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유인촌 장관.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가대표 감독 선임 등으로 비판받는 대한축구협회와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의 '작심 발언'을 계기로 도마에 오른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감사 및 조사를 내달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유인촌 장관은 2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축구협회 감사 상황 관련 질문에 "9월 안에 감사가 종료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홍명보 감독이 새로운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낙점된 뒤 논란이 이어지면서 문체부는 지난달 중순 축구협회에 대한 감사에 나섰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의 선임을 진행한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선임 관련 브리핑을 실시하고 정당성 부여에 나섰으나, 같은 날 독일 분데스리가 출신으로 이번 감독 선임을 맡은 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박주호 위원이 선임 과정에서의 부조리한 점들을 자신의 동영상 채널을 통해 폭로하면서 파문이 커졌다.
이 중 축구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대목이 바로 '국내 감독 빌드업' 주장이었다. 5개월 가까운 전력위 회의가 특정 국내 감독을 위한 요식 행위였다는 식의 주장이었다. 당시 박주호는 "몇몇 분들이 국내 감독이 돼야 한다더라. 어떻게 보면 빌드업이었다. 회의 시작 전부터 그런 이야기를 이어갔다"며 "'국내 감독이 이제 해야 하지 않아?'라고 했다"고 전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국내 감독을 내가 반대하는 게 아니다. 게임 플랜을 계속 얘기하는데 게임 플랜과 우리 방향성이 맞는 감독이어야 협회도 말할 수 있다. 협회가 그러면 '기술철학'을 발표해선 안 됐다"며 "계속 홍 감독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홍 감독이 고사를 했다는 데도 후보군에 계속 있었다. 김도훈 감독도, 안한다는 사람도, 300억원이 필요한 아모림도 12인에 들어갔다"라고 폭로했다.
다른 외국인 후보 2명이 유럽에서 치밀한 면접 및 평가를 통해 탈락한 반면, 홍 감독에 대해선 이 이사가 별도 면접 없이 자택을 찾아가 거의 부탁하는 식으로 감독 선임을 완료한 것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감독 선발 과정에서 공정성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다.
이에 더해 축구협회가 박주호 위원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면서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고, 이후 이영표와 박지성, 이동국, 조원희, 구자철 등 유럽에서 뛰었던 전 국가대표 레전드들이 연달아 박주호 지지 및 축구협회 규탄에 나서면서 문체부도 이번 사건을 들여다보고 감사까지 하게 됐다.
유 장관은 "감독 선임 문제만 아니라 협회의 전반적인 문제를 다 짚고 있다"며 "중대한 절차적 하자나 법률 위반이 발견되면 감독 선임 자체가 무효가 되는 거냐"라고 묻는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 질의에는 "감독 선임은 조금 더 정무적인 문제"라면서 "9월에 경기(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있기도 해서 축구협회나 관계자들의 의견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9월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명단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생각에 잠겨있다. 신문로, 박지영 기자
유인촌 장관은 배드민턴협회와 관련해서도 "(조사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가 된 선수, 지도자와의 관계나 대표 선수 선발 문제, 협회 내 예산 집행 문제 등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예정으로는 9월 안으로 조사를 마칠 것이라고 전했다.
배드민턴협회는 안세영이 지난 5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9위 허빙자오를 게임스코어 2-0(21-13 21-16)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수확한 뒤 작심한 듯 협회의 행정과 시스템 등을 비판하는 말들을 쏟아냈다.
대회 중인 선수들을 위해 귀국까지 말을 아끼던 안세영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장문의 글을 남기며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저는 협회와 시시비비를 가리는 공방전이 아닌 제가 겪은 일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고 조만간 그런 자리를 가지기를 바라고 있다"며 "시스템, 소통, 케어 부분에 대한 서로의 생각 차이를 조금씩 줄이고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선에서 운영 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행히도 체육회와 문체부에서 진상을 파악하실 것이라는 소식을 확인했다. 문체부와 체육회에서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협회와 선수가 원활하게 소통이 되고 있는지 선수들의 목소리에도 꼭 귀를 기울여 주시는 것"이라며 "지금부터는 협회 관계자 분들이 변화의 키를 쥐고 계신만큼 더 이상 외면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행동해 주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낸 바 있다.
안세영의 발언과 관련해 협회는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1차 회의를 마쳤고, 2차 회의를 갖고 안세영과의 면담을 진행한다고 계획했으나 안세영 측은 참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취했다. 문체부가 구성 절차를 지적한 데다 대한체육회, 문체부에서도 조사를 시작했기에 안세영이 협회의 '자체' 조사에 응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다만 협회는 진상조사위를 통하지 않더라고 안세영의 면담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안세영이 입국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엑스포츠뉴스DB
이날 회의에서는 축구와 배드민턴을 비롯한 체육 단체들이 구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으며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은 "선수들만 21세기에 있는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유인촌 장관은 "체육과 체육인을 생각하는 정책이면 되는데, 낡은 관행과 오래된 습관이 남아있고, 체육이 '정치 조직화'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여러 상황이 발생했고, 여러 번 의견도 냈는데 진도가 잘 안 나갔다"면서 "당분간 큰 국제적인 경기가 없기 때문에 이번부터 체육 정책의 전반적인 개혁을 잘 정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함께 참석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체육계의 낡은 관행에 어떤 것이 있느냐고 생각하냐"는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 질의에 구체적 답변은 삼가면서면서도 "구태는 벗어나야 한다. 선수 보호라든가 이런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거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각 연맹 회장과 현장을 책임지는 지도자들의 간담회를 통해 왜 이런 얘기가 반복적으로 나오는지 현장을 점검하고 선제적으로 바꿔나가는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앞쪽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연합뉴스
파리 올림픽 선수단 환영 행사가 체육회와 문체부 간 신경전 속 축소 진행된 것이 아쉽다는 의견도 다수 제기됐다. 사격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은 "수년간 올림픽 해단식을 하면서 이렇게 급하게 축소된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그 장소에서 하겠다는 일정을 공항공사에 10일에 정식으로 제출했고, 공항공사가 지정한 장소는 부적절했다"고 답했고, 유 장관은 "준비는 체육회가 다 했고 저희는 축하하러 간 건데, 갑자기 바뀌었다고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진종오 의원은 이날 "개인적으로 의원실에서 '체육인 비리센터'를 운영하며 킥복싱, 태권도, 럭비 등 특정 종목의 승부조작이나 낙하산 인사 등에 대한 제보가 들어온다"면서 문체부의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