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선발투수 엄상백이 지난 1일 SSG 랜더스와의 5위 결정전에 선발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잠실, 최원영 기자)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려 했다.
지난 3일, KT 위즈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해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뒤 팀 미팅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등판할 선발투수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그때, 엄상백이 손을 들었다.
선발투수 엄상백은 지난 1일 KBO리그 사상 최초로 열린 5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에 선발 등판했다. SSG 랜더스와 맞붙어 4⅔이닝 4피안타 1사구 3탈삼진 2실점, 투구 수 73개를 기록했다. KT는 해당 경기서 극적인 4-3 승리를 거두며 정규시즌 5위를 확정했다. 포스트시즌행 마지막 티켓의 주인이 됐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1, 2차전 선발은 각각 윌리엄 쿠에바스, 웨스 벤자민이 책임졌다. 위력적인 투구를 펼쳤다. 덕분에 KT는 2연승으로 준플레이오프 무대에 올랐다.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도입 후 최초로, 확률 0%를 깨고 기적처럼 업셋을 이뤄냈다.
문제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이었다. 만약 엄상백이 출격할 경우 사흘간 짧은 휴식 후 마운드에 올라야 해 부담이 컸다. 그럼에도 엄상백은 망설임 없이 1차전 등판을 자원했다.
당시를 돌아본 엄상백은 "(이강철) 감독님께 내가 나가겠다고 말씀드렸다. 감독님이 '그러지 말고 하루 더 쉴 수 있는 사람은 쉬자. 1차전엔 (고)영표가 오프너 형태로 나가자'고 하셨다"며 "감독님께서 배려해 주신 덕분에 더 쉬게 됐다. 난 1차전이든 2차전이든 그저 빨리 등판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밝혔다.
KT 위즈 선발투수 엄상백이 지난 1일 SSG 랜더스와의 5위 결정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5일 열린 L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엔 엄상백과 마찬가지로 등판을 자처했던 고영표가 선발로 나섰다. 4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고영표 역시 1일 SSG와의 5위 결정전에 구원 등판해 1⅔이닝 1실점 18구, 3일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 무실점 14구를 기록한 뒤 하루 휴식 후 나와 역투를 펼쳤다.
그런데 준플레이오프 1차전서 엄상백 역시 스스로 구원 등판을 준비했다. 그는 "오늘(5일)도 일단 불펜으로 대기해야 할 것 같다. 혹시나, 혹여나 나가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감독님께서 등판하라고 하시면 바로 나가서 던질 것이다"고 힘줘 말했다. 오직 '팀'만 바라봤기에 가능한 생각이었다.
쿠에바스, 벤자민의 호투와 고영표의 투혼 등이 동기부여가 됐다. 엄상백은 "옆에서 지켜보는데 '와 정말 멋있다', '나도 팬분들께 저렇게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엄상백은 "이번 포스트시즌에는 딱 1이닝만 막는다는 생각으로 매 이닝 투구 중이다. 내 뒤에 좋은 투수들도 많다"며 "팀이 5년 연속 가을야구 중인데 선수들의 사이클이 잘 맞는 듯하다. 투수진이 막아주고, 타자들이 점수를 내줘 이기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그는 "모두가 똘똘 뭉쳤다"고 강조했다.
KT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서 3-2로 승리했다. 역대 5전3선승제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73.3%(15회 중 11회)였다. 3전2선승제까지 모두 포함한 전체 기록으로 따지면 87.9%(33회 중 29회)에 달했다. KT는 87.9%의 확률을 차지했다.
6일 열리는 2차전에는 엄상백이 선발 등판한다. 이제, 엄상백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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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