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3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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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 형, 야구가 재미없어요"→"(원)태인아 다 과정이야"…생애 첫 다승왕 뒷이야기 [인터뷰]

기사입력 2024.09.30 07:37 / 기사수정 2024.09.30 07:37

왼쪽부터 삼성 라이온즈 포수 강민호와 선발투수 원태인. 정규시즌 경기에서 투구 도중 마운드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왼쪽부터 삼성 라이온즈 포수 강민호와 선발투수 원태인. 정규시즌 경기에서 투구 도중 마운드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우여곡절이 있었기에 더 값지다.

삼성 라이온즈 선발 에이스인 우완투수 원태인은 올해 프로 데뷔 6년 만에 가장 달콤한 열매를 맺었다. 든든한 조력자로 힘썼던 베테랑 포수 강민호가 원태인과의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원태인은 올 시즌 28경기 159⅔이닝에 등판해 15승6패 평균자책점 3.66을 빚었다. 리그 공동 다승왕을 확정했다. 단독 1위를 달리다 곽빈(두산 베어스)과 나란히 15승이 됐고, 포스트시즌에 집중하기 위해 추가 등판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함께 왕좌에 올랐다.

국내투수의 다승왕 수상은 2017년 양현종(KIA 타이거즈) 이후 7년 만이다. 당시 양현종도 팀 동료인 헥터 노에시와 사이좋게 20승씩 거두며 다승 1위를 차지했다.

2019년 삼성의 1차 지명을 받고 데뷔한 원태인은 6년 동안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다. 개인 타이틀을 따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개인 한 시즌 최다승 기록도 갈아치웠다. 종전 최고치는 2021년의 14승(7패 평균자책점 3.06)이었다.

강민호는 시즌 내내 원태인과 배터리 호흡을 맞췄다. 오랜 짝꿍이다. 원태인은 15승 달성 후 "(강)민호 형이 컨디션이 정말 안 좋을 때도 진통제까지 먹어가며 경기에 나와주셨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남겼다.

관련 질문에 강민호는 "팀에서도, 코치진에서도 원태인 선발 등판 날에는 내가 (포수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스케줄도 그렇게 맞춰서 짜주신다"며 "내가 부진해 경기에 못 나갈 때도 (원)태인이 경기 날에는 항상 선발 출장했다. 그래서 나도 책임감을 느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원태인에 대한 책임감이기도 하다. 모든 선수를 다 좋아하지만 태인이는 조금 더 정이 가는 후배다"며 "나한테 잘하기도 해서 더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 의무감을 갖고 경기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삼성 라이온즈 포수 강민호가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최원영 기자
삼성 라이온즈 포수 강민호가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최원영 기자


원태인의 생애 첫 개인 타이틀 수상에 강민호도 뿌듯함을 느꼈다. 그는 "시즌 초반 태인이가 정말 잘 풀리다가 한두 달 정도 부침을 겪었다. 헤드샷 퇴장 경기 등을 겪은 뒤 내게 와 '형 야구가 너무 힘들어요. 야구가 재미없어요'라고 하더라. 많이 힘들어했다"며 "그때 '태인아 이것도 다 과정이다. 네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한 과정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부침이 길긴 했다"고 회상했다.

원태인은 3~4월 6경기서 4승1패 평균자책점 2.10으로 포효했다. 5월엔 5경기서 1승2패 평균자책점 3.77, 6월엔 5경기서 2승1패 평균자책점 3.86으로 버텼다. 기복을 줄이려 했다. 그러다 7월 13일 두산 베어스전서 ⅔이닝 4실점을 떠안은 채 헤드샷 퇴장을 당했다. 패전투수가 된 것은 물론 시즌 평균자책점도 3.16에서 3.53으로 치솟았다.

다음 등판이던 7월 20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6이닝 4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이후 궤도에 올랐다. 7월 27일 KT 위즈전서 6⅔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챙겼다. 8월 2일 SSG 랜더스전에선 9이닝 3실점으로 데뷔 첫 완투승을 거머쥐었다.

강민호는 "이후 한 번 계기가 있었다. 태인이가 5실점 정도 했는데 승리투수가 된 적 있다"며 "당시 태인이에게 '왠지 이 경기 이후로 네가 잘 풀릴 것 같다'고 했다. 정말 그 경기부터 쭉 치고 나가더라"고 미소 지었다. 원태인은 8월 25일 롯데전서 5이닝 5실점으로 주춤하고도 선발승을 수확한 바 있다.

무사히 고비를 넘고 성공적으로 한 시즌을 끝마쳤다. 강민호는 "1년 내내 그래프가 상승할 순 없다. 다만 떨어질 때 완만하게 내려오면 좋은데 태인이는 너무 확 떨어졌다"며 "거기서 '멘붕(멘털 붕괴)'이 왔던 것 같다. 그래도 잘 극복한 덕에 다승왕까지 될 수 있었다고 본다"고 전했다.

원태인의 모든 순간엔 강민호가 있었다. 선후배는 해피엔딩을 합작했다. 

왼쪽부터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원태인과 포수 강민호. 정규시즌 2위 및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왼쪽부터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원태인과 포수 강민호. 정규시즌 2위 및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사진=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DB​, 삼성 라이온즈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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