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양민혁이 화려했던 출국과 달리 이번 시즌 1군 출전시간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주축 선수들 줄부상이 희망이 되고 있다.
팬들은 양민혁이 손흥민과 좌우 측면에서 토트넘의 공격을 이끄는 모습을 기대했으나 현실의 벽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양민혁이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출전하려면 우선 현지 환경과 팀에 적응하는 게 급선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지난 16일(한국시간) 아스널과의 2024-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1-2로 역전패했다.
토트넘은 전반 25분 문전에서 벌어진 혼전 상황 이후 흘러나온 공을 손흥민이 페널티아크 앞에서 강하게 때린 게 그대로 골문 구석에 꽂히는 선제골로 이어져 리드를 잡았으나 전반 40분 도미니크 솔란케의 자책골과 전반 44분 레안드로 트로사르의 역전골로 인해 무너지고 말았다. 후반전에 한 골도 넣지 못한 토트넘은 지난 번에 이어 또다시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에서 패배했다.
양민혁은 이날도 경기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주중에 열린 탬워스(5부리그)와의 2024-25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라운드(64강) 이후 두 경기 연속 명단 제외됐다. 양민혁이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 명단에 이름을 올린 건 지난 리버풀과의 카라바오컵(리그컵) 4강 1차전이 유일하다.
지난해 강원FC에서 K리그 역사에 남을 데뷔 시즌을 보낸 양민혁은 지난달 중순 런던으로 건너가 토트넘에 합류했다.
프로 무대에 데뷔한 시즌에 리그 전 경기에 출전해 12골 6도움을 기록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선수였고, 토트넘 입단 이후 1군 선수들이 주로 사용하는 등번호인 18번을 받아 토트넘에서도 금방 데뷔전을 치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실제 홈페이지에도 1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양민혁 1군 데뷔전으로 예상되던 탬워스전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점은 아쉬울 법했다. 직전 경기였던 리버풀전에서 벤치에 앉기도 했고, 토트넘의 상대인 탬워스가 영국 내셔널리그(5부리그) 소속인 세미프로 클럽이기에 양민혁의 명단 포함, 나아가 출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1.5군으로 선발 명단을 구성했고, 양민혁 대신 알피 도링턴과 윌 랭크셔, 그리고 칼럼 올루세시를 교체 명단에 포함시켰다.
이어진 아스널전에서도 양민혁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에 앞서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은 토트넘 선수단의 줄부상으로 인해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선택지가 줄어들었다며 양민혁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아스널전에 고려할 수 있는 옵션 중 하나라고 소개했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번에도 양민혁을 외면했다.
사실 아스널이 너무 강한 팀이어서 양민혁의 출전은 물론 벤치 대기를 바라는 것도 무리였다.
하지만 또래 선수들이 속속 엔트리에 진입하고 있어 양민혁의 현 상태를 마냥 긍정적으로 보긴 어렵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답답함을 느낀 토트넘 팬들은 토트넘 내부 소식에 정통한 폴 오 키프에게 양민혁의 입지에 대해 물어봤다.
오 키프는 "지금 토트넘은 양민혁을 온전히 영국과 영국 축구에 적응시키고 있다"고 밝힌 뒤 토트넘의 21세 이하(U-21) 팀에서 뛸 가능성이 있냐는 팬의 질문에 "좋은 질문이다. 어쩌면 토트넘은 이 방식을 고려할 수도 있다"며 토트넘이 양민혁의 적응을 돕기 위해 양민혁을 U-21 팀에 집어넣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양민혁을 당장 기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3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을 앞두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양민혁에 대한 계획을 세웠냐는 질문에 "지금은 특별한 계획이 없다"며 "양민혁은 아직 어린 선수다. 그는 앞으로 마주할 경쟁 수준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지구 반대편에서 온 선수다. 우리는 그가 적응하도록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양민혁은 적응만 하다 첫 시즌을 마칠 수도 있다.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많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무어나 랭크셔가 1군에서 조금씩 기회를 받고 있고 심지어 동갑내기인 아치 그레이와 루카스 베리발은 꾸준히 출전하는 걸 보면 양민혁이 동나이대 선수들을 따라가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결국 양민혁이 토트넘 1군에서 데뷔하려면 빠르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눈에 드는 게 중요하다. 물론 어느 순간 데뷔해서 빠르게 적응하고 출전시간을 늘릴 수도 있지만 아직은 현실적이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희망의 틈이 보이는 것은 토트넘 윙어들이 줄부상을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탬워스전 직후 티모 베르너가 다쳤고, 아스널전 뒤엔 브레넌 존슨이 몸에 이상을 보였다. 둘 다 양민혁과 포지션이 겹친다.
토트넘은 19일 에버턴과 원정 경기를 치른다. 베르너와 존슨의 부상 여파로 양민혁이 벤치 한 켠을 차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오키프의 견해처럼 U-21팀으로 내려간다면 하루 앞선 18일 오후 11시 노리치 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2에 출전할 수 있다.
손흥민의 조언대로 프리미어리그 생활은 쉽지 않아 보인다.
손흥민은 지난해 7월 양민혁의 토트넘 입단이 확정됐을 당시 "힘들 거라는 걸 얘기해주고 싶다. 프리미어리그는 전혀 쉽지 않다"며 "최고의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언어, 문화, 피지컬, 인성,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것 등 모든 게 완벽히 준비돼야 한다. 양민혁 같은 선수들이 많이 모여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 프리미어리그"라고 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 토트넘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