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일본 축구 스타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가 6개월 만에 득점포를 가동했음에도 교체 출전에 대한 불만에 웃지 않았다.
일본 매체 '스포츠호치'는 25일(한국시간) "벤치에서 출발한 구보 다케후사가 분노의 결승골을 터트렸다"라고 보도했다.
레알 소시에다드는 2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스테이지 프론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RCD에스파뇰과의 2024-25시즌 스페인 라리가 2라운드 원정 경기 후반 35분에 터진 구보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구보는 선발이 아닌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지난 19일 1-2로 패했던 라요 바예카노와의 라리가 개막전에서 선발로 나왔지만 별다른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해 68분만 뛰고 교체된 구보는 다음 경기에서 선발 제외를 당했다.
구보가 빠진 가운데 경기는 팽팽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0의 균형이 이어지자 소시에다드는 후반 22분 구보를 투입했고, 구보는 후반 35분 멋진 솔로 골을 터트리면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구보가 홀로 만들어 낸 득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골이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그는 개인기와 스피드로 수비수 2명을 순식간에 제쳐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간 뒤 왼발 슈팅으로 에스파뇰 골망을 흔들면서 선제골을 터트렸다. 구보가 터트린 선제골은 결승골이 되면서 경기는 소시에다드의 1-0 승리로 끝났다.
에스파뇰전 골로 구보는 무려 6개월 만에 득점포를 가동했다. 지난 2월 마요르카전에서 골을 넣은 후 오랜 시간 득점이 없었던 구보는 환상적인 플레이로 길었던 골 가뭄을 끝냈다.
골을 터트린 후 구보는 세리머니를 통해 그동안 자신에 대해 비판과 의심을 보내던 이들에게 무언의 항의를 날렸다. 그는 축하해 주려고 달려온 동료들을 제치고 벤치 쪽으로 달려가 양 귀에 손을 댄 뒤, 자신의 등번호 14번을 가리켰다.
또 구보는 골을 넣었음에도 웃지 않았는데 이후 인터뷰까지 생략하면서 교체 출전에 대해 크게 화가 난 것으로 추측됐다.
이에 대해 매체는 "소시에다드는 이번 시즌 첫 승리를 거뒀지만 골을 터트린 이후를 포함해 구보에게 미소는 없었다"라며 "구보는 경기 후 동료들과 승리를 축하하지 않았고, 상대 선수와 유니폼을 교환한 뒤 먼저 라커룸으로 향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날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활약을 보였음에도 구보는 인터뷰에 나오지 않았다"라며 "이례적인 사태에 현지 미디어도 '무슨 일이 있었나'라며 추측할 정도였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도 구보는 침묵을 유지했다"라고 덧붙였다.
구보가 이날 골 가뭄을 끝내고 팀의 승리를 이끌었음에도 기뻐하지 않은 이유는 에스파뇰전에 벤치로 내려갔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팀 동료인 마르틴 수비멘디도 선발에서 빠진 것을 알게 된 구보가 불만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스페인 매체 '노티시아스 데 기푸스코아'에 따르면 경기 후 수비멘디는 구보에 대한 질문에 "자신이 선발 멤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구보가 얼굴을 찡그린 모습을 봤다"라며 "그러나 그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경기장에 나왔고, 골을 통해 우리 모두의 입을 다물게 했다"라고 밝혔다.
소시에다드를 이끄는 이마놀 알과실 감독은 구보를 선발에서 뺀 이유에 대해 "최고의 베스트 11을 선택하기 위한 전술적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2001년생 일본 축구 스타 구보는 지난 2022년부터 소시에다드에서 뛰기 시작했다. 데뷔 시즌에 그는 리그에서만 35경기에 출전해 9골 4도움을 기록하며 팀 내 핵심 에이스로 활약했다. 팬들에게도 활약상을 인정받아 소시에다드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2년 차인 2023-24시즌엔 41경기 출전해 7골 5도움을 기록했다. 공격포인트는 많지 않지만 구보 기량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소시에다드는 지난 2월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2027년 6월까지였던 계약 기간을 2029년으로 늘렸다.
그러나 지난 시즌 후반기에 구보는 리그 12경기에서 겨우 1골 1도움만 올렸다. 에스파뇰전을 치르기 전까지 구보가 마지막으로 기록한 득점은 지난 2월 18일 RCD마요르카전에서 터트린 골로, 이후 6개월 넘게 골을 넣지 못했다.
올시즌 개막전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구보는 결국 2라운드 만에 벤치로 내려갔지만, 교체 투입되자마자 분노의 결승골을 터트리면서 무력시위에 성공했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