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김민재 떠나고 처음이다."
'철기둥' 김민재도 독일에서 미소를 보내지 않았을까.
친정팀인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가 김민재를 보낸 뒤 처음으로 의미 있는 기록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김민재가 버틸 때만 해도 철벽 수비로 이탈리아를 호령하던 나폴리는 지난 시즌 급추락하면서 순위가 10위까지 떨어졌다. 2024-2025시즌 들어 달라졌다. 새 사령탑이 오면서 다시 전열이 정비됐고 수비가 탄탄해졌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이끄는 나폴리는 22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토리노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 이탈리아 세리에A 4라운드 유벤투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이날 무승부로 나폴리는 3승1무1패(승점7)를 기록하며 토리노(승점11), 우디네세(승점10)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토리노와는 승점1 차에 불과하다. 우디네세와는 골득실에서 뒤진 상태다. 최상위권을 질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비록 비겼지만 이탈리아 최고 명문 구단과 적지에서 싸워 무실점 무승부를 거뒀다는 점에서 나폴리도 자신감을 얻게 된 계기가 됐다. 나폴리는 김민재와 아미르 라흐마니 센터백 듀오가 지키던 2022-2023시즌 세리에A에서 33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빅터 오시멘,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라는 두 공격수의 기량도 훌륭했지만 김민재라는 발군의 센터백 존재감이 컸다. 김민재의 적극적인 수비 능력을 알아본 루치아노 스팔레티 전 나폴리 감독(현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의 전술과 어우러지면서 나폴리는 이전 수비수였던 칼리두 쿨리발리를 단숨에 잊을 정도였다.
나폴리는 2022-2023시즌 세리에A에서 38경기 28실점을 기록, 20개 구단 중 최소실점으로 우승의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김민재가 바이아웃 조항에 따라 이적료 5000만 유로(730억원)에 지난해 7월 독일 분데스리가 최강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나면서 나폴리는 와르르 무너졌다. 마침 스팔레티 감독, 그리고 김민재를 추천한 크리스티아노 지운톨리 단장도 나폴리를 떠나면서 팀을 새로 편성했는데 김민재 후임으로 데려온 브라질 수비수 나탕의 기량이 형편 없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나폴리는 수비 불안으로 공격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감독이 두 번이나 바뀌는 우여곡절 속에 1위였던 순위가 1년 만에 10위로 곤두박질쳤다. 38경기에서 48실점을 하면서 실점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탈리아 유벤투스와 인터 밀란, 프리미어리그 첼시, 토트넘에서 지휘봉을 잡았고 이탈리아 국가대표팀 감독도 역임했던 콘테 감독이 지난 여름 부임하면서 달라졌다.
콘테 감독은 백3 전술과 관련해선 세계적인 전술가다. 콘테 감독이 온 뒤 백3를 기반으로 백4도 혼합하는 전술적인 움직임이 이뤄졌다. 이탈리아 국가대표인 알레산드로 부온조르노가 합류하면서 김민재가 뛸 때의 안정적인 수비 라인을 추구하는 게 가능해졌다.
결국 유벤투스라는 거함을 만나서도 끈끈한 수비로 상대에 큰 기회를 주지 않은 채 0-0으로 비겼다.
나폴리는 유벤투스전을 통해 기록을 세웠다. 직전 세리에A 경기인 15일 칼리아리전 4-0 대승을 합쳐 세리에A 2경기 연속 클린시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세리에A 2연속 무실점은 김민재가 뛸 때였던 2023년 3월11일 아탈란타전(2-0 승), 3월19일 토리노전(4-0 승) 이후 처음이다.
그 만큼 김민재가 나폴리에 남긴 발자취가 대단했다는 뜻도 된다. 나폴리는 지난 시즌 수비 붕괴로 골머리를 앓자 뮌헨 주전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김민재의 입대 영입을 구상하기도 했다.
콘테의 능력도 칭찬할 만하다. 지난해 3월 토트넘에서 참혹하게 떠났지만 이탈리아에서 그가 갖는 위력은 여전히 대단하다. 쉽지 않은 팀 나폴리를 맡아 첫 판에서 베로나에 0-3으로 참패하고 망신을 당했으나 이후 팀을 다독여 4경기 무패 행진을 이끌고 있다.
이탈리아 언론은 "김민재와 스팔레티 감독이 떠난 뒤 처음으로 나폴리가 무실점 행진을 벌였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