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지휘하는 에릭 텐 하흐 감독 거취를 놓고 축구종가 영국 언론 관측이 분분한 가운데 수년 전부터 영국 축구계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비판 글을 게재했단 한 피자 회사가 이번에도 어김 없이 텐 하흐 사건을 다뤘다.
한 글로벌 피자 회사의 영국 내 SNS가 화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홈 구장인 올드 트래퍼드 앞에서 대형 TV 트럭을 세운 뒤 텐 하흐 얼굴을 등장시키고는 '우리 지금 구인 중'이라는 문구를 띄웠기 때문이다.
피자 회사는 사진 위에 '최고 직책엔 적합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글도 곁들였다.
에릭 텐 하흐란 이름을 거론한 것은 아니었지만 현재 텐 하흐 감독을 둘러싼 맨유 구단의 난맥상을 비판 내지 조롱하는 글이라고 간주해도 무방할 정도다. 물론 사진은 합성한 것으로 간주되지만 그 만큼 텐 하흐 감독의 거취가 영국 내에서 이슈라는 뜻으로 읽힌다.
지난 시즌 FA컵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누르고 우승, 한 숨 돌리며 자신의 지도력이 쇠락하지 않았음을 알린 텐 하흐 감독은 2024-2025시즌 초반부터 다시 거취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텐 하흐 감독의 경질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는 토트넘과 애스턴 빌라 등 과거 맨유가 충분히 이겼던 팀들과 2연전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고 1무 1패를 기록한 게 크다.
맨유는 7일 끝난 애스턴 빌라와의 2024-202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맞대결에서 0-0으로 맥빠진 무승부를 펼쳐 텐 하흐 감독이 다시 한 번 큰 비난에 휩싸였다.
앞서 지난달 30일 토트넘과 홈 경기에서 0-3으로 완패하면서 난리가 난 상태였는데 애스턴 빌라와 졸전을 펼치고 간신히 비겼다.
최근 공식전 4경기 연속 무승(3무1패)의 늪에 빠져 있던 맨유는 빌라 원정에서도 비기며 무승 기록을 5경기로 늘렸다. 순위도 창피한 수준이다. 한 때 잉글랜드를 넘어 유럽을 호령하던 지위는 온데간데 없다. 리그 개막 7경기에서 승점 8을 얻는데 그쳤다. 순위가 20개 구단 중 14위(2승 2무 3패)다.
이날 맨유는 홈팀보다 더 많은 유효 슈팅(4개)을 기록하고도 카타르 월드컵 골키퍼상을 수상했던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의 선방에 막혀 득점을 이루지 못했다.
특히 일주일 전 토트넘과의 홈 경기에서 레드카드를 받았다가 징계위원회를 통해 취소된 주장 브루누 페르난데스가 가세했음에도 답답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다만 텐 하흐 감독은 지난 시즌 4위를 차지해 지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애스턴 빌라와 무실점으로 비긴 것은 성과라며 다른 해석을 내놨다.
텐 하흐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골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다. 만약 우리가 승리하길 원한다면 득점해야 한다"라면서도 "우리는 이번 시즌 네 번의 무실점 경기를 했다. 우리가 적절히 수비하고 역습도 막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라고 했다. 무실점을 뜻하는 클린시트에 비중을 둔 셈이다.
이어 맨유 이사진이 자신의 지위를 지지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텐 하흐 감독은 "우리는 아주 열린, 투명한 소통을 하고 있다. 난 매일 대화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고 우리는 그들과 대화할 것"이라며 주중 회의 역시 소통을 위한 자리임을 알렸다.
텐 하흐 감독은 최근 자신의 입지가 흔들리는 것에 대해 "시즌 도중이 아닌 끝난 뒤 날 평가해달라"고 항변해 시선을 끌기도 했다.
다만 영국 언론이 텐 하흐 감독의 후임을 맡을 유력 후보자들을 이미 거론하고 있다는 점은 텐 하흐 감독의 지위가 흔들리는 증거로 보인다.
맨유 사정에 능통한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 새뮈얼 럭허스트 기자가 투헬 감독의 맨유 부임설을 보도했다.
럭허스트는 7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를 통해 "맨유가 텐 하흐 감독의 잠재적 대체자로 투헬 영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투헬은 지난 여름 맨유 관심을 받은 적이 있다. 지난 시즌 직후 바이에른 뮌헨을 떠난 그는 아직 실업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맨유는 이미 클럽에 소속된 다른 후보자들을 존중하고 있다"면서 "투헬 감독의 매력은 즉시 영입 가능하다는 것이다. 맨유 수뇌부는 오는 8일 런던에서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텐 하흐 역시 맨유 인사들과 얘기를 나눌 것이다"고 했다.
다른 구단을 존중, 현직 감독과는 접촉하지 않고 결국 당장 고용이 가능한 감독 중 최상위급으로 평가받는 투헬 감독을 데려오겠다는 게 맨유의 자세인 것으로 보인다.
맨유 감독 후보로는 투헬 외에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전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 뤼트 판 니스텔로이 현 맨유 코치 등이 있디만 판 니스텔로이는 텐 하흐 감독이 올 여름 데려온 스태프인 만큼 텐 하흐 감독과의 신의를 고려해 맨유 감독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임시 감독 정도는 가능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물론 텐 하흐 감독에게 300억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주고 그를 내보내는 문제가 있지만 맨유가 이번 시즌 7경기에서 승점 8점에 그치는 등 최악의 부진을 드러내고 있어 자칫 강등권 추락을 막기 위해서라도 결단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텐 하흐 감독은 이미 투헬을 언급하며 다소 불쾌함을 표시한 적이 있다.
텐 하흐 감독은 지난 여름 FA컵을 우승하고 재계약 사인을 한 뒤 네덜란드 한 방송 인터뷰에서 "구단이 투헬도 만났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에 짐 랫클리프 맨유 공동구단주가 하지 말아야 할 발언을 했다고 화를 내기도 했다.
지난 7월 잉글랜드 대표팀을 유로 2024 준우승으로 이끌고 사령탑에서 물러난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도 올 초부터 맨유 감독 후보로 꼽히고 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당시만 해도 "지금 다니는 직장이 있는데 무슨 소리냐"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맨유로 부임해도 아무 문제 없는 신분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 도미노 피자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