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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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매거진] 각설탕의 한 걸음 '챔프' (황하민 감독의 톡톡)

기사입력 2011.09.19 23:16 / 기사수정 2011.09.19 23:17

황하민 기자



[E매거진·황하민 감독의 톡톡] 경기장 위를 질주하는 말들의 레이스는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쾌감을 만든다. 거기다 적절함을 유지한 사행행위를 더한다면 쾌감, 그 이상의 흥분과 카타르시스를 전한다. 영화 "챔프"는 단순한 승부를 뛰어넘은 동물과 사람의 교감을 통해 삶에 풍요로움을 더한다.

3마리가 만든 주인공 '우박이'
 
언어적 소통이 힘든 동물에게 연기를 끌어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예민하고 까다로운 말이기에 더더욱 쉽지 않다. 언제나 변수와 한계를 준비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각설탕'을 통해 쌓은 제작 노하우와 철저한 준비를 '우박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작 "각설탕"의 '천둥이'와는 달리 "챔프"의 '우박이'는 영화에서 좀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데 깊이 들어가 있다. 단순히 인물들에 의해 만들어졌던 '천둥이'와는 달리 '우박이'는 인물과의 갈등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3마리 말이 만든 '우박이'의 연기는 영화를 빛나게 한다.

영화 속 위너스컵 대회, 말들의 치열한 레이스 역시 한 걸음 나아갔다. 말 4마리가 결승점을 향해 나란히 질주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마치 100m 경기의 0.01초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다. 현장의 치열함과 거침이 그대로 전해진다.


 
하지만 매끄럽지 않은 고리들

영화는 새끼 잃은 '우박이'와 아내를 잃은 된 퇴물 기수 '승호'의 만남과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 둘의 만남은 어색하다. 작위적인 둘의 연결고리가 그렇게 만든다. 그리고 영화 전체를 끌고 가야하는 이 둘의 감정의 벽은 쉽게 허물어진다. 어떤 감정을 관객에게 요구하는 것인지 알겠지만 가슴에 스며들진 않고 단순한 설정과 이해로 끝나 버린다. 결국, 그 둘이 달리는 마지막 모습의 감동은 줄어든다. 영화 곳곳에 그런 아쉬움들이 많이 남는다.

"인생은 추입이다"

영화의 마지막 메시지. 경기 초반 힘을 아끼고 후반에 힘을 쏟아 승부를 건다는 경마 용어다. 이는 "영화는 추입이다"처럼 들린다. 하지만, 망설여진다. 영화에 쏟은 노력과 정성에 이에 비해 전하는 감동은 약하다. 치밀하고 견고하지 못한 연결고리들이 진정한 추입을 위한 뒷심이 되질 못했다.

전작 보다 한걸음 나가고 있지만 "챔프"의 마지막 레이스, 추입은 힘겨워 보인다. 
 
그러나 영화가 전하는 감동의 빛깔은 나쁘지 않다. 따뜻하고 즐겁다. 그렇기에 추석 연휴 아이들과 함께하기에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글] 황하민 (엑스포츠뉴스 칼럼니스트 · 영화 감독)

 

 



황하민 기자 artforso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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