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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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신인에 '5아웃 SV' 맡겼는데, 김택연은 "그냥 붙어보자"고 생각했답니다 [현장 인터뷰]

기사입력 2024.08.02 06:35 / 기사수정 2024.08.02 06:35

두산 베어스 신인 마무리투수 김택연이 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에서 5아웃 세이브를 달성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광주, 최원영 기자
두산 베어스 신인 마무리투수 김택연이 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에서 5아웃 세이브를 달성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광주,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광주, 최원영 기자) 기특하다.

두산 베어스 신인 마무리투수 김택연은 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에 구원 등판해 1⅔이닝 1피안타 1사구 3탈삼진 무실점, 투구 수 31개를 빚었다. 팀의 1-0 승리와 3연승, 시리즈 스윕을 지켜냈다. 두산은 5위에서 4위로 도약했다.

김택연은 1-0으로 앞선 8회말 1사 1, 2루에 출격했다. 중심타선과 마주했다. 김도영을 5구 만에 헛스윙 삼진,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6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정리했다. 가볍게 위기를 넘겼다.

여전히 1-0이던 9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나성범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서건창을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켰다. 박찬호의 중견수 뜬공으로 2사 1루. 후속 한준수에게 2구째로 슬라이더를 던졌다가 강타당했다. 장타성 코스였으나 다행히 파울이 됐다. 하지만 결국 좌전 안타를 내줬다. 2사 1, 2루서 이창진을 2루 땅볼로 처리해 경기를 매듭지었다. 아웃카운트 5개를 멋지게 책임졌다.

시즌 12세이브째다. 올해 46경기 47⅔이닝에 등판해 2승1패 4홀드 12세이브 평균자책점 2.08로 선전 중이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마무리투수 김택연에게 박수를 보낸다. 근소한 리드의 부담스러운 상황에서도 특유의 담대한 투구로 세이브를 기록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경기 후 만난 김택연은 상기된 얼굴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는 "땀이 너무 많이 난다. 진짜 유니폼이 무거울 정도다"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두산 베어스 신인 마무리투수 김택연이 정규시즌 경기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두산 베어스 신인 마무리투수 김택연이 정규시즌 경기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8회말부터 돌아봤다. 김택연은 "상황 자체에서 느끼는 부담감이 있었다. 득점권 위기에서 김도영 형과 소크라테스가 나왔다"며 "진짜, 그냥 승부하자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라갔다. 두 선수 다 한 방이 있고 승부처에서 워낙 잘 치는 타자들이라 더 신경 써서 던졌다"고 밝혔다.

김택연은 "아웃카운트 5개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그저 맡은 역할에 맞게 잘 던지고 싶었다"고 덤덤히 말했다.

이어 "KIA는 빠른 공을 정말 잘 치는 팀이다. 그래도 내 장점이 패스트볼이기 때문에 강점을 살려 투구하려 했다. 도망가지 않고 승부하려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지난번에 맞은 적이 있어 약간의 압박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잘 이겨내 뿌듯하다"고 미소 지었다. 앞서 5월 24일 광주 KIA전서 ⅔이닝 4실점으로 고전했다. 당시 팀은 7-5로 승리했다.

김택연은 "어떤 선수가 나오든 일단 패스트볼로 붙어보려 한다. 타자에게 맞으면 '내가 부족하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패스트볼이 맞아 나갔다고 해도 내 공이 안 좋다기보다는 타자가 잘 쳤다고 여기려 한다"고 전했다.

9회말 권명철 투수코치와 포수 김기연이 마운드에 올라와 김택연을 다독이기도 했다. 김택연은 "자신 있게 승부하라고, 패스트볼로 붙으라고 했다. 마지막에 이창진 선배님과 상대할 때 1스트라이크 후 내가 변화구 사인을 냈는데 (김)기연이 형이 패스트볼을 던지라고 했다. 덕분에 2스트라이크를 선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운드 위에서 기연이 형과 소통하면서 믿음을 갖고 던졌다. 코치님도 내 마음을 다스려 주셨다. 땀이 많이 나 힘들었지만 잘 극복했다"고 덧붙였다.

두산 베어스 신인 마무리투수 김택연이 정규시즌 경기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두산 베어스 신인 마무리투수 김택연이 정규시즌 경기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한준수의 파울 타구엔 잠시 주저앉기도 했다. 김택연은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맞자마자 장타 코스인 것을 알았다. '제발 파울 라인 밖으로 나가라' 하면서 봤는데 다행히 나가서 큰 숨을 쉬었다"며 "던지는 순간 실투라는 걸 느꼈다. 낮게 투구했어야 하는데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처음엔 홈런인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파울이 된 후엔 어땠을까. 김택연은 "'기회가 생겼다' 싶었다. 또 다른 실투만 던지지 않으면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또 실투를 던졌다.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고 멋쩍게 웃었다.

31일 KIA전서 30득점을 냈던 타자들이 이날은 1득점에 그쳤다. 김택연은 "몸 풀 때 '1점만 더 나와라'하고 있었다. KIA는 한 방이 있는 팀이고 딱 한 번에 동점이 될 수 있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막았고, 이겼고, 스윕해서 좋다"고 밝혔다.

김택연은 지난달 23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서 19세1개월20일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10세이브를 달성했다. 신인 투수의 10세이브는 역대 리그 통산 7번째이자 베어스 3번째, 고졸 신인 2번째였다. 역대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신기록도 눈앞이다. 종전 기록은 2006년 나승현(롯데 자이언츠)의 16개였다.

김택연은 "아프지 않고 시즌을 치르고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하다. 지금처럼 세이브를 하나하나 쌓다 보면 기록에 도달하지 않을까 싶다"며 "4개면 아직 많이 남았다. 한두 개 남아야 조금 남은 것 아닌가. 열심히 하겠다"고 눈을 반짝였다.


사진=광주, 최원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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