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두산 베어스가 연장 혈투 끝에 천금 같은 2연승을 질주했다.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고 4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두산은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팀 간 16차전에서 5-4로 이겼다. 지난 14일 KT 위즈를 2-1로 꺾은 기세를 이어갔다.
두산은 마무리 김택연이 수비 실책 여파 속에 블론 세이브로 무너졌지만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터진 양석환의 커리어 첫 단일 시즌 30홈런 등을 앞세워 귀중한 승리를 따냈다.
두산은 이날 승리로 선두 KIA 타이거즈에게 패한 KT를 제치고 5위에서 4위로 도약했다. 보다 높은 위치에서 가을야구를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키움은 두산과 대등하게 맞섰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선발투수 김윤하의 6이닝 2실점 호투와 김건희, 이주형의 멀티 히트 등으로 활약했지만 연장 10회말 마운드 난조 속에 고개를 숙였다.
▲초반은 팽팽한 투수전, 김윤하-발라조빅의 동반 호투 행진
두산은 이날 정수빈(중견수)-허경민(3루수)-양의지(포수)-김재환(좌익수)-양석환(1루수)-제러드 영(지명타자)-강승호(2루수)-김재호(유격수)-조수행(우익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외국인 투수 조던 발라조빅이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키움은 김병휘(유격수)-이주형(우익수)-송성문(3루수)-김혜성(2루수)-최주환(1루수)-김건희(포수)-원성준(지명타자)-박주홍(좌익수)-박수종(중견수)으로 이어지는 타선을 꾸렸다. 우완 영건 김윤하가 발라조빅과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게임 초반은 명품투수전이었다. 두산 선발투수 발라조빅은 1회초 키움 선두타자 김병휘를 우익수 뜬공, 이주형을 삼진, 송성문을 2루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삼자범퇴와 함께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발라조빅은 2회초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선두타자 김혜성을 좌익수 뜬공, 최주환을 1루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5타자 연속 범타를 잡아냈다. 2사 후 김건희, 원성준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1·3루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박주홍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발라조빅은 3회초에도 위력적인 구위를 뽐냈다. 선두타자 박수종을 2루 땅볼, 김병휘와 이주형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이날 경기 자신의 두 번째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발라조빅은 4회초 1사 후 김혜성을 볼넷으로 출루시키기는 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최주환을 삼진, 김건희를 2루수 직선타로 솎아 내면서 무실점 피칭을 이어갔다.
김윤하도 발라조빅과 대등하게 맞섰다. 1회말 선두타자 정수빈을 좌전 안타, 허경민을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무사 1·2루 위기를 자초했지만 양의지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1사 후 김재환을 내야 땅돌, 양석환을 삼진으로 처리하고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김윤하는 2회말에도 선두타자 제러드 영을 볼넷으로 출루시켰지만 후속타자들과 승부에서 웃었다. 강승호를 3루수 뜬공, 김재호를 좌익수 뜬공, 조수행을 중견수 뜬공으로 차례로 더그아웃으로 돌려보냈다.
기세가 오른 김윤하는 3회말 정수빈을 삼진, 허경민과 양의지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삼자범퇴로 이닝을 끝냈다. 4회말에도 김재환을 유격수 뜬공, 양석환을 우익수 뜬공, 제러드를 3루수 뜬공으로 잡으면서 두산 타선을 봉쇄했다.
▲키움이 깨뜨린 '0'의 균형, 이주형 적시타로 리드 잡은 히어로즈'
팽팽하던 '0'의 균형을 먼저 깨뜨린 건 키움이었다. 키움은 5회초 2사 1루에서 김병휘가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주자를 모았다. 1·2루 찬스에서 이주형이 발라조빅을 상대로 1타점 적시타를 쳐내면서 선취점을 얻었다.
호투하던 발라조빅은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두산은 추가 실점을 막기 위해 빠르게 불펜을 가동, 홍건희로 투수를 교체했다. 하지만 홍건희가 첫 타자 송성문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2사 만루로 상황이 악화됐다.
다만 키움도 2사 만루 찬스에서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4번타자 김혜성이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1-0의 스코어에 만족한 채 5회초 공격을 마쳤다.
▲두산의 반격, 김윤하 공략 성공...김재환의 적시타로 승부는 원점
김윤하의 구위에 눌려 있던 두산 타선은 6회말 침묵을 깼다. 선두타자 허경민의 중전 안타 출루 후 대주자 이유찬이 양의지의 타석 때 2루 도루를 성공시키면서 동점 찬스를 잡았다.
두산은 양의지가 포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흐름이 한 차례 끊겼지만 계속된 1사 2루에서 김재환이 해결사로 나섰다. 김재환은 호투하던 김윤하에게 깨끗한 우전 안타를 때려냈다. 2루에 있던 이유찬이 여유 있게 홈 플레이트를 밟으면서 스코어는 1-1 동점이 됐다.
두산은 기세를 몰아 역전까지 노렸다. 2사 후 제러드의 볼넷 출루로 1·2루 찬스가 이어졌다. 그러나 강승호가 3루수 뜬공에 그치면서 역전이 불발됐다.
▲리드 되찾은 키움, 또 한 번 해결사로 나선 이주형
키움은 빠르게 리드를 되찾았다. 곧바로 이어진 7회초 공격에서 선두타자 대타 변상권의 중전 안타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박수종의 희생 번트 성공으로 1사 2루 기회가 상위 타선에 연결됐다.
키움은 김병휘가 중견수 뜬공에 그쳤지만 선제 타점의 주인공 이주형이 또 한 번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이주형은 두산 우완 이영하를 상대로 중전 안타를 생산했다. 2루 주자 변상권을 홈으로 불러들이면서 히어로즈에 2-1의 리드를 안겼다.
키움은 계속된 2사 1루에서 송성문이 삼진을 당해 이닝이 끝났지만 동점 허용 직후 다시 점수를 얻으면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았다.
▲'약속의 8회' 만든 두산, 강승호의 역전 2타점 2루타
두산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8회말 1사 후 양의지가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가면서 반격의 불씨를 당겼다. 2사 후 양석환과 제러드 영의 연속 볼넷출루로 만루 찬스를 잡고 키움을 압박했다.
두산은 2사 만루에서 강승호가 해결사 역할을 해줬다. 강승호는 키움 우완 조영건을 상대로 2타점 2루타를 작렬시켰다. 키움 좌익수 변상권이 다이빙 캐치까지 시도했지만 타구를 한 번에 잡지 못했다. 주자 두 명이 홈 플레이트를 밟으면서 두산이 3-2로 경기를 뒤집었다.
두산은 다만 계속된 2사 2·3루 추가 득점 찬스에서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다. 전민재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한 점 차 불안한 리드 속에 9회초 수비에 돌입했다.
▲두산의 '틈' 파고든 키움, 작전 야구로 곰 발목 잡았다
두산은 9회초 수비 시작과 함께 마무리 김택연을 투입했다. 김택연이 선두타자 원성준을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날 때까지만 하더라도 두산의 낙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키움은 변상권이 끈질긴 승부 끝에 중전 안타로 출루, 마지막 희망의 불씨를 키웠다. 이어 박수종의 유격수 쪽 내야 안타 때 두산 유격수 전민재의 2루 송구 실책으로 1루에 있던 변상권이 3루까지 진루했다. 타자 주자 박수종은 주루 중 두산 1루수 양석환과 충돌이 주루 방해로 인정돼 2루까지 진루하는 행운을 얻었다.
키움 벤치는 1사 2·3루 역전 기회에서 구위가 좋은 김택연을 상대로 강공 대신 작전을 펼쳤다. 김병휘의 스퀴즈 번트가 성공하면서 3-3 동점을 만들었다.
이때 키움 3루 주자 변상권은 김병휘의 번트 타구가 두산 1루수 양석환 쪽으로 빠르게 향하자 홈으로 곧바로 스타트를 끊지 않았다. 하지만 양석환이 공을 집어들어 1루로 공을 뿌리는 순간 지체 없이 홈 플레이트로 내달렸다. 멋진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과 함께 득점하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김택연은 야수들의 실책 여파와 키움 벤치의 작전에 허를 찔렸다. 동점을 허용하면서 블론 세이브의 아픔을 맛봤다. 다만 추가 실점 없이 9회초를 끝냈다.
▲최후의 승자는 두산, 벼랑 끝에서 살아났다
키움은 9회말 1사 2·3루 끝내기 패배 위기에 몰렸지만 우완 김선기가 배짱투를 보여줬다. 김기연을 2루수 뜬공, 김재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갔다.
키움은 연장 10회초 두산 우완 정철원의 제구 난조를 틈 타 김혜성, 최주환의 연속 볼넷 출루로 기회를 얻었다. 김건희의 유격수 땅볼 때 1루 주자가 2루에서 포스 아웃되기는 했지만 1·3루 찬스를 이어갔다.
키움은 이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원성준이 천금 같은 1타점 외야 희생 플라이를 기록, 4-3으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경기는 점점 키움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웃은 건 두산이었다. 두산은 10회말 선두타자 양석환이 김연주를 상대로 동점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자신의 커리어 첫 30홈런을 극적으로 때려냈다.
기세가 오른 두산은 10회말 1사 후 강승호의 볼넷, 전민재의 몸에 맞는 공 출루로 승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조수행까지 볼넷을 골라내 베이스가 가득 들어찼다.
이날 엔딩의 주인공은 정수빈이었다. 정수빈이 끝내기 1타점 외야 희생 플라이를 기록, 두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두산 베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