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손흥민이 두 경기 연속 도움을 기록하면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그의 소속팀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도 숫적 열세 속에 놀라운 공격 축구로 쾌승을 거두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향한 첫 단추를 잘 뀄다.
호주 출신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2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가라바흐(아제르바이잔)와의 2024-2025 유로피라그 '리그 페이즈' 1차전에서 3-0 완승을 챙겼다.
유로파리그는 챔피언스리그와 콘퍼런스리그 등 UEFA 내 다른 클럽대항전처럼 올해부터 본선 조별리그를 없애고 이를 리그 페이즈로 대신한다.
토트넘은 총 36개 참가팀 중 무작위로 추첨된 8개팀과 리그 페이즈를 치른 뒤 이 성적을 갖고 상위 1~8위 안에 들면 16강 직행, 9~24위를 차지하면 플레이오프를 치러 16강 티켓을 다툰다. 1승, 한 골도 소홀하게 다룰 수 없는 셈이다.
토트넘은 이날 3-0 완승에 따라 아약스(네덜란드), FCSB(루마니아), 라치오(이탈리아)에 이어 36개 클럽 중 4위에 자리잡았다.
2022-2023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했던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8위에 그쳐 지난 시즌 유럽대항전 무대를 밟지 못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5위를 차지함에 따라 2020-2021시즌 이후 4시즌 만에 복귀한 유로파리그에 출전했으며 우승을 노린다.
첫 경기부터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활짝 웃은 토트넘은 대회 첫 승리를 신고하면서 우승을 향한 첫발을 사뿐하게 내디뎠다.
손흥민은 이날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격한 뒤 26일 독일 전 국가대표 공격수 티모 베르너와 교체아웃될 때까지 71분간 상대 후방을 공략하고 뛰어다녔다.
공격포인트를 올리는 성과도 있었다. 손흥민의 유럽 최고 수준 전방 압박이 빚어낸 어시스트였다. 후반 23분 강슛으로 쐐기 골을 끌어냈다. 직전 경기였던 21일 브렌트퍼드와의 프리미어리그 홈 경기 2도움에 이어 유럽 통산 102번째 어시스트를 적립했다.
이날 토트넘은 주전급 선수들을 대부분 내보냈다. 4-3-3 전형을 기준으로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골문을 지켰고 벤 데이비스, 미키 판더펜, 라두 드라구신, 아치 그레이가 수비진을 꾸렸다. 중원에서 루카스 베리발, 이브 비수마, 파페 사르가 배치됐다. 손흥민, 도미니크 솔란케, 브레넌 존슨이 공격을 이끌었다.
가라바흐는 4-2-3-1 전형으로 나섰다. 마테우스 코할스키가 골키퍼 장갑을 착용했다. 엘빈 자파르굴리예프, 바다비 휘세이노프, 바히울 무스타파자드, 마테우스 실바가 수비라인을 맡았다. 패트릭 안드라데와 줄리오 로마오가 허리를 받쳤고 압둘라 주비르, 야신 벤지아, 투랄 바이라모프가 2선에서 최전방의 주니뉴를 지원했다.
사실 토트넘은 이날 홈에서 큰 낭패를 볼 뻔했다.
경기 시작 7분 만에 센터백으로 선발 출전한 루마니아 국가대표 라두 드라구신이 그라운드 떠나는 악재를 맞았기 때문이다.
상대 전방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후방에서 공 소유권을 내준 드러구신이 가라바흐 최전방 공격수 주니뉴를 잡아끌어 넘어뜨려 반칙이 선언됐다. 심판은 곧장 레드카드를 꺼냈다. 드라구신은 이날 아르헨티나 국가대표이자 토트넘 부주장인 크리스티안 로메로를 대신해 모처럼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으나 큰 실수와 함께 전반 초반 토트넘에 수적 열세를 초래하고 말았다.
토트넘이 고전하는 게 당연했을 수도 있지만 실제론 정반대였다. 선제골을 터뜨린 쪽은 전반 7분부터 수적 열세가 나타난 토트넘이었다.
토트넘은 드라구신이 퇴장당하고 5분 뒤인 전반 12분 스트라이커 솔란케의 전진 패스를 따라 페널티지역으로 침투한 존슨이 논스톱 오른발 슈팅으로 반대편 골대 하단 구석을 찔러 1-0을 만들었다. 이번 시즌 토트넘의 오른쪽 주전 공격수로 낙점된 뒤 부진을 면치 못해 SNS까지 닫았던 존슨은 최근 리그컵과 프리미어리그, 유로파리그 등 3차례 연속 경기에서 모두 골을 쏘아올리며 자신에 대학 혹평을 일축했다.
전반을 1-0으로 앞선 채 마친 토트넘은 후반에도 상대 골망을 두 차례나 더 흔들었다. 가라바흐가 공격적으로 나섰음에도 골결정력 미숙으로 허탕을 치는 사이 토트넘이 비수처럼 상대를 찔렀다.
후반 7분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골키퍼 코할스키가 멀리 쳐내지 못한 공이 문전에 있던 토트넘 미드필더 사르에게 전달됐고, 사르가 침착하게 차 넣어 가라바흐의 기세를 꺾었다.
이후엔 원정팀이 페널티킥까지 실축하는 행운이 따랐다. 토트넘은 후반 12분 수비형 미드필더 이브 비수마가 페널티박스에서 태클을 시도하다가 옐로카드를 받으면서 상대에 페널티킥을 내줬다. 키커로 나선 토랄 바이라모프의 슛이 높게 뜨면서 가라바흐는 땅을 쳤다.
한숨돌린 토트넘은 후반 23분 쐐기골까지 터뜨렸다. 이번에는 손흥민도 득점에 기여했다. 페널티박스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손흥민이 기습적인 오른발 슈팅을 시도하자 코할스키가 넘어지면서 이를 어렵게 쳐냈다.
이 공이 부지런히 문전으로 쇄도한 솔란케의 발 앞에 떨어지면서 토트넘의 세 번째 골로 이어졌다.
손흥민의 슛을 상대 골키퍼가 쳐낸 경우였지만 UEFA는 이를 어시스트로 인정했다. UEFA 규정상 득점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장면에서 나온 패스, 크로스뿐 아니라 슈팅도 어시스트가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다만 손흥민은 이 슈팅을 하고 난 뒤 몸 상태에 이상을 느꼈는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벤치를 바라봤다. 손흥민 대신 베르너가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이후 두 팀은 득점에 실패하며 3-0 토트넘 승리가 확정됐다. 가라바흐는 토트넘(10개)보다 많은 14개의 슈팅을 뽑아냈으나 결정력이 떨어지면서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완패했다.
토트넘은 향후 페렌츠바로시(헝가리), AZ 알크마르(네덜란드) 등과 격돌하면서 유로파리그 연승에 도전한다.
특히 토트넘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제치고 유로파리그 우승 확률 1위를 달리고 있다. 튀르키예 갈라타사라이 등이 복병으로 떠오르지만 토트넘의 전력은 유로파리그 우승을 하기에 충분하다. 챔피언스리그 도중 탈락팀이 유로파리그로 내려오는 시스템도 폐지된터라 토트넘 우승 확률은 더욱 높아졌다.
유로파리그는 그야말로 손흥민의 클럽 무대 무관의 한을 풀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 혹평을 이겨내고 찬스메이커로 자신의 능력을 과시한 손흥민이 2년 만에 다시 유럽 무대로 나아간다. 토트넘과 손흥민도 이 대회의 우승 가능성을 잘 알고 있다.
2020-2021시즌 이후 처음으로 밟은 유로파리그 무대에서 기분 좋게 첫 승을 신고한 토트넘은 다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로 돌아가 사흘 후인 30일 오전 0시 30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를 치른다. 손흥민도 몸 상태에 문제가 없을 경우 맨유전 선발 출격이 유력하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