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10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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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폭로에 문체부 나선다…배드민턴협회 경위 파악한다

기사입력 2024.08.06 14:22 / 기사수정 2024.08.06 14:31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2024 파리 하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한국 배드민턴에 16년 만의 금메달을 안기면서 포효한 안세영의 경기 뒤 작심 발언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발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문체부가 경위 파악에 나서겠다고 하면서 자칫 힘든 싸움을 벌일 수 있는 안세영이 큰 지원군을 얻게 됐다.

문체부는 최근 대한축구협회 감사를 실시하는 등 체육단체 부조리와 관련된 목소리가 나오면 팔을 걷어붙이며 조사에 돌입하고 있다. 이번에도 안세영의 목소리를 얼마나 귀 기울여 들을지 주목된다. 

문체부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어제(8월5일) 안세영 선수의 언론 인터뷰와 관련해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라며 "현재 파리 올림픽이 진행 중인 만큼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개선 조치의 필요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다른 종목들도 선수 관리를 위해 개선할 점이 있는지 전반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안세영의 폭탄 발언 배경이 된 종목 단체 불합리한 운영이 단순히 배드민턴 한 종목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지난 5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결승전서 세계 9위 허빙자오(중국)를 게임스코어 2-0(21-13 21-16)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배드민턴의 올림픽 단식 종목 우승은 남녀를 통틀어 1996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역대 두 번째이자 28년 만이다. 한국은 여자 단식에선 방수현이 한 차례 우승한 적이 있지만 남자 단식에선 금메달을 따낸 적이 없다. 아울러 한국 배드민턴은 2008 베이징 대회 혼합복식 이용대-이효정 이후 끊겼던 올림픽 금맥을 16년 만에 되살렸다.



배드민턴이 1992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때부터 계산하면 7번째 금메달이다.

안세영은 앞선 8강전, 준결승전과 달리 결승에서는 1게임부터 저력을 뽐내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이어 2게임도 깔끔하게 마무리지었다. 안세영은 11-10으로 앞선 상황에서 비디오판독을 통해 득점이 인정되는 등 좋은 분위기를 탄 끝에 19-14에서 여유롭게 정교한 헤어핀으로 금메달 포인트를 쌓을 기회를 잡았다. 이후 두 점을 내줬으나 다시 두 점을 얻으면서 꿈에 그리던 올림픽 챔피언이 됐다.

그러나 안세영은 결승전 직후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뒤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자신의 부상을 소홀히 여기고 세밀하게 대처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폭탄 발언을 내놨다. 그러면서 대표팀과 다신 동행하기 어렵다는 점까지 알렸다.

시상식을 마치고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안세영은 "제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한테 조금 많이 실망했었다"면서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이랑은 조금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잘 해봐야겠지만 많은 실망을 했다. 나중에 자세하게 또 설명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라고 자세한 설명을 피했다.

10개월 전에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무릎을 다치게 됐던 과정과 그 이후 대표팀의 대처 과정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안세영은 지난해 10월 난적 천위페이(중국)와의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무릎을 다친 뒤 올림픽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다.

안세영은 이어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대표팀을 향한 비판을 더 강도 높게 이어 갔다. 그는 "제가 부상을 겪는 상황에서 대표팀에 대해 너무 크게 실망했다.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고 세게 언급했다.



특히 그는 재검진에서 부상 정도가 심한 것으로 드러났던 상황을 떠올리며 "처음에 오진이 났던 순간부터 계속 참으면서 경기했는데 작년 말 다시 검진해보니 많이 안 좋더라"면서 "꿋꿋이 참고 트레이너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작년 10월 첫 검진에서 짧게는 2주 재활 진단이 나오며 큰 부상을 피한 줄 알았지만, 재검진 결과 한동안 통증을 안고 뛰어야 한다는 소견이 나왔었다.

다만 안세영은 회견 당시엔 은퇴 여부에 대해 "배드민턴 발전과 제 기록을 위해 계속해나가고 싶지만, (대한배드민턴)협회에서 어떻게 해주실지 모르겠다. 저는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든 다 견딜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대표팀이 아니면 다음 올림픽은 어떻게 되나'라고 묻자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는 것은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 싶다"고 답했다.

"단식과 복식은 엄연히 다른데 선수 자격을 박탈하면 안 된다"면서 "협회는 모든 것을 다 막고, 그러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한다"고 직격했다.

안세영은 더 나아가 금메달 최대 3개까지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던 한국 배드민턴이 안세영의 여자 단식 하나에 간신히 만족하게 된 것을 꼬집었다. 그는 "우리 배드민턴이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금메달이 1개밖에 안 나왔다는 것은 돌아봐야 할 시점이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부상을 달고 국제대회에서 계속 출전했던 순간을 잊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계속 꿋꿋하게 참고 뛰었다. 대표팀에서 부상을 겪고 있는 상황에 너무 많은 실망을 했다.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안세영은 우승 감격을 묻는 질문엔 웃으며 뿌듯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매 순간이 두렵고, 걱정이었다. 숨을 못 쉬고 힘든 시간을 참아왔다"며 "숨통이 트이고 환호하는 순간이 오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그 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밝혔다.

안세영은 "다짐한 순간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운동하겠다고 생각해 계속 저를 몰아붙였다. 부상으로 바꾸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절대 깨지 않았던 건 새벽-오전 오후에 계속 달리고 사이클과 체력 훈련을 한 것"이라며 "어느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게 금메달의 키 포인트였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 "올림픽은 이변이 많은 대회라 사소한 변수 하나까지도 생각하며 준비했고, 어떤 변수도 다 잡고 싶어서 하루도 쉬지 않고 새벽에도 운동하며 모든 순간을 다 대비했다"면서 "제 방법이 틀렸을 수 있겠지만, 증명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은퇴 관련 보도가 쏟아지자 6일 새벽 자신의 SNS를 통해 이를 일축하며 선수 관리에 대한 불합리한 면 고치는 것이 자신의 발언 핵심임을 알렸다.



​"오늘 하루 낭만 있게 마무리하고 싶은 상상과는 다르게 저의 인터뷰에 다들 놀라셨죠?"라며 말문을 연 안세영은 "일단은 숙제를 끝낸 기분에 좀 즐기고 싶었는데 그럴 시간도 없이 제 인터뷰가 또 다른 기사로 확대되고 있다. 참 제 서사는 고비고비가 쉬운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먼저 저의 올림픽을 응원해 주시고 기다려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안세영은 꽤 장문의 글을 올리면서 "그 끝에 (대한배드민턴협회의)선수 관리에 대한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떠넘기는 협회나 감독님의 기사들에 또 한 번 상처를 받게 된다"고 했다.

그는 "제가 잘나서도 아니고 선수들이 보호되고 관리되어야 하는 부분, 권력보다는 소통에 대해 이야기드리고 싶었다"며 "자극적인 기사로 재생되는 부분이 안타깝다"고 했다. "누군가와 전쟁하듯 이야기하는 부분이 아니라 선수들의 보호에 대한 이야기임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안세영은 자신의 쓴소리가 나온 뒤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안세영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식의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이 나오자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 안세영은 대표팀에서 들어가지 않고도 올림픽에 갈 수 있는 길이 있기를 바랐을 뿐 은퇴 초강수를 둔 적은 없다.

이를 알리기 위해 안세영은 "은퇴라는 표현으로 곡해하지 말아 달라"면서 "제가 하고픈 이야기들에 대해 한번은 고민 해주시고, 해결해 주시는 어른이 계시기를 빌어본다"고 했다.​



안세영의 발언은 은퇴를 거론한 것은 절대 아니다. 안세영은 이제 20대 초반으로 선수 생활 전성기 초입에 접어든 선수다. 그런 만큼 올림픽 2연패, 3연패, 그리고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통한 그랜드슬램 달성 등을 앞으로 계속 해나가야 하는 한국 배드민턴의 에이스다.

그런 점에서 자신이 논리적이지 않은 대한배드민턴협회 혹은 대표팀 요구에 억울한 상황을 맞지 않고 제대로 된 선수 관리를 받겠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항간에는 안세영이 대한배드민턴협회 등과 법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한 만큼 문체부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보겠다는 차원이다. 지금까지는 각 협회, 연맹 등의 자율 운영에 맡겼지만 최근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논란을 일으킨 대한축구협회를 감사하는 것처럼, 대한체육회를 거쳐 예산을 내려보내는 각 종목별 단체도 필요에 따라 감사까지 단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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