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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10세팀에서나 할 플레이를"…빌라전 공중볼 100% 맹활약, 그런데 英 레전드 '억까' 왜?

기사입력 2024.10.03 16:37 / 기사수정 2024.10.03 16:37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산 철기둥' 김민재가 준수한 경기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또 혹평에 휩싸였다.

이번엔 독일 언론이 아니다. 축구종가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레전드 출신 두 수비수가 김민재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비판했다. 다소 '억까'로 보일 수도 있는 비판이었다.

벨기에 출신 뱅상 콤파니 감독이 이끄는 뮌헨은 3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 빌라 파크에서 열린 2024-2025 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2차전 원정 경기에서 지난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깜짝 4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애스턴 빌라에 0-1로 패했다.

프리미어리그 구단의 실력이 훌륭한 것은 맞지만 다소 의외의 패배였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만 놓고 보면 뮌헨이 우세한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홈팀은 깐깐한 수비로 해리 케인 앞세운 뮌헨의 공세를 차단하고 경기 막판 특급 조커 혼 두란의 한 방이 터지면서 웃었다. 이날 패배로 뮌헨은 지난 2017-2018시즌 조별리그 PSG전 0-3 참패 이후 41경기 만에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리그 페이즈) 단계에서 패했다. 7년 전 졌을 때 PSG 감독이 바로 에메리 감독이었는데 이번에도 에메리 감독의 용병술을 넘지 못했다.

이날 경기는 뮌헨이 올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진 경기이기도 하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4승 1무로 선두를 달리는 뮌헨은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1라운드에서 4-0 승리를 거뒀다. 지난달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에서도 크로아티아 명문 디나모 자그레브를 9-2로 대파하는 등 승승장구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주포 해리 케인이 고전하는 등 공격수들이 침묵하는 가운데 1982-1983시즌 이후 41년 만에 유럽 클럽 대항전 최고 무대를 밟은 애스턴 빌라에 격침당하고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챔피언스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이전처럼 조별리그 형식이 아닌 본선에 오른 36개팀을 4개 포트로 나눠 포트마다 2개팀씩 무작위로 추첨된 8개팀과 승부를 통해 토너먼트 진출팀을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위부터 8위까지 토너먼트 직행, 9위부터 24위까지 플레이오프를 치르기 때문에 추가 경기를 소화하지 않기 위해 초반부터 승수를 쌓는 게 중요하다.

뮌헨은 디나모 자그레브를 9-2로 대파하면서 리그 페이즈에서 1라운드를 전체 1위로 마쳤으나 이번 패배에 따라 15위로 급추락했다.

이날 다요 우파메카노와 함께 변함 없이 센터백으로 선발 출전한 김민재는 0-1로 뒤져 득점이 필요했던 후반 41분 레온 고레츠카와 교체되면서 그라운드를 떠났다.

최근 세리에 A(이탈리아) 최우수 수비수로 뽑혔던 나폴리 시절 경기력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민재는 이날도 자신의 위치에서는 실점 빌미를 내주지 않고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여줬다.

뮌헨이 공 점유율을 압도하며 공세를 펴다가도 애스턴 빌라에 몇 차례 공을 탈취당해 역습을 허용하려는 순간이면 발이 빠른 수비수인 김민재가 상대 공격진을 따라잡아 공격을 무위로 돌렸다. 김민재의 수비 앞에 잉글랜드 국가대표로 뛰고 있는 올리 왓킨스도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후반 25분 두란으로 교체아웃 됐다.

김민재와 그의 센터백 파트너인 다요 우파메카노가 혼신의 힘을 다해 수비했으나 월드클래스 골키퍼인 마누엘 노이어의 치명적인 판단 미스로 인해 뮌헨은 충격패를 떠안게 됐다.



이날 후반 25분 왓킨스를 대신해 교체투입된 콜롬비아 국가대표 공격수 두란은 역습 때 우파메카노와 경합하던 중 노이어가 페널티아크보다 앞으로 나오는 등 전진 수비를 펼치자 왼발을 쭉 뻗더니 노이어의 키를 훌쩍 넘기는 중거리슛으로 골망을 출렁였다. 홈팀 역습의 스피드가 굉장히 빨랐기 때문에 골문 쪽으로 복귀하는 게 필요했는데 노이어는 아크 부근에 있다가 두란의 슛에 당하고 말았다.

독일 언론들은 노이어에 패배의 책임을 물어 대부분 평점 5점을 줬다. 독일 언론은 평점을 1점부터 6점까지 매긴다. 어지간하면 6점은 주지 않기 때문에 노이어는 이날 최악의 평점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뮌헨은 상대 문지기인 2022 카타르 월드컵 골키퍼상 수상자인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문지기 로베르토 마르티네스의 선방에 좌절했다. 마르티네스는 종료 직전 케인의 예리한 슛까지 몸을 날려 쳐내며 뮌헨을 울렸다. 문지기 싸움에도 노이어가 패했다.

반면 김민재는 애스턴 빌라전 직후 축구통계매체 풋몹에서 평점 6.9점을 얻었다. 8.0점을 얻은 데이비스, 7.1점을 챙긴 키미히에 이어 우파메카노와 함께 팀내 3번째로 높은 점수다.​

독일 언론 평점에서도 3점을 얻는 등 패한 팀 선수 중에선 가장 나은 활약을 했다고 평가받았다. 김민재에게 까칠한 빌트도 팀 내 최고 3점을 부여하며 "큰 실수 없이 경합에서 강했다"고 평가했다. 김민재는 이날 공중볼 다툼에서 6번을 모두 이겨 100%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민재를 혹평하던 독일 언론도 이날 활약을 인정하고 뮌헨에서 최고라고 인정했는데 엉뚱하게 영국에서 김민재 혹평이 나온 것이다.



챔피언스리그를 중계하는 CBS에서 해설을 맡고 있는 전 리버풀 센터백 제이미 케러거, 전 맨시티 풀백 마이카 리처즈가 김민재를 도마 위에 올려놨다.

이날 프리미어리그 레전드 공격수 티에리 앙리와 함께 경기 후 해설에 나선 둘은 김민재를 나란히 거론했다. 우선 캐러거는 실점 때 김민재와 우파메카노의 움직임을 지적했다. 둘은 센터백 콤비를 이루지만 엄밀히 구분하면 김민재가 중앙 수비수 중에서도 왼쪽 수비수, 우파메카노가 오른쪽 수비수를 맡는다. 그런데 공격에 가담했다가 볼을 빼앗겨 두란의 역습이 진행될 때 서로 자기 자리로 들어가느라 동선이 길었다는 게 캐러거의 지적이었다.

둘 다 센터백이기 때문에 이런 돌발 상황에선 김민재가 오른쪽, 우파메카노가 왼쪽 등 가까운 곳으로 가서 막아야 하는데 서로 'X자 동선'을 그리면서 수비진으로 돌아가느라 둘의 이동 거리가 쓸데 없이 길어졌다는 뜻이었다.

캐러거는 "둘이 (수비라인으로)돌아올 때 김민재는 왼쪽, 우파메카노는 오른쪽으로 달린다"며 "둘이 달릴 때 서로 교차하면서 우파메카노가 더 뛰게 됐다. 그리고 애스턴 빌라 역습을 통해 볼이 넘어올 때 (우파메카노가)잘못된 위치에 있게 되면서 두란을 따라잡지 못했다"고 질책했다.

캐러거는 김민재와 우파메카노의 콤비 플레이를 지적한 정도였지만 리처즈는 아예 김민재를 대놓고 질책했다.



실점 장면에서 상대가 역습을 하는데, 공격에 가담했다가 수비라인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하프라인 부근까지 공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리처즈는 "수비수라면 제 포지션으로 돌아오면서 볼의 위치를 살펴야 하지 않느냐"며 "마치 10세 이하 팀에서 할 얘기"라고 설명했다.

물론 캐러거와 리처즈의 김민재, 김민재-우파메카노 지적이 맞을 수 있지만 이날 실점 책임은 노이어에 있다. 김민재의 수비 동선이 잘못 됐거나, 볼을 쳐다보지 않아서가 아니라는 뜻이다.

독일 언론이 이제서야 김민재를 인정하고 나섰는데 영국에서 다시 석연 찮은 '억까'가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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