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추창민 감독이 '행복의 나라'로 6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와 와신상담의 마음으로 관객들과의 솔직한 소통을 기다리고 있다.
2000년 영화 '사월의 끝'으로 데뷔한 추 감독은 '마파도'(2005), '사랑을 놓치다'(2006), '그대를 사랑합니다'(2011),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7년의 밤'(2018)에 이어 '행복의 나라'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12년 '광해'로 1232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천만 감독 대열에 이름을 올렸던 추 감독은 '행복의 나라'로 사람, 또 사람이 지녀야 할 태도에 대해 관객들과 함꼐 교감하기 위해 나선다.
그간의 작품들을 통해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묵직한 메시지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연출력을 인정받은 추창민 감독은 "특정 사건이 아닌, 그 시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각 캐릭터에 대해서도 "전상두(유재명 분) 캐릭터 역시 전두환이라는 실존 인물보다는 그 야만의 시대에 갖고 있던 권력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던 것이었다. 변호사 정인후(조정석)라는 인물은 성장하는 시민, 박태주(이선균)는 그 사이에서 권력자에 희생될 수 밖에 없는 누군가라고 생각하고 그 세가지 축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짚었다.
매 신에 집중하며 현실감을 더하기 위한 추 감독만의 '집요한 노력'도 더했다.
극 후반 조정석과 유재명이 대립하는 골프장 신은 3일 간 긴 호흡으로 촬영했다. 조정석은 12월 한겨울에 실제 물에 들어가는 촬영까지 소화해냈다.
추 감독은 "제가 생각한 권력자의 모습은 개인의 장소에서 욕망을 드러내는 사람들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게 골프장이 아닐까 싶었고, 아무도 없는 잔디밭에서 두 사람이 모여 거침없이 내 욕망을 드러내고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거침없이 물에 뛰어든 조정석의 고군분투도 칭찬하며 "골프장 장면은 굉장히 (기운이) 뜨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김이 풀풀 나는 그런 느낌 말이다. 그리고 실제 사건이 벌어졌던 달도 12월이지 않나. 실제 추운 날 촬영했으면 좋겠다는 일부 의도도 있었다"고 밝혔다.
전상두 역에 유재명의 캐스팅 된 후에는 유재명에게 "머리를 깎읍시다"라고 바로 제안하기도 했다. 유재명이 이에 흔쾌히 응하며 현실감 넘치는 전상두 캐릭터가 완성될 수 있었다.
유재명도 추 감독과의 작업 과정을 전하며 "저희 추창민 감독님은 굉장히 좋은 의미로 집요한 분이시다. 뚝심 있고 고집 있고 열정적인데, 또 많이 열려 있다. 엄청나게 열려있고, 젊은 감독들 못지않게 감독님과 함께 여러가지 궤적의 테이크를 갔다"고 말한 바 있다.
유재명의 말대로 촬영 현장에서는 기본 '10컷'을 기준으로 매 신 다른 분위기를 더하며 촬영을 이어갔다.
유재명은 "차갑게, 덜 차갑게, 뜨겁게, 덜 뜨겁게까지 기본 10컷 이상 다른 버전으로 연기하며 감독님과 최종적인 어떤 지점에 이르게 됐다. 촬영이 끝난 후 감독님이 그 모든 것들을 다 확인하시면서 이 작품이 어울리는 어울리는 선택을하셨다. 믿음으로 만든 종합적인 결과물이다"라고 말했다.
'광해'로 천만 관객의 축배를 들어올리고, '7년의 밤' 흥행 실패의 쓴잔을 맛봤던 추 감독은 6년 만의 스크린 컴백까지 코로나19는 물론 다사다난한 시간들을 묵묵히 버텨오며 개봉의 시간을 마주하게 됐다.
추 감독은 와신상담(실패한 일을 다시 이루고자 굳은 결심을 하고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것을 이르는 말)의 마음가짐을 드러내며 "여전히 영화를 한다는 것은 참 힘들다. 할수록 더 모르겠더라"는 속내를 말했다.
또 "예전에 영화를 내가 만든다고 생각했을 때는 부족한 것이 보이면 잘 참지 못했는데, 지금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좋은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미장센과 연기 같은 부분들을 잘 채워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20여 년이 넘는 영화인의 삶 동안 '과정이 가장 좋았던' 작품으로 '행복의 나라'를 손꼽기도 했다.
추 감독은 "제게는 누구 한 명이 가장 좋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촬영장 분위기와 촬영 과정이 정말 좋았던 영화였다. 영화가 흥행적으로 잘 되지 않았을 때 같이 땀 흘린 사람들이 입는 타격이 너무 큰 것 같은데, 그 노고에 부합할 수 있는 손익분기점만 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개봉 후 관객들이 보여줄 반응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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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