4위권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한 시간은 충분하지만 텐 하흐 감독 밑에선 어느 쪽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라며 "짐 렛클리프 구단주는 변화를 기대하기 위해 1500만 파운드를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라고 했다.
또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맨유이기에 소속팀이 있어 보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지도자보다 토마스 투헬, 그레이엄 포터 등 무직 상태인 감독을 텐 하흐 감독의 후임으로 데려올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한편 '풋볼 트랜스퍼'는 향후 2경기가 텐 하흐 감독의 미래를 결정 지을 거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매체는 "텐 하흐는 암울한 시작으로 엄청난 암박을 받고 있지만, 맨유 보드진은 일단 그를 감독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라며 "클럽이 텐 하흐를 해고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그는 브렌트퍼드와의 홈경기 때 벤치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그러나 텐 하흐는 10월 25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조제 무리뉴가 이끄는 페네르바체와의 원정 경기 이후 구단이 자신의 미래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들었다"라고 밝혔다.
브렌트퍼드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치른 후 맨유는 오는 25일 튀르키예 원정을 떠나 페네르바체와 2024-25시즌 UEFA 유로파리그 3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른다.
매체는 '브렌트퍼드-페네르바체' 2연전에 텐 하흐 감독의 경질 여부를 결정할 거라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현재 페네르바체를 이끌고 있는 인물이 전 맨유 사령탑 무리뉴 감독이기에 무리뉴 감독이 텐 하흐 감독의 운명을 결정 짓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