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뢰한' 김남길X오승욱 감독…'리볼버'로 이어진 딥한 무비토크 성료

(엑스포츠뉴스 윤현지 기자) 영화 '리볼버'가 김남길 배우와 오승욱 감독의 GV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오승욱 감독의 대표작 '무뢰한'에서 범인을 잡기 위해 어떤 수단이든 가리지 않는 형사 정재곤 역으로 활약한 김남길이 오승욱 감독과의 소중한 인연으로 '리볼버' GV에 참석했다. 

예매 오픈 단 2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막강한 티켓 파워를 입증한 김남길은 "이 영화가 완성되기만을 많이 기다려온 사람으로서 이렇게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쁘다. 좋은 작품은 시간이 흐를수록 짙은 향기가 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오승욱 감독은 그런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가 아닌가 생각한다. 자극적이고 짧은 호흡의 콘텐츠가 유행하는 시대에 이런 장르적 다양성을 가진 영화를 선택하고 보러와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시작으로 배우들의 연기와 캐릭터 등 영화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이어갔다. 

'무뢰한'의 김혜경 역으로 함께 연기했던 전도연에 대해 김남길은 "극을 끌고 가는 힘이 엄청났고 냉정한 표정 안에서 눈빛만으로 상황에 대한 배신감, 허탈함, 분노 이런 것들의 표현을 너무 잘해주었다. 독보적인 존재의 배우로 자리 잡고 있음에도 계속 진화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또 "하수영이 무당으로부터 '승냥이 같은 년'이라는 말을 듣고 거울을 보면서 '내가 이렇게 점점 짐승이 되어가는 건가'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바라보는 장면이 굉장히 좋았다"며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꼽았다.



GV를 찾아온 관객들이 가장 궁금해한 '리볼버'와 '무뢰한' 사이 연결고리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진행을 맡은 주성철 씨네플레이 편집장은 "오승욱 감독의 영화에는 정체성이나 죄의식 같은 문제들이 잘 나오는데, '리볼버'에서 하수영이 거울을 보는 장면과 '무뢰한'에서 정재곤이 손에 묻은 소변 냄새를 맡는 장면이 거의 비슷한 장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질문을 던졌다. 

오승욱 감독은 "하수영과 정재곤 모두 자기가 원하는 목적을 위해 자꾸만 죄를 더 짓게 되는 인물이다. '무뢰한'에서는 사랑에 빠지면서 인간적으로 더 고약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았고, '리볼버'에서는 지옥에 더 빠지지 않기 위한 인간의 이야기를 그렸다"고 답해 묘하게 닮아있는 두 작품 속에서 오승욱 감독이 각각 전하려 했던 이야기에 공감한 관객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두 영화 속 인물들이 상황을 대응하는 방식의 차이점에 대한 질문에 김남길은 "정재곤은 '난 내 할 일을 했을 뿐이고 너는 범죄자의 애인일 뿐이야'라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계속 합리화를 하는 비겁한 인물인 반면 수영은 좀 더 진취적으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려고 하는 인물이다"라고 답했다. 

오승욱 감독은 "김혜경은 수렁으로 계속 빠지면서 잘못된 선택들을 하는 인물이라면 하수영은 집념을 입에 꽉 물고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마지막엔 온몸이 진흙투성이에 너무 힘들지만 수렁에서 확 빠져나온 인물인데, 그런 점에서 혜경과 굉장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섬세한 캐릭터 설정이 오승욱 감독만의 독창적인 장르를 탄생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게 했다.



이어 주성철 편집장은 김남길에게 "이 작품은 배우들의 엄청난 경연장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리볼버'에 나오는 인물 중 내가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캐릭터가 있는지"라는 질문으로 모든 관객들의 이목을 순식간에 집중시켰다. 

김남길은 "하수영이 굉장히 탐나긴 했지만 하수영을 제외하자면 정윤선이다. 그렇게 발랄한 언더커버 캐릭터는 처음 봤고 어떻게 보면 기회주의자 같지만 '내가 여자한테 참 약해', '불쌍하지도 않아?' 같은 대사들로 정윤선이 하수영에게 젖어 들어가는 것들을 임지연이 굉장히 입체적으로 잘 표현해 준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오승욱 감독은 "대사 한 줄을 표현할 때도 그 느낌이 참 좋았다. 감독으로서 현장에서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가 뿜어낸 공기를 훼손 없이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무뢰한' 때도 그렇고 '리볼버'에서도 그런 공기를 담아내기 위해 굉장히 노력했다"며 "얼굴의 향연"인 영화 '리볼버'를 만들어내기 위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역시 배우들의 미세한 떨림의 연기와 얼굴이었음을 전했다.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는 캐릭터들에 대한 깊은 이야기도 이어졌다. 한 관객은 극 중 '향수 뿌린 미친개'라는 설정을 가진 앤디 캐릭터에 대해 질문했고 오승욱 감독은 "허우대도 멀쩡하고 겉에 걸친 건 전부 명품인 앤디는 젠틀하고 댄디한 느낌을 내기도 하지만 사실 자신이 갖고 있는 허약함, 그레이스라는 뒷배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들을 향수라는 갑옷으로 감춘 인물"이라고 답해 작은 설정조차 허투루 쓰인 게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이어서 오승욱 감독은 "신동호는 시나리오를 써나가면서 캐릭터를 만들었다. 수영에게 고백을 했다가 차이고 앙심이나 여러 가지 감정을 가진 남자를 그리고 싶었다. 이 영화에서는 몇 명을 제외하고 전부 쿨하지 못한 인간들이 나온다. 특히 민기현 캐릭터도 자기가 아끼던 임석용이 범죄의 길로 빠져들기 시작한 게 하수영과 눈이 맞으면서부터라는 이상한 생각으로 수영을 원망한다. 인간 군상 자체가 많이 꼬여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해 수영의 직진 여정에 얽힌 다양한 인물들의 서사와 생각, 감정 모두를 고려해 디테일하게 캐릭터를 설계한 그의 노력을 짐작케 했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오늘 극장을 꽉 채워주신 관객분들을 보고 또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리볼버' 같이 다양성을 가진 영화들이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한국 영화를 사랑해 주시는, 버팀목이 되어 주는 관객분들께 너무 감사하다"(김남길), "이렇게 '리볼버'에 대한 이야기를 해줘서 너무 감동적이다. 그리고 두 번, 세 번 봐주시는 선택에 너무 감사하고 우리가 이렇게 우정을 맺게 됐구나라는 생각이 든다"(오승욱 감독)며 GV를 찾아와준 관객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리볼버'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전도연 분)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전국 극장 상영 중이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윤현지 기자 yhj@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