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내야수 박찬호가 3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 맹활약한 뒤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대구,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대구, 최원영 기자) 대단한 경기, 대단한 활약이었다.
KIA 타이거즈 박찬호는 3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 1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5타수 3안타(1홈런) 5타점 4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선두 KIA는 4시간 18분간 접전 끝 15-13으로 승리를 쟁취했다. 2위 삼성과의 격차는 5.5게임 차가 됐다.
박찬호는 2회초 1사 1루서 볼넷을 골라냈다. 이후 최형우의 적시타에 홈을 밟았다. 4-2를 이뤘다. 5-8로 끌려가던 3회초엔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1사 1, 2루서 삼성이 우완투수 이승현을 교체 투입했다. 박찬호는 이승현의 2구째, 무척 낮은 코스로 들어온 142km/h 패스트볼을 받아쳤다. 비거리 120m의 좌월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시즌 3호 아치로 팀에 8-8을 선물했다.
6회초 빅이닝에도 기여했다. 9-12로 끌려가던 KIA는 최형우의 솔로 홈런으로 10-12 따라붙었다. 이후 2사 만루서 박찬호가 타석에 등장했다. 삼성 오승환을 상대로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뽑아냈다. 12-12, 점수의 균형을 맞췄다. KIA는 6회초에만 5득점을 추가하며 14-12로 흐름을 가져왔다. 그렇게 승리에 닿았다.
박찬호는 2019년 5월 26일 KT 위즈전서 6타수 3안타 5타점 1득점을 자랑한 이후 약 5년 만에 5타점 경기를 펼쳤다.
이범호 KIA 감독은 "6회초 최형우의 홈런으로 분위기를 바꿨고, 박찬호의 동점 적시타와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결승타가 이어져 힘겨운 승부에서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박찬호가 리드오프로서 5타점을 올리며 맹활약해 줬다"고 칭찬했다.
KIA 타이거즈 내야수 박찬호가 정규시즌 경기에서 적시타를 친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박찬호는 무척 상기된 표정이었다. 인터뷰 도중 "기분이 너무 좋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잘 써달라"며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홈런 상황부터 돌아봤다. 박찬호는 "나도 어떻게 쳤는지 모르겠다. 내 커리어에 홈런은 몇 개 되지 않지만(총 16개), 정말 낮은 공을 쳐 홈런이 된 것은 처음이다"며 "'와 이걸 이렇게 친다고? 말도 안 돼'라고 생각했다. 내 인생 홈런이다. 항상 홈런을 치고 너무 빨리 (베이스를) 돌아 후회했다. 이번엔 천천히 돌려고 했다"고 밝혔다.
점수를 뒤집고, 또 뒤집히는 양상이 반복되는 경기였다. 매 타석 어떤 마음으로 임했을까. 박찬호는 "공교롭게도 내 차례에 찬스가 계속 걸리더라. 재밌었다. 이런 날이 좋다. 더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그는 "와, 결과가 이렇게 좋다니"라며 감탄했다.
7~8회 2이닝을 무실점으로 삭제한 구원투수 전상현은 "이런 경기는 처음이다"며 혀를 내둘렀다. 박찬호는 "맞다. 진짜 이런 경기가 다 있나. 말이 되나"라며 맞장구쳤다.
박찬호는 "1~2회에 우리가 총 5점을 뽑았는데 삼성도 1~2회 2점, 6점을 내 점수를 뒤집었다.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우와 이걸 쫓아오다니' 싶었다"며 "쉽지 않은 승부였다. 포스트시즌에 만날 수도 있는 팀이라 이런 경기를 넘겨줬다면 아쉬웠을 것이다. 가을야구에서 우리 팀을 만났을 때 압박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경기였던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KIA 타이거즈 내야수 박찬호가 정규시즌 경기에서 안타를 친 뒤 전력 질주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이날 2만4000석의 티켓이 모두 팔렸다. 만원 관중과 함께해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박찬호는 "우리는 홈구장에서도 3루를 쓰고, 원정에서도 늘 3루를 쓴다. 유격수로 수비할 때는 (KIA 팬들이 있는 3루 방면) 오른쪽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며 "이번엔 만원 관중 경기였고 (삼성 팬들이 3루에 앉는) 대구였다. 응원 소리가 너무 커 압박감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색달랐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만약 포스트시즌 경기를 대구에서 하게 된다면 우리 팬들도 더 많이 오시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에서 먼저 1승을 챙겼다. 박찬호는 "에너지가 넘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선수들 모두 이 게임의 중요성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다들 '꼭 잡자'고 했는데 멋진 승부를 이뤄냈다"고 미소 지었다.
선발투수 제임스 네일, 이의리, 윤영철과 구원투수 최지민 등 투수진에 부상자가 많다. 타자들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박찬호는 "매 경기 야수들끼리 '무조건 점수 더 내야 한다. 점수 벌려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지금도 투수들이 잘 던져주고, 선방하고 있지만 완전체가 아닌 것은 사실이다. 야수들이 항상 '1점이라도 더 뽑자. 도와주자'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타자들의 힘으로 소중한 승리를 적립했다. 박찬호는 "이겨서 너무 좋다. 꼭 잡아야 하는 게임이었는데, 이런 경기에서 승리했다는 게 정말 기쁘다"며 다시금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대구, 최원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