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광주, 김환 기자) 국가대표 미드필더 정우영은 좋은 철학을 가진 지도자 아래에서 팀이 성공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정우영은 감독의 의도가 선수들에게 잘 전달되어야 하고, 선수들은 감독의 방향성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팀이 같은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국가대표팀에서 4년간 파울루 벤투 감독의 지도를 받으면서 성공을 맛본 그의 생각이었다. 이는 김판곤 신임 감독 체제에서 장기적인 성공을 바라보는 울산HD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울산 미드필더 정우영은 21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광주FC와의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준결승 1차전에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하며 울산의 1-0 신승에 힘을 보탰다.
이날 울산은 후반 10분에 터진 야고의 결승골에 힘입어 광주전 4연패를 끊어냈다. 코리아컵과 리그에서 광주를 세 경기 연속 만나는 울산 입장에서는 좋은 분위기에서 남은 두 경기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고승범과 함께 4-2-3-1 전형의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에 배치된 정우영은 수비라인을 보호하면서 후방 빌드업의 꼭짓점 역할까지 수행하며 울산의 후방에 안정감을 더했다. 한국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불리는 정우영다운 안정감이었다.
공격 포인트와는 거리가 있는 포지션임에도 정우영은 광주전에서 울산 입단 후 자신의 첫 번째 공격 포인트까지 기록하면서 완벽한 90분을 보냈다. 후반 10분경 광주 골키퍼 노희동의 패스를 정우영이 절묘한 태클로 끊어낸 게 야고에게 향헀고, 야고는 침착하게 골키퍼의 다리 사이를 노리는 슈팅으로 광주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정우영은 "광주를 상대로 오랜 시간 이기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번 3연전을 잘 시작하고 싶었다. 상대의 멤버가 어떻든 좋은 경기력으로 이기고 싶었는데,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잘 넘기면서 3연전의 스타트를 좋게 끊었다고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판곤 감독이 부임하고 얼마 되지 않아 거둔 승리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정우영은 "감독님은 능동적이고 지배하는 축구를 선호하신다. 하지만 스케줄도 빡빡하고, 감독님이 오신지 얼마 되지 않아서 훈련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선수들이 잘 따라가려고 하고 있다. 감독님의 색깔을 입히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주전에 기록한 도움은 정우영의 울산 입단 후 첫 공격 포인트다. 이에 대해 정우영은 "야고의 득점을 축하해주고 싶다"면서 "광주가 후방에서 빌드업을 할 거라고 예상해 강한 전방 압박을 준비했다. 우리가 의도한 대로 득점이 나와서 좋았다"며 본인에게 공을 돌리기보다 준비한 전술대로 득점이 터졌다는 점에 기뻐했다.
정우영은 그러면서 "오늘 경기는 우리에게 좋은 공부가 됐을 거다. 광주 선수들은 누가 나오든지 비슷한 축구를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좋은 퀄리티를 낼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며 "광주는 전방 압박으로 상대의 실수를 잘 유발하는 팀이다. 사실 지금의 환경에서는 우리가 좋은 플레이를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상대를 압박하려고 했다. 답답한 경기는 아니었다"고 했다.
김판곤 감독의 바람처럼 정우영의 목표도 울산 선수들 전원이 같은 철학을 갖고 누가 출전하든 똑같은 스타일과 퀄리티를 유지하는 것이다. 정우영은 이미 이런 방식을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정우영은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 국가대표팀에서 4년간 주축 멤버로 활약하면서 선수들 전원이 같은 철학을 공유하면서 조직력을 다지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걸 몸소 체감했다. 뚜렷한 방향성을 갖고 탄탄한 신뢰로 묶여 있었던 벤투호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낸 바 있다.
본인의 경험에 입각해 김판곤호 울산이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정우영은 잠시 고민하더니 "감독님께서 요구하시는 내용들이 선수들에게 얼마나 잘 전달이 되고, 훈련을 통해 얼마나 잘 숙지가 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광주도 마찬가지지만, 그런 부분이 긴 시간 동안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시간이 필요하다. 선수들이 좋은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쌓인다면 일관적인 축구를 할 수 있을 거다"라며 희망적으로 내다봤다.
끝으로 정우영은 26일 9월 A매치 명단 발표를 앞두고 발탁 가능성을 묻는 말에 "내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없다. 지금은 몸이 올라오고 있어서 몸을 100%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싶다. 대표팀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두 번째로 풀타임을 소화했는데 80% 이상 올라온 상태다"라고 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