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투수' 무너트린 '프로 2년 차' 타자의 한 방..."생각 비우니 좋은 결과 나왔다" [광주 현장]

(엑스포츠뉴스 광주, 유준상 기자) 키움 히어로즈 2년 차 야수 김건희가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 중 한 명인 KIA 타이거즈 양현종을 상대로 결정적인 한 방을 터트렸다.

김건희는 15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16차전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1안타(1홈런) 2타점을 기록하면서 팀의 10-6 승리에 힘을 보탰다.

김건희는 경기 초반 원하는 결과를 만들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1회초 1사 1·2루에서 2루수 병살타로 출루에 실패했고, 3회초 2사 2루에서는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하지만 또 한 번 기회가 찾아왔다. 팀이 1-2로 끌려가던 5회초 1사 1루에서 양현종과 세 번째 맞대결을 가진 김건희는 볼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 5구 체인지업을 통타, 역전 투런포를 터트렸다. 체인지업이 낮게 떨어지지 않았는데, 김건희가 이를 놓치지 않고 홈런으로 연결했다. 김건희의 시즌 8호 홈런.



비록 김건희는 6회초 좌익수 뜬공, 8회초 삼진으로 돌아서면서 안타를 추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4회초까지 1점을 뽑는 데 그쳤던 팀 입장에서는 김건희의 한 방으로 흐름을 가져왔고, 그 흐름을 이어가면서 귀중한 1승을 챙겼다. 홍원기 키움 감독도 "5회초 김건희의 역전 투런포가 승기를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경기 후 김건희는 "양현종 선배님이 워낙 좋은 투수인 만큼 (양현종을 상대로) 안타를 싶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며 "앞선 두 타석에서는 마음처럼 되지 않아서 고민이 많았는데, 오윤 타격코치님께서 인상 쓴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 속상해하지 말고 스윙하라고 조언해 주셨다"고 밝혔다.

이어 "(박)수종이 형도 잘하고 있고, 안 되는 것도 경험이니 자책하지 말라고 해줬다. 그래서 생각을 많이 비웠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공을) 치자마자 넘어갈 것 같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안타 하나가 너무 간절해서 고개를 숙이고 뛰는 바람에 타구를 보진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김건희는 후반기 들어 중심타선의 한 축을 책임지는 중이다. 이날 경기 전 홍원기 감독은 올 시즌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들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김건희의 이름을 언급했다. "올 시즌 김건희가 포수로서 성장하기 위한 초석을 잘 다졌다고 생각한다"며 김건희의 성장세에 대해서 만족감을 나타냈다.

김건희는 "(중심타선에 배치되는 것에 대해서) 부담감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 타순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너무 기적 같은 일이고, 감사한 일이다. 잘 치려고 하다 보니까 자꾸 욕심이 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갖고 타석에 나서면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 생각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하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1라운드 6순위로 키움에 입단한 김건희는 고교 시절 강하고 정확한 송구로 관심을 모았으며, 우완 강속구 투수로서의 재능을 인정받기도 했다. 투·타 겸업 가능성도 있었다. 실제로 퓨처스리그에서 투수와 타자를 병행하며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었고, 키움은 지난 5월 선수가 야수에만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그래도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는 게 김건희의 이야기다. 그는 "1년 차에 투·타 겸업을 했던 건 후회하지 않는다"며 "구단과 논의해 진행한 만큼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프로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도 노려볼 만하다. 김건희는 "의식이 되긴 한다. 개인적인 목표이기도 해서 (두 자릿수 홈런이라는 목표를) 이루면 너무 좋겠지만, 만약 달성하지 못해도 다음 시즌에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다. 물론 올해 기록을 만든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