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광주, 유준상 기자) 벌금보다 승리가 중요했다.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도영이 부상 이후 처음으로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10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12차전이 우천으로 취소되기 전 9일 경기 내용을 돌아봤다.
KIA는 7-8로 끌려가던 9회말 나성범의 1타점 적시타로 8-8 균형을 맞춘 데 이어 이어진 1사 1·3루에서 서건창의 끝내기 안타로 재역전승을 거뒀다. 선발투수 양현종이 4⅔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지만, 불펜투수들과 타자들이 합심해 승리를 만들었다.
특히 9회말 선두타자 김선빈의 2루타가 결정적이었다. 이 감독은 "(김)선빈이가 3볼 1스트라이크에서 타격한 게 중요한 포인트였다. (공을 하나 지켜보고) 3볼 2스트라이크에서 쳤다면 확률이 떨어졌을 것"이라며 "젊은 선수였다면 그 상황에서 공을 하나 봤을 텐데, 과감하게 칠 수 있는 것도 고참 선수의 능력"이라고 밝혔다.
이어 "야구는 고참 선수들이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서 젊은 선수들이 따라오는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페이스가 떨어지면 알아서 연습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최)형우가 부상으로 빠져서 타선이 매끄럽지 않긴 하지만, 잘 버텨줘야 강한 타선을 구축할 수 있다. 젊은 선수들과 함께 공격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후속타자 김도영의 안타도 중요했다. 무사 2루에서 타석에 선 김도영은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의 4구를 잡아당겨 유격수 방면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주자가 한 명 늘어나면서 삼성으로선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눈길을 끌었던 장면이 있다. 바로 김도영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었다. 김도영은 지난해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다가 손가락 부상을 당했다. 병원 검진 결과 좌측 엄지 중수지절관절 내측 측부인대 파열 및 견열골절 진단을 받았고, 비시즌 기간 재활에 힘을 쏟아야 했다.
이후 KIA는 선수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금지령을 내렸다. 벌금은 무려 1000만원이었다. 부상 방지에 대해 선수들에게 확실하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하지만 김도영은 벌금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1루 출루에 성공했다. 지난해 손가락 부상 이후 첫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었다.
결과적으로 김도영의 출루 이후 KIA의 승리로 경기가 마무리됐지만, 팀 구성원 전체가 깜짝 놀랐다. 이 감독은 "슬라이딩하는 걸 보니 부상을 당하지 않기 위해 손을 엄청 들더라.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금지 조치에도 그 상황에서 슬라이딩을 한다는 건 경기에 몰입한다는 건지, 본인이 (1루에서) 살겠다는 의욕이 강한 건지는 모르겠다. 아까 (김)도영이를 잠깐 만났는데, '올핸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많이 참았습니다'라고 하더라"고 얘기했다.
그만큼 출루에 대한 선수 본인의 의지가 강력했다. 경기 후 김도영은 심재학 KIA 단장에게 '벌금 1000만원보다 경기가 중요했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이범호 감독은 "도영이가 좋은 멘트를 보낸 것 같더라"며 웃었다.
사령탑은 선수의 플레이를 존중하면서도 부상 방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 감독은 "계속 얘기하긴 하는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본인도 모르게 슬라이딩을 하는 것 같더라. 가장 중요한 건 부상 방지다. 남은 경기에서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몸 관리에 좀 더 신경 쓴다면, 또 안타 1개보다 내일 경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부상이 줄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사진=KIA 타이거즈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