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 이기고 울었다!…日 히라노 혈투 끝 4-3 제압 '여자단식 4강 진출' [파리 현장]

(엑스포츠뉴스 프랑스 파리, 김지수 기자) '삐약이' 신유빈이 헝가리와 미국에 이어 일본까지 삼켜냈다. 파리 올림픽 여자단식 준결승에 진출하면서 또 한 번 대회 포디움을 향한 힘찬 질주를 이어가게 됐다. 

격전 끝에 이긴 신유빈도, 패한 히라노 미우도 울었다.

세계랭킹 8위 신유빈은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세계랭킹 13위 일본의 히라노를 게임 스코어 4-3(11-4 11-7 11-5 7-11 8-11 9-11 13-11) 

신유빈은 1게임부터 히라노 마우를 상대로 한 수 위의 기량을 뽐냈다. 빠르고 정교한 공격으로 히라노 미우를 흔들어 놨다. 초반부터 일찌감치 점수 차를 벌린 끝에 11-4로 여유 있게 1게임을 챙기고 주도권을 잡았다.



신유빈은 2게임에서도 히라노 미우를 압도했다. 4-6으로 끌려가기도 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어느새 점수 차를 좁힌 뒤 전세를 뒤집었고 먼저 두 자릿수 득점을 선점했다. 10-7에서 강력한 스매시로 한 점을 더 보태면서 게임 스코어 2-0을 만들었다.

히라노 미우는 3게임에서도 신유빈에게 반격하지 못했다. 신유빈 역시 작은 틈도 보이지 않는 탄탄한 수비와 날카로운 공격으로 히라노 미우를 몰아붙였다. 히라노 미우의 범실이 속출하면서 신유빈이 10-3까지 여유 있게 점수 차를 벌렸다. 신유빈이 3게임까지 챙기면서 준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히라노 미우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4게임 초반 4-1로 신유빈를 앞서가면서 반격에 나섰다. 앞선 1~3게임과는 다르게 범실이 줄었고 과감한 공격 시도로 점수를 쌓았다. 신유빈도 몇 차례 실수가 나오면서 4게임은 11-7로 히라노 미우가 가져갔다.

신유빈은 5게임에서 고전했다. 4-6으로 끌려가던 초반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6-6 동점을 만들었지만 다시 2점을 뺏겼다. 히라노 미우가 먼저 두 자릿수 점수를 선점해 8-10으로 열세에 몰렸다. 5게임까지 히라노 미우가 따내면서 승부는 6게임으로 이어졌다.

6게임은 매 순간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접전이 펼쳐졌다. 치열한 공방전으로 한 점씩을 주고 받았다. 중반까지 정확히 6-6으로 팽팽하게 맞섰다.



신유빈은 6-8로 리드를 뺏긴 뒤 다시 2점을 만회,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시라노 미우가 다시 한 점을 달아나자 곧바로 9-9 동점을 만들면서 관중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신유빈은 6게임 막판 시라노 미우에게 2점을 내주면서 승부를 끝내지 못했다. 결국 승부는 7게임으로 이어졌다.

신유빈은 이 경기 마지막 순간 웃었다. 7게임 시작과 동시에 4-0 리드를 잡으면서 4~6게임을 연달아 뺏겼던 좋지 못했던 흐름을 일단 바꿔놓는 데 성공했다.

신유빈은 이후 9-10으로 벼랑 끝까지 몰린 가운데 동점을 만들고 이어진 듀스 승부에서 13-11로 시라노 미우를 눌렀다.

90분 가까운 혈투가 끝난 뒤 히라노는 곧바로 경기장 구석으로 가서 펑펑 울었다. 신유빈도 힘든 격전이었던 듯 역시 울었다. 그러나 승리의 눈물이었다.

신유빈이 이날 히라노 미우를 꺽으면서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23위 오스트리아의 소피아 폴카노바를 게임 스코어 4-0으로 완파한 중국의 강자 천멍과 결승 티켓을 다툰다.



신유빈은 이날 승리로 이번 대회 여자 단식 4강에 안착, 메달을 향한 도전을 이어갔다. 지난달 30일 혼합복식에서 임종훈과 호흡을 맞춰 홍콩의 웡춘팅-두호이켐 조를 게임 스코어 4-0(11-5 11-7 11-7 14-12)으로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가운데 또 한 번 포디움에 오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신유빈은 혼합복식에서 얻은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의 기운을 여자단식에서도 이어가고 있다. 32강전에서 세계랭킹 71위 헝가리의 조르지나 포타를 게임 스코어 4-1(9-11 11-9 11-4 11-1 11-9)로 누른 게 시작이었다.

신유빈은 여자단식 16강도 가뿐하게 통과했다. 세계랭킹 29위 미국의 릴리 장을 게임 스코어 4-0(11-2 11-8 11-4 15-13) 완승을 챙기고 8강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신유빈의 8강 상대는 히라노 미우였다. 히라노 미우는 16강에서 인도의 마니카 바트라를 게임 스코어 4-1(11-6 11-9 12-14 11-8 11-6)로 격파하면서 신유빈과 준결승 진출을 놓고 격돌했다.

신유빈은 올림픽 무대에서 성사된 한일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히라노 미우와 통산 전적은 1승 1패로 팽팽했지만 이 '1패'가 너무나 아팠다.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준결승에서 히라노 미우에게 1-3으로 패하면서 고개를 숙였었다. 

신유빈이 히라노 미우에게 설욕하는 데는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같은 상대에게 두 번 연속 패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듯 파리 올림픽 여자단식 8강전 내내 시종일관 히라노 미우를 거세게 몰아붙였고 승리를 얻었다. 



유년 시절부터 '탁구 신동'으로 불렸던 신유빈은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줬다. 특히 만 17세의 나이로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탁구 최연소 올림픽 출전이라는 역사를 쓴 게 시작이었다.

신유빈은 다만 도쿄에서는 여자단식 32강에서 당시 세계랭킹 15위였던 홍콩의 두호이켐, 여자 단체전은 8강에서 독일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독일에게 패한 뒤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장면은 많은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기도 했다.

신유빈은 도쿄 올림픽 이후 지난 3년 동안 멈춤 없는 성장을 지속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복식 금메달과 여자 단체전과 단식, 혼합 복식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경험은 물론 자신감까지 쌓였다.



신유빈은 자신의 커리어 두 번째 올림픽 파리 대회에서 또 한 번 비상했다. 임종훈과 짝을 이룬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걸면서 꿈에 그리던 메달리스트가 됐다. 한국 탁구가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건 지난 2012 런던 대회 남자 단체전 은메달 이후 12년 만이었다.

이제 신유빈의 다음 목표는 올림픽 단식 메달이다. 한국 선수가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에서 메달을 가져온 건 무려 20년 전이다. 한국 탁구는 2004 아테네 대회 때 김경아가 동메달 결정전에서 싱가포르의 리쟈웨이(싱가포르)를 꺾고 메달을 목에 건 이후 2008 베이징, 2012 런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2020 도쿄까지 여자 단식에서 메달을 수확하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